칸트, 유식학, 양명학 관련 유투브 강연 내용에 단 댓글
2026년 5월 23일, 한국 교수불자연합회의 단톡방에 올라온 아래 유투브 내용을 듣고 오랫만에 댓글을 달았다. 그 아래에 올려놨다.
https://youtu.be/JvvEvOyM0Ks
잘 들었습니다. 아주 학문적으로 독창적인 대단한 시도로 보입니다. 시사 받는 점도 많았습니다. 철학 쪽을 떠난지가 수십년이 돼서 잘못 말씀 드려서 결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촌평 한 두 가지 말씀드리오니 오류가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왕수인이 格物 格事의 실천적 행위를 중시했다면 칸트가 고심한 부분은 실천보다 인간이 사물 자체를 어떻께 인식할 수 있는가라는 인식론 부분이었다고 봅니다. 평이한 말로 표현하면, 관심 영역이 달랐기 때문에 사상사적으로 비교는 가능해도 우열을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식학도 단점이 있는데 유식학의 심조론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타인도 내 의식의 산물인가?”라는 독아론(獨我論, solipsism)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는데, 그러나 현실에서 타인은 나와 독립된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까.
또 한 가지, 양명학을 유식학과의 접점이나 칸트 사상의 극복에 활용하신 건 독창적인 시도로 보이는데 혹시 양명학의 사적 전개에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주제 넘게 한 말씀 드리면 불교, 특히 선불교가 송대 신유학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컨대 삼위일체설, 리의 개념 형성은 모두 불교, 특히 선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왕수인의 양명학도 현세논리를 초월하고자 하는 불교와 달리 국가와 개인의 관계 그리고 개인 수양이라는 실천을 빼고는 이론적으로 양명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송대와 명대를 거치면서 결국 불교 즉 선불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선종은 궁극적으로 존재의 공성(空性), 무아(無我), 해탈을 지향한 반면 양명학은 끝까지 유교입니다. 즉 양명학은 국가, 윤리, 군신 관계, 사회 질서, 도덕 실천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양명학은 불교(선종)의 내면 수행법과 심성 철학을 대량 흡수해서 그것을 유교적 정치윤리 속으로 재편한 사상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중국 사상사에서는 흔히 송대 주자학이 “불교를 이론적으로 흡수했다”면 명대의 양명학은 “불교를 심성 체험 차원에서 흡수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론 격으로 말씀드리면, 인간은 “사물 자체(Ding an sich)”를 완전히 알 수는 없고, 오직 인간 인식 구조를 통해 나타난 현상만 안다고 칸트는 보았습니다. 즉 외부 세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직접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면, 동영상에서 말씀하신 부분은 유식학과 서양 인식론 사이의 중간지점 같은 입장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유식학과 왕양명의 논리를 절대적인 진리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 고타마 싯다르타의 正覺에 서고자 합니다. 인간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접 보지 못하고 인식은 항상 의식의 필터를 거치는 것도 틀린 게 아니지만, 그러나 고타마는 그렇다고 외부 세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봤는데, 그 인식이 物事와 현상을 정확하게 보게 만든다고 판단되니까요.
저의 管見에 오류가 있으면 혜량해주시고 지적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적, 법고창신의 사상적 전개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6. 5. 23. 06:3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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