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낙인

雲靜, 仰天 2026. 3. 8. 10:45

낙인



불인두의 역한 냄새 속에서
가죽이 피울음으로 운다.
이마에 파놓은 주홍글씨는
밤낮으로 화마처럼 번진다.

인간들은 눈 감고도 낙인 찍는다.
남에겐 “못된 놈, 재수 없는 새끼”로,
자신에겐 “명문가, 명문대 출신”을 새긴다.
나는 다르고 특별하다는 착각 속에 산다.

남들에게 찍은 낙인은
어둠 속 빛처럼 또렷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새겨놓은 화인은
살 속 깊이, 촌충처럼 숨어 있다.

그것을 깨닫고 흔적 없이 지우는 날,
타인을 향한 달군 인두도
천천히 저절로 식어내릴 것이다.

사람들아
피부 깊숙이 붙어 있는
찰거머리들을 떼어내게들

나? 나는 집안도 시원찮고
하빠리 대학 나왔으며,
남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는 걸.

2027. 3. 8. 11:00.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

2024년 7월 제7회 서상문 서양화작품 개인전 출품작(10호, 현재 작가 본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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