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가보라!
수정같이 맑던 바닷물이 왜 썩었는지 알려면
포항에 가보라.
영일만의 푸른 숨결이
어떻게 회색 드럼통에 갇혔는지 보고 싶다면,
포항에 가보라.
1년 내내 꺼지지 않는 1,500도의 불—
그 불빛은 이제 생명이 아니라
밤을 삼키는 입이다.
그 속에 흩날리는 흰 수증기를 보라,
죽음의 숨결이 마을마다 내려앉는다.
수십 년 동안,
그들은 바다에 검은 피를 흘렸다.
그 피가 물고기의 아가미로,
아이의 폐로,
노인의 핏줄로 흘러들었다.
도시의 공기는 천천히 질식하고,
꽃은 더 이상 향기를 품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포항에 가보라.
기업은 주범, 정치인은 공범,
시민은 방관자.
그들의 침묵은 철보다 단단하다.
단 한 줄의 진실마저
광고비와 취직자리에 팔려나간 곳—
그곳을 보라.
불은 꺼지지 않았다.
불길은 여전히 바다 밑에서 꿈틀거린다.
그리고 묻자,
누가 진짜 포항 사람인가를.
누가 이 땅의 얼굴을 더럽히는가를.
지금, 우리 모두가
그 포항에 가보아야 한다.
2025. 8. 4. 13:47.
3호선 전철 안에서 우연히 누가 나에게 보내준 '포항으로 가자!'는 시를 보고 즉석에서 쓰다.
雲靜 초고
★ '포항으로 가자!'라는 시도 아래에 올려놨다. 같은 대상이나 사물(가령 포항이나 1500도 용광로불)을 보고 그것을 대하고, 인식하는 것이 이렇게도 상반될까? 지식인은, 시인은 보이는 것에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거나 필요하다면 공론화시키는 게 본연의 역할이 아닌가?
나도 애향심이 있어 내고향 포항에 대한 긍정 일변도의 시를 쓸 수도 있다. 또 긍정과 부정 양면을 종합한 시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모르는 영일만 환경 오염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수년 전, 나는 포항의 환경오염 특히 영일만의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 공청회를 열어 환경오염 피해 실상을 시민에게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피해 주민들 위주의 400여 명만 모여들었을 뿐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인들, 시장과 언론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들 피해자들 모임을 주도하는 회장과 일부 간부도 오로지 포스코로부터 보상받는 일에만 관심을 가진 어리석고 욕심 많은 자들이었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염불은 뒷전에 있는 그들의 감춰놓은 탐욕을 알게 된 내가 무능하고 탐욕 뿐인 그들과 같이 정의를 도모할 수 없다 싶어서 포스코환경오염피해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이 일에 손을 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포스코로부터 돈을 받아먹고 물러나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발언까지 해댔다. 참으로 분노했고 절망했다. 물론 나는 그들에게 포스코의 포자와 관련되는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나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는 영일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모든 관련 자료를 다 공개할 수가 없다.
포항 사람들은 제각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문제에 관심도 없고, 지역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어민연합회, 시장과 지방언론, 중앙언론 등의 대한민국 언론도 전부 눈을 감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소수 그들만 정기적으로 받는 정치자금, 광고비, 자식들의 취직, 해외여행 등등의 다양한 특혜, 용돈, 떡값 등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이 다 자본에 잠식돼 있다고 탄식하고 낙담하는 근거 중의 한 가지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영일만 환경오염 문제와 그 공청회 관련 자료들을 보면 일부를 알 수 있다.
포항으로 가자!/양광모(1963~)詩
삶이 식어가는 날에는
포항으로 가자
이 세상 모든 땅에서는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지만
포항에서는 쇳물이 하늘을 물들이며 해가 떠오른다
그때 들어보아라,
포항 호미곶에서는 닭울음 소리가 아니라
호랑이의 포효가 새날을 알린다
사랑이 식어가는 날에는
포항으로 가자
영일대 백사장을 끝까지 걷다 보면
1500도 용광로가 불을 뿜고 있느니
두 손으로 뽑아
가슴에 세우고 돌아오자
포항에서는 유리 같은 사랑도
강철 같은 사랑이 된다
그곳에서 느껴보아라,
포항 영일대에서는 포말 같은 사랑도
해일 같은 사랑이 된다
꽃도 식으면 떨어지고,
별도 식으면 추락하는 것,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날에는
포항으로 가자
포항에서는 얼음 속에도 뜨거운 쇳물이 흐른다
포항에서는 눈 속에서도 불의 꽃이 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