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별서
'영원한 재야' 장기표(1945~2024)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께서 운명했다.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얼마 전 한 달 전쯤 조선일보에서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라고 나왔는데, 그 기사를 본 이라면 그의 임종은 예상됐다. 평생을 옳은 소리, 바른 소리로 일관하신 정의로운 삶을 사셨고, 마지막까지 특권을 타파하기 위한 긴장과 꿈을 놓지 않고 사셨는데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도 아쉬움이 너무 많은 타계다. 선생의 별세는 정치인의 청렴도나 그것의 지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 시대가 저무는 지표로 보인다.
정부에서 작고한 고인에게 국민훈장을 전달하기로 했다는데, 기왕에 줄 훈장이라면 살아생전에 수여했었더라면 가시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을 것이다. 용산의 참모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거 정도도 미리 알지 못하고 건의를 하지 못한 것을 보면 정말 정무감각이 없고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몇 개월 전 용산의 참모들과 고인 간에 유쾌하지 않은 설왕설래가 있었다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것 때문에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길 바란다.
정치는 집권당 단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그건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하다. 야당과 같이 하게 돼 있다. 여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천년 만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지 국민의 여망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게 정치다. 야당이나 재야에서도 제대로 된 인물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면 그 사람들이 또 건전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히 건전하고 균형감각을 지닌 인물이 많이 있어야 하는 근거다. 2년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국문제(고인은 중국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많았음), 정세판단, 국가 기강, 대통령 직속 기관 신설 등을 주제로 한 대화(향후 내용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임)를 나누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사상과 자질은 직각적으로 인식하게 된 바 있다. 내가 아는 한, 장기표 선생은 정말 여야를 통털어 보기 드물게 자신의 길이 아니다 싶으면 아무리 영화가 뒤따를 수 있는 것이라도 끝까지 사양하고 가지 않는 겸양이 몸에 밴 올곧은 선비형의 정치인이자 지사였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4. 9. 23. 08:5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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