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떠도는 바람

雲靜, 仰天 2023. 11. 7. 03:34

떠도는 바람



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
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
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
시비 없고 언걸 없는 철 지난 해변에서도,
인정 도타울 고향에서마저도···.

뿌리 내릴 수 없는 부평초의 숙명인가?
막다른 골목안에 이는 회오리바람처럼
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
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남은 이 밤도,
오늘같이 익숙한 내일도, 모레도,
또 혼자서 돌고 돌아야 한다.

세상에 다소곳이 안기지 못해
거친 들판을 서성이는 기의 응어리
어디서든 머물 곳 없는 나는,
그는 명왕성의 지표를 떠도는 바람이다.
이젠 잡아도 자신이 거하고 싶잖은 바람
겨울눈꽃이 피면 가을바람은 잊는 것이다.

2023. 11. 2. 00:22
전철 3호선 지축역에서
雲静 초고

● 위 졸시는『월간문학』, 제673호(2025년 3월)에 실린 작품이다. 그런데 매월『월간문학』 간행을 주관하는 한국문인협회 편집진 측에서 “시비 없고 언걸 없는” 중의 “언걸 없는”을 “인걸 없는” 것으로 잘못 바꿔 놓았다. 저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임의로 바꿔놓는 바람에 이 구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살다 보면 이런 간단한 일임에도 일 처리하는 이의 무지나 부주의로 어처구니 없이 당할 때가 있다.

바람이 들리는가?
물마루가 형성돼 있지 않아서 구름만 찍었다. 갈매기는 구름이 없으면 하늘을 날까?
바람이 보이는가?
세상은 보이는가?
예토가 보이는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보이는가?
산다는 게 뭔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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