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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가 추해지는 본보기 : 도올의 경우

雲靜, 仰天 2021. 9. 12. 08:51

학자가 추해지는 본보기 : 도올의 경우

 
도대체 이 많은 스님들 불러다 놓고 도올이 장시간을 설한 내용이 강의 주제인 "근대 중국의 이해와 우리의 미래"에 부합한 것이라고 보나? 강의 내용과 주제가 거의 맞지 않다!

중국 근대사를 이야기 할 때는 가장 먼저 필수적으로 언제부터 근대가 시작됐는지 시기획분과 그 시기구분의 역사적 근거, 근대와 현대의 개념, 근현대사의 史實(事實이 아님)에 근거한 전개과정, 역사의 의미, 중국근대사의 특수성과 보편성, 그것이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과 세계사에도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짚어줘야 한다. 
 
그런데 도올은 중국사학계에서나 대만사학계에서 공통적으로 견해가 일치되고 있는 중국근대사의 시작인 아편전쟁에 대해선 별 얘기가 없었다. 도올이 제법 길게 이야기한 청일전쟁에 대해서도 그런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청일전쟁의 의미와 동아시아에서의 판도변화에 따른 중국사와 동아시아사의 역사 전개 및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바르게 이해시킬 수 없다. 

또한 신해혁명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 혁명이 성공한 것인지, 실패한 것인지,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이 어떤 상황으로 변화가 됐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사실상 대략 1920~30년대 중국의 정치적 분열과 극도의 혼란은 신해혁명 후 국가 권력을 손에 넣은 袁世凱가 1916년 6월 급서함으로써 그의 추종자들의 분열에서 시작된다.

중국공산당의 창당에 대해서도 도올은 현재 중국이 말하는 걸 그대로 앵무새처럼 소개할 뿐이다. 현 중공과 중국학계는 중공 창당시기를 1921년 7월로 보지만 그것은 역사 왜곡으로서 실제 중공의 창당은 1920년 11월이었다. 이 사실은『혁명러시아와 중국공산당 1917~1923』(백산서당, 2008년)이라는 나의 저서에 자세히 연구돼 있다. 이 사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국의 중공 당사 연구자는 물론, 세계의 동일 분야 학계에서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올은 그냥 중국이 왜곡한 그대로 1921년설을 받아들인다. 만약 사실대로 1920년 11월을 중공 창당시기로 하면 모택동이 이 창당대회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창당 멤버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1921년 7월 중공 제1차 전국대표대회와 함께 창당대회로 고쳐버리면 모택동은 창당 멤버가 된다. 왜냐하면 모택동은 이 대회에는 참석했으니까! 중공이 중공 창당 시기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 이유는 이러한 정치적 저의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이면에 陳獨秀, 瞿秋白, 李立三, 王明, 트로츠키파 등의 공산당 적통문제 및 권력투쟁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내재돼 있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올은 전혀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에겐 이런 역사 왜곡과 역사를 심층적으로 해부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1920년대의 제1차 국공합작과 분열, 국민당의 장개석과 중국공산당의 모택동, 소련 스탈린의 3자 관계, 항일전쟁, 제2차 국공투쟁에 이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이 왜 국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으며,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사회주의 과도기 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모택동은 중국을 어떤 국가와 사회로 만들려고 했는지 그가 제시한 state building의 청사진이 어떠했으며, 또한 모택동이 제시한 신민주주의가 일반 민주주의이념과 어떻게 달랐는지에 대해서도 도올은 일언반구도 없다. 전체 강의 맥락을 보니까 도올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아예 개념 자체가 없는 거 같다. 
 
한국전쟁에 관해서도 도올은 모택동이 왜 김일성의 남침전쟁을 동의에 이어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한국전쟁에 개입했는지 스탈린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등등의 국제정세, 전후 미소간의 냉전상황, 순망치한이라는 중국 전통의 지정적 안보문제와 모택동의 대미인식, 참전시의 전략적 목표 등등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또한 문화대혁명과 등소평의 재기와 개혁개방 및 천안문사태 그리고 중국은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등 짚어줘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이 있음에도 이런 얘긴 단 한 마디도 못한다. 
 
이런 문제들 외에도 현 시진핑의 중국은 한반도와 한국에 대해 어떤 전략적 목적하에 접근하는지, 그 저의가 무엇인지 등등 우리가 알면 좋거나 반드시 알아야 할 여러 가지 의미 있고 중대한 이야기가 엄청 많다. 
 
그런데도 도올은 이런 기본적인 것 조차도 전혀 이야기하지 아니하고 쓸데 없는 헛소리나 생구라만 푸니까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하고, 마치 중국사에 무지한 대중을 우롱하고 사기치는 꼴이다. 청중 기만 혹은 무시의 대미는 그가 아예 강의 뒷부분에 가선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기독교 이야기만 떠벌리다가 끝낸 대목이다. 학술논문 쓰기의 트레이닝이 돼 있지 않아서 그런지 강의 내용이 자신이 애초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맞는 것인지조차 생각해보지도 않는 것 같다. 중국 근현대사, 중국혁명사, 중국공산당사, 한국전쟁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중국 근현대사를 강의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귀동냥 수준 보다 더 못한 엉터리 강의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혹세무민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쯤 되면 그가 유명한 데도 굳이 대중 강연을 하는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진다. 돈에 있는가? 이름을 더 알리려고 그러는 걸까? 자기가 어떤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고 정확한 내용을 전하고 역사적 함의를 짚어줄 수 있는 강의를 할 수 없으면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사양하는 것이 학자의 양심이자 "선비정신"이다. 도올은 學人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체계적으로 공부한 바 없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 사실을 조금 안다고 해서 역사 강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사학은 역사적 사실만으로 구성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시대 및 事象의 구조와 시대사적 의미, 정신(史魂)과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겸비돼 있어야 한다.
 
2021. 9. 10. 07:5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youtu.be/pHiIeD44l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