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나는 식물인간이다.
남을 이용할 줄 모르고
나혼자만 잘 살려는 욕심도 없다.
스스로 피었다 시드는 법밖에 모르는
그것이 나의 죄이자 구원이다.
식인나무를 빼면
이기적인 식물은 없다.
해바라기는 햇살을 나누고
호박꽃은 늘 말없이 웃는다.
장미는 향기로 길을 채운다.
나는 식물인간이다.
세상에 뿌리 박고
조용히 피고, 조용히 진다.
부모가 남긴 건 피가 아니라
봉숭아 유전처럼 물든 순정한 마음.
이용하지도, 이용당하지도 않는
無明 없는 평상심 속에서
이파리 하나 흔들다가 사라지리라.
바람이 스치면
나도 세상을 스쳐가리
바다 밑 고요한 흙 속에
내 잎을 누이는 날까지.
2026. 2. 26. 08:55.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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