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하이꾸 冬の朝 2(겨울 아침) 작시

雲靜, 仰天 2026. 1. 30. 06:40

하이꾸 冬の朝 2(겨울 아침) 작시


새벽에 눈이 떠지자 나도 모르게 “양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단어를 화두로 삼아서 잠시 묵정에 들어 생각을 가다듬거나 아니면 글을 써는 습관대로 오늘은 졸시를 끌적거려 봤다. 양심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라고 한 임마뉴엘 칸트의 얘기 대로 “양심”을 겨울 나무들이 다 벗고 스스로 빛나듯이 겨울이라는 절기에 卽應해보니 자연스레 하이꾸(俳句)와 매칭이 됐다. 그래서 즉각 머리에 떠오르는 양심과 겨울나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작시해봤다.

양심의 속성을 겨울 나목들과 돌에 떨어지는 물소리(돌 위의 물소리는 불교의 선가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시끄러운 사바세계의 세속 소리를 뜻함)의 이미지에 걸어봤다.

지금은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대로, 하이꾸는 3행으로 쓰는 일본의 전통적인 단가다. 반드시 소리(글자 수가 아님)를 각 행마다 5.7.5음에 맞추고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이를 季語きご라고 함)를 넣어야 한다.

하이꾸는 바쇼우(松尾芭蕉)가 지향했듯이 채우기보다 비움, 단아 내지 단촐함과 고즈넉함, 여백(일본인들은 이러한 경지를 さび사비, わび와비라고 부름), 함축, 축약에서 생기는 상상에서 미감을 느끼게 한다.

십 수년 전부터 써오고 있는 하이쿠는 어느덧 수십 수가 된다. 앞으로 작품이 좀 더 모이면 한시집과 함께 하이쿠 시집도 내볼까 싶은데 한국땅에서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해오던 관성대로 오늘은 작시부터 하고 본다.


冬の朝 2


冬の朝
石のしずくや
吾を見る。

겨울 아침 2

겨울 아침
돌 위의 물방울
나를 보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冬木立

冬木立
音やみてなお
光おのず

겨울 나무들

겨울 나무들
소리 그쳐도
빛이 저절로

2026. 1. 30. 06:41.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

2022년 9월 제1회 서상문 서양화 작품전 출품작(10P, 현재 김영환 님 소장)
2023년 4월 제2회 서상문 서양화 작품전(아트스텔라 화랑 초대전) 출품작(현재 작가 본인 소장)
미발표 유화 작품(10P, 현재 편병호 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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