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동태 눙까리”
포항고 육상 선수 시절,
나는 11초 후반대에 머문 100m보다
숨이 긴 중장거리가 주종목이었다.
초등 시절에도 800m 대표로 뛰었으니까
매일 방과 후 육상 코치를 받으면서
요령 피우지 않고 훈련에 임했다.
강석규 선생님,
그는 작은 체구에 순발력이 돋보인
경북대 체육교육과 출신의 깐깐한 교사였다.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야, 썩은 동태 눙까리!”
같은 팀의 친구 정연대를 가리키고선
“연대처럼 눈이 반짝반짝거려야지!”라고
그 말에 나는 분노하듯 내달렸다.
20km 단축 마라톤 시민체전 고등부 경기
형산강 바람이 폐로 스며든 청춘의 거리
고3 봄날,
전학 간 학교 대표로 시민체전에 섰다.
400m 계주 마지막 주자
세 번째 주자가 바톤을 내밀었을 때
나는 20m쯤 뒤져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달렸고,
결승선 흰 테이프 직전에서
가까스로 선두 포항고 선수를 제쳤다.
와, 우승의 함성이 터졌고,
관중석에서 아버지도 아들 이름을 외쳤다.
동 대표로 나간 일반부 릴레이 경기에서도
연대와 함께 우리 팀은 3위를 했다.
그날 트랙 밖에서
강 교사가 포항고 선수들에게
외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더 뛰어! 인마, 더!”
허공을 향해 내지르던 어퍼컷
‘썩은 동태 눙까리’라던 제자에게
다 잡은 우승을 빼앗겼으니
강 선생님의 속마음은 어떤 결이었을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선생님은 일흔을 훌쩍 넘기셨을 것이다.
내겐 젊은 날의 활달한 모습만 남아 있다.
문득 뵙고 싶다는 생각이 인다.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그날의 시합, 그 말 한마디,
“썩은 동태 눙까리”는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2026. 1. 18. 04:27.
일산 향동에서
雲靜 초고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法燈明의 오래된 그림자 (0) | 2026.01.27 |
|---|---|
| 내가 오래 사는 법 (0) | 2026.01.21 |
| 다만 이해할 뿐 (1) | 2026.01.17 |
| 대신동 “똥꼴 동네” 2 (0) | 2026.01.16 |
| 대신동 “똥꼴 동네” 1 (0) | 202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