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써클의 사회학
이 나라는 뭉치는 걸 참 좋아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자마자
동창회에 들어가고,
동기회는 물론 반창회까지 결성한다.
모임이 많을수록 인맥이 넓어지는 줄 아는데,
실은 몸이 촘촘히 묶이고 얽히는 것이다.
명분은 우정, 표면은 친목, 속뜻은 이익이다.
사회 봉사는 간판이고,
진짜 목적은 서로를 끌어올리며
같이 파이를 나누는 일이다.
그 써클의 안쪽은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노른자 자리를 두고
성골·진골 간 막후 다툼이 치열하다.
얼룩말 무리처럼 머리를 맞대 원을 만들고,
들어오려는 자를 향해 뒷발을 찬다.
그러면, 안팎이 보이지 않는 선으로 갈린다.
밖에 선 자들은
한 온기라도 얻으려 한껏 굽실거린다.
어쩌다 천신만고 끝에 원 안으로 들어가면
이번엔 그가 힘껏 뒷발을 걷어찬다.
그렇게 원은 점점 좁아져 미어터지고,
사람들은 더욱 비좁아진다.
얼룩무늬 속에 숨어 사는 인생들,
배타의 서커스 같은 사회.
끼리끼리 문화가 사회작동법이 된
미친 세상.
나 역시 같이 미친 듯이 어울리고 싶어도
미쳐지지 않아서 정말 미치겠다.
2025. 12. 20. 15:3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