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雲靜, 仰天 2025. 12. 17. 16:00



텅 빈 그릇에 달빛이 고인다.
그 고요에 소리도 잠들고,
낙엽 한 장이 바람의 결을 쓴다.

가득한 것은 이미 넘치고,
비어 있음은 전부를 품는다.
눈을 감으면,
더욱 선연해지는 바람—공(空),
動과 靜의 妙有 속
비움이 아니라,
틈 없는 충일이다.
그것은 없음이 아니라 머묾이다.

그대 나그네여,
나 역시 잠시 머물고 있다네.

2025. 12. 17. 16:00.
일산 향동 포레병원에서
雲靜

1989년 1월 중순, 일본 하꼬네(箱根) 여행 중에 오른손엔 정종 독꾸리병을 들고 왼손엔 땅콩을 한 움쿰 쥐고 酒遊가도 하던 한 때—이 시절엔 그런 일이 잦았을 때였지만, 특히 1989년 1월 7일 87세로 사망한 쇼와 일왕의 국장 기간이어서 연일 술병을 달고 다녔다. 일본여행중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해서 더욱 그랬었다. 침략 수괴의 사망에 대한 희열, 그의 죄행에 대해 끝내 단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과 울분에 휩싸인채 보름 간 여행했다.
취기가 올라 얼굴이 밝그스레한 상태에서 전차로 후지산 산록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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