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언론사 사우회 송년회 풍경

雲靜, 仰天 2025. 12. 16. 18:08

언론사 사우회 송년회 풍경



원고지 대신 안주가 깔린 둥근 식탁들
지난 시절 한때 세상을 들썩이던 이들이었지만,
이젠 혈압과 당뇨 수치가 관심거리다.

“건강이 최고야!”라는 말도 점차 시들해지고,
“한 잔만 더!” 하던 목소리는 해마다 줄어든다.

한창 때의 직함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때의 별명들은 여전히 현역이다.
“국제통 김 기자”, “특종 박 선배!”
대화 주제는 점점 좁아지지만,
웃음소리만은 여전하다.

한때의 자만이 잦아들고,
슬그머니 의례적 겸손이 고개 드는 곳,
추억에 버물어진 옛정만 남은 곳
청춘이 소진된 자리를 찾아
타고 남은 재 위에서 자기 흔적을 맡는다.
모든 것은 평준화되지만,
건강만큼은 들쑥날쑥이다.

회장이 잔을 든다.
“자, 사우 여러분!
오늘이 올해 마지막 사회활동입니다.
1년에 한 번뿐인 이 자리에 안 오시면···.”

순간적인 정적에 이어 나오는 말
“그럼 내년 출석률이 곧 생존률이겠네요!”
웃음이 터지고, 잔들이 부딪힌다.

쨍~
그 소리가 오래된 타자기의 리턴 키처럼 울린다.
한 시대의 마침표이자, 또 다른 줄 바꿈.

청춘이 스쳐간 자리에 남은 건
감정이 증발된 기사보다 깊은 情,
이젠 아무도 교정하지 않는 웃음들이다.

나는 올해도, 또 한 줄의 기사를 접어넣는다.

2025. 12. 16. 14:19.
경향 사우회 송년회를 마치고 서대문 녹십자병원 옆 지하 막회 식당에서
雲靜 초고

'자랑스러운 경향사원상' 수상자로 뽑힌 이에게 상을 사우회 회장이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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