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기도 연작시
수술실 앞에서
하얀 문이 닫히고
생사의 문턱을 넘어
아내는 신의 영역으로 들어갔지만
문이 마음에도 닫힐까 두려워
나는 어설픈 기도를 흉내 낸다.
메스를 쥔 손들이
상처를 남편보다 더 고이 어루만지길,
한 줄기 빛이 아내 혈관 속으로 스며들길.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내 몸을 열어 바칠 테지만···.
남향 병실 창의 겨울 햇살이
아내의 푸른 혈관 속으로 스며들 듯
오늘, 나는 그 빛의 이름으로 운다.
아내가 다시 남편 이름을 부를 때
그는 혹을 떼낸 한 송이 꽃으로 피리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술실 앞 기도
주여,
아내의 걸음이 고통의 어둠을 지나
당신의 빛 속으로 들어가게 하소서.
그의 고통을 당신의 품에 거두소서.
살을 가르는 빛도 당신의 뜻이라면,
그 빛 안에 자비를 심으소서.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이 육신을 드리오니
주여, 내 살로 덮으소서.
칼끝이 여린 살을 가를 때에도
담대함을 잃지 않게 하소서.
주여, 아내의 심장 위에
당신의 손을 얹으시고,
숨결마다
새 생명의 영을 불어넣어주셔서
그의 눈물이 다시 흐르지 않게 하소서.
주여, 내 눈물마다
그를 향한 찬송이 되게 하소서.
아멘.
2025. 12. 10. 14:38.
세브란스병원 병동에서
雲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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