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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고 노무현의 유서와 그의 두 얼굴

雲靜, 仰天 2026. 5. 23. 14:37

노무현 정신? 고 노무현의 유서와 그의 두 얼굴


17년 전의 5월 23일 오늘,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바보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간 사람”이라는 이도 있고,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그를 질이 좋지 않은 대통령이었다거나 심지어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왜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형성돼 있을까? 오늘은 그의 족적 중에 일부분인 “노무현정신”을 칭송하고 따르는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당당하고 멋진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과 그와 상반되게 검찰 앞에선 평소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당당한 발언과 태도는 사라지고 검사에게 거짓말 하고 잘 봐줄 것을 요청한 비루한 모습을 얘기하려고 한다. 그 상반된 두 모습 중 어느 것이 거의 진짜 얼굴일까? 아니면 양면성이 모두 복합된 인물이었을 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아래로 자기 몸을 내던지기 전에 써 놓은 유언이 있다. 여기에는 제법 인생을 초연하고 달관한 듯한 멋이 풍긴다.

그런데 그러기 전에 논두렁시계와 관련해서 변호인 문재인을 대동하고 검찰에 출두해서 당시 중앙지검장 앞에서 보인 언행을 보면 뉴스에서 보이는 그런 멋은커녕 비굴하기 짝이 없고 비루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먼저 그의 유서를 보고서 얘기를 이어가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이 내용만 보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굉장히 멋있다. “싸나이”답게, “정치 지도자”답게 최후를 정말 깨끗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그의 자살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애통해 하거나 비통해 하면서 그를 기리며 좋아하고 열광한 이유다. 같은 이유로 나도 노무현이 대통령 재직 동안 정책 면에선 실책이 많이 있어도 인간미는 있고 책임질 줄 아는 리더로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자살을 꽤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서 고 노무현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접하면서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결정적 계기가 왔다. 노무현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수사 종결 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10년 동안 침묵하면서 지내다 귀국해서 출간한 회고록『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서울 : 조갑제닷컴, 2023년)을 접한 것이었다.


나는 두툼한 이 책을 단숨에 통독했다. 이 책에 나온 얘기들과 부록의 자료들을 읽고나서 고 노무현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 당시 노무현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에 대해서도 정말 형편 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 책엔 노무현과 함께 한 그 자리에서 변호사라는 사람이 변호하는 말 한 마디 없이 시종일관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나는 그 대목을 보고 문재인이 정말 변호사였는지, 특히 자신이 모셨던 노무현의 변호인이었는지 자질과 능력 면에서 의심이 갈 정도로 의아했다.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출석했을 당시 조사 직전 중수부장실에서 이인규 전 부장과 대면했다. 이 전 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이때 노 전 대통령이 단둘이 있는 자리 혹은 면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1. 뇌물 시계와 관련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

위 말에 이인규 전 부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당황했다”고 적었다.

이인규 중수 부장만 당황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의 평범한 독자에 불과한 나 역시 당황스러웠다. 나 역시 이 대목을 읽고 노무현의 그 당당한 모습이 어디 갔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굴할 수가 있나 싶었다.

2. 조사실에서의 시계 관련 노무현의 진술


이후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이 주도한 조사실 상황에서 시계의 처분 경로와 관련된 문답이 오갔다.

시계 제출 요구에 대한 답변 : 우 과장이 박연차 회장에게 받은 명품 시계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자, 노 전 대통령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이인규 회고록에는 기록돼 있다.

“처(권양숙 여사)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겁이 났던지 밖에 내다 버렸다고 합니다.”

3. 문재인 변호인의 반응에 대한 회고


이인규 전 부장은 조사 과정에서 시계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의 일화도 남겼다. 뒤에 앉아 있던 문재인 변호사가 앞으로 나와 사진을 보며 “시계가 이렇게 생겼군요”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적었다. 이 전 부장은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이 궁색한 변명으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문 변호사의 뜬금없는 행동에 실소가 나왔다”며 회고록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의 대응을 좋지 않게 봤다.

4. '논두렁' 표현의 발단에 관한 기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소위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2009년 5월 13일 SBS 보도)와 관련해서도 해명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논두렁'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으며, 단지 “밖에 내다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것이 이 전 부장의 설명이다.

당시 언론에서 '봉하마을 논두렁'이라는 표현으로 보도가 나가자 대검 수사기획관이 확인 요청을 해왔으나 이 전 부장은 “어차피 사저 밖에 논이 있기 때문에 '밖에 내다 버렸다'고 굳이 정정해줄 경우 시계 수수 사실 자체만 확인시켜 주어 오히려 더 희화화될 것 같아 언론에 어떠한 확인도 해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단, 권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시계 세트를 받은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자, 노무현이 남긴 유언만 보다가 이인규 전 중 수부장이 남긴 회고록 내용을 보니 어떤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남긴 회고록의 내용을 100% 다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은 신이 아닌 한 그의 기억 역시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는 자기가 남긴 수사 기록을 근거로 해서 이 사건에 대해 작성했다고 한다. 물론 수사기록 또한 100%는 믿을 순 없다. 적어도 역사학을 전공하고 30년 이상 역사학 자료를 보면서 내리는 해석과 평가에 훈련되어온 나로선 그렇다.

그러나 나의 눈엔 노무현의 유언장에서 보인 당당하고 초탈한 모습이 정반대로 퇴색돼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인규 전 부장이 남긴 기록에서 노무현이 이인규 보고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는 말은 신뢰도가 높은 것이라고 본다. 법률가인 이인규가 사자명예훼손에 걸릴 걸 모르고 거짓으로 꾸며서 기록한 것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특히 “노빠”들은 당연히 모른다. 또 알아도 모른 척하고 있고, 일부러 이인규를 악마화 해서 그의 책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과연 그런 자들이 믿고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온전할까? 그 정신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그 실체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디에서 형성되었다는 소리인가?

민주당 진영에선 어떤 정치인은 노무현의 계승자를 자처하기도 하고, 선거 때만 되면 너도나도 노무현과의 인연을 말하는 이도 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 등 뒤에서 그를 총질하고, 그를 배신하고, 여론의 질타를 받던 그를 외면하다가 그가 죽자 '노빠'들이 분노하면서 노무현을 연호하면서 봉하마을로 모여들자 그때서야 문재인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인듯이 처신했다. 그것을 정치적 자산으로 대통령까지 해 먹지 않았는가? 이런 식으로 세상의 조롱과 증오를 방치했던 자들조차 ‘노무현 정신’을 운운한다. 그리고 지금도 '노빠'들의 머리속엔 노무현은 여전히 멋지고 당당한 지도자로 남아 있다.

인간은 어차피 신이 아니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어서 사물이나 인간의 한 모습만 본다.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정신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봤자 반 이상은 보겠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은 우리 모두가 겸허하게 인정해야 된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의 작동은 집단 지성이 바탕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와 보수 진보를 초월해서 합리와 이성과 진리를 중심으로 세상사나 인물에 대한 평가나 얘기가 전개되고 논의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 점을 인정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 역사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역사학자나 정치학자들의 과거사나 역사인물 연구도 믿을 만한 게 드물다. 적어도 나의 눈엔 그렇다. 이러니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뢰도와 정치 현실이 어떻겠는가?

2026. 5. 23. 14:3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