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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가치와 동맹의 진화

雲靜, 仰天 2023. 5. 22. 06:24

한미동맹의 가치와 동맹의 진화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세계의 어떤 나라도 자국 한 나라의 국방력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여러 국가들의 다자간 협력이나 쌍방 간의 동맹으로 자국의 안전을 도모한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미국 혼자만으로 자국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여러 국가들과 동맹을 맺어 안보를 보장 받고 있다.

대한민국도 한미동맹으로 약 70년이나 나라를 지켜오고 있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워싱턴 D.C.에서 변영태 한국 외무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이 조인하고 그 이듬해 11월 18일 발효된 대한민국과 미국 사이의 군사동맹조약인 이른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약칭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미국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조약을 이끌어낸 이는 2만 여명의 반공포로를 전격적으로 석방시켜 미국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쥔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조약성격의 특징을 보면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군 주둔에 관한 제4조를 빼면 나머지는 한국과 미국을 동등하게 당사국으로 간주한 규정으로 한국과 미국이 서로를 지킨다는 내용이어서 한국과 미국이 대등하게 관계설정된 평등조약이라는 점이다. 조약 당사국은 단독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自助)와 상호 원조(by external armed attack)에 의하여 무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이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즉 외부 침략에 대한 대응형식을 규정하고 있는데 “상호협의”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즉각적이고 의무적인 대응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둘째, 미일안전보장조약이 그런 것처럼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미군의 자동개입 관련 조항이 없다. “유사시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제3조) 한국군이 미국 유사시에 동원될 수 없으며, 미국이 한국 유사시에만 병력을 동원할 권리가 있으므로 한국 방위조약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미국은 의회가 대외전쟁 선포권을 갖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미군 병사나 기지가 공격받았을 경우 미국 대통령은 즉시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주한미군이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사실상의 자동개입이 보장돼 왔다. 이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 병력이 자동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이 좀더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 주둔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것들 중의 하나인 한미 양군의 합동 군사훈련 모습


셋째, 조약의 시한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만약 상대국이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일방적으로 조약을 폐기를 통보할 수 있다. 즉 상대국에 ‘통고하면(notify)’ 1년 후 폐기의 조건이 갖춰지지만 어느 한쪽이 종료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 한 조약은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대상이 없는 동맹은 없다. 한미동맹조약 체결 당시 한국은 북한을 침략국으로 설정하였지만 조약 본문에는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태평양 지역으로 대응 범위를 추상적으로 잡아 놓았다. 이는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 뒤에 버티고 있던 소련 및 중국 등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내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유사시에 중국과 소련에게 역공을 가하려면 한반도 장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발효 이래 70년 가까이 어떻게 작용했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마디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북한의 무장 침략을 당하지 않도록 북한 공산세습독재자들의 재침의지를 억제해왔다. 한미군사동맹의 가장 핵심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이 가장 큰 것이다.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전략무기와 탄약비축, 30~40만 명에 달하는 미 군사력, 공군력, 해군력의 배치와 그 발진기지 등이 필요한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이런 것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휴전 이후 다시 쳐들어오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역대 북한 정권이 주한 미군의 철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를 빼놓지 않고 외치는 이유다.

국내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들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중지 하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균형 감각이 완전 제로다.


또한 국방력에 쏠릴 역량을 미군과 같이 부담함으로써 한국이 경제개발에 그만큼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지속성과 국가안보를 유지시키고 국방비를 절감시켜 경제성장을 견인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이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모범적 사례이기도 하다. 1953년 7월 로버트슨 미국 특사에게 우리의 후손들이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며, 이 조약은 앞으로 우리를 번영케 할 것이라고 예언한 이승만 대통령의 예지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를 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이 훼손될 경우 국방비가 증액할 뿐만 아니라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한다는 연구결과(GDP 928.2∼3,041.6조 원 감소)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한미군은 단순 주둔가치만 해도 369.9조원이나 되고, 국가신용도의 상승 혜택은 558.4조 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나아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력균형 역할을 함으로써 주변 정세까지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즉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한 미군 주둔의 효용성은 중국지도부에서도 한 때 인정하던 사실이다. 21세기에 들어온 이후 한국군 단독의 전력만으로 북한군의 전력을 월등히 앞지르게 되었고, 미국의 대중국봉쇄 전략이 주요 국가전략이 됨에 따라 한미동맹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북한군만을 억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가 가지는 잠재적 위협요소까지도 대비하는 포괄적인 성격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2020년 들어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분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기존의 고립주의 기조를 버리고 일명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안보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즉 일본, 호주, 인도와 일명 ‘쿼드(Quad)’라는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한 뒤 동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의 참가를 유도하여 장기적으로는 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포위의 집단 안보기구를 창설하는 안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일 두 나라의 중요성과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에 연동돼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다. 사실상 전세계에서 북한을 제외하고 중국 수도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이 결코 버릴 수 없을 정도의 핵심 전력이 되었다.

만약 중국(+북한) vs 미국(+일본, 한국) 구도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규모가 국지전이건, 전면전이건 간에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일안보조약을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일안보조약이 한국-일본-미국 삼각동맹으로 기능하기를 바라고 있는 배경이다. 한미동맹조약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일본에서 한반도까지 확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는 중국이 G2로 부상한 2010년대에 들어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이 작동하고 있으며, 이 계약이 사라지지 않는 한 주한미군 주둔, 핵우산 보장, 최신 미군 장비들 판매, 미군의 각종 위성에서 얻는 북한 정보력 획득 등을 제공 받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견지하여 지속적 경제번영의 토대를 유지해야 한다. 양국의 의지가 이 조약을 유지시키는 근본적 힘이다. 그리고 국방개혁 2020에서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들은 이런 맥락을 전제로 이해해야 한다.

지난 4월 전경련이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대국민 인식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대국이 된 것은 한미동맹 없이는 불가했다는 인식이 국민 다수다.(64.6%) 그 이유로는 “미국의 안보적 지지 필수적(52.3%)”, “미국의 원조 등 경제적 지원 필수적(32.6%)”, “미국 대형시장 접근과 미국기업과의 협력 필수적(15.1%)”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한미동맹이 한국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이자 필요한 주된 이유로는 안보(52.3%), 경제지원(32.6%), 과학기술 지원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미동맹을 통한 국방력 강화(34.2%)와 지정학적 안정성(33.0%)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한국이 협력해야 할 1순위 국가로는 89.0%로 단연 미국이었고, 향후 한미동맹을 강화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 국민은 무려 94.6%나 나왔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가장 우선으로 협력해야 하는 국가들 중 2순위(35.2%)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일본(23.4%), EU(유럽연합, 17.5%) 순으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한미동맹의 미래를 전망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4.6%가 강화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겨우 5.4%뿐이었다. 대체로 바른 현실 인식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국익을 추구하는 건 있지만 한국을 식민지화 한다거나 속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에 반해 숨은 의도와 함께 암암리에 공작을 벌여오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질적으로 다르다.

한미동맹은 이제 중국을 봉쇄하고 제약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응하듯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공산주의 박멸이라는 새로운 가치동맹과 중국 반도체의 공급을 끊거나 그 기술체제를 고사시키려는 기술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 글은 해군본부에서 발행하는 시사 잡지『해군』지 2023년 6월호에 실린 기사의 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