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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늦은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며 동기회밴드에 올린 글

雲靜, 仰天 2022. 7. 13. 10:07

친구의 늦은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며

동기회밴드에 올린 글 

 

우리 친구 윤구홍 회장이 드디어 오랜 고생 끝에 박사(중앙대학교 대학원 제111회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논문 제목 :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관한 연구-공무원과 민간기업 종사자 간의 비교를 중심으로-) 낮엔 회사 운영하고 밤엔 공부하는 주경야독으로 특수대학원도 아닌 일반대학원 과정을 5년 걸려 이뤄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은 발전을 希願하는 친구의 한 사람으로서, 공부라는 게 꽤 고통스런 과정 속에서 외롭게 혼자서 수많은 난관과 고충을 이겨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학인의 선임자로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경하의 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박사학위란 어떤 분야이든 간에 모든 것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공부에 집중해야 되는 것임은 물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친구가 그 모든 어려운 과정을 다 이겨내고 서광을 거머쥐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 광휘로운 새출발에 앞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친구가 감히 한 마디 덕담을 보탤까 한다.

공부는 왜 할까? 중용의 도를 행하기 위해서다. 중용이란 공자가 말했듯이 時中을 말한다. 시중은 뭔가?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뭔가를 해야 할 때 그 뭔가를 하고, 뭔가를 하지 말아야 할 때 그 뭔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즉 때와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그 뭔가와 때의 적절한 계합성을 자각하는 것이 지혜이자 용기다. 

쉬운 예로 예컨대 돈을 같이 내어서 친구들끼리 간 여행에서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갔을 때 다른 친구들은 전체 형편을 봐서 다 짬뽕, 짜장이나 우동을 시켜 먹으려고 하는데 한 친구가 유독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고 잡탕법을 먹겠단다. 시중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윤리와 도덕률에 어긋난다고 사건현장에서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있는 살인강도를 보고도 그를 제압하거나 죽이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또한 시중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살인강도를 제압하거나 상황에 따라선 죽여 없애야 죄없는 뭇 사람들이 살 수 있다. 한 마디로 중용이란 분수와 염치를 알고 시의에 맞게 용기있게 행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21세기 현대 사회에는 이러한 평범한 도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 恒河沙에 떨어진 바늘처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기야 이는 인간의 탐성을 거세하지 못하는 한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고 그 옛날 고대에도 그랬었다. 

옛날 공자께서도 "도는 정녕 행해지지 않는구나!"라고 탄식한 바 있다. ("道其不行矣夫!"). 여기서 공자가 말한 도란 중용의 도를 말함은 물론이다.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중용은 지극하구나! 백성들 가운데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진지가 오래되었도다! ("中庸其至矣乎! 民鮮能久矣!")

통상, 학위를 따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먼저 공부를 해서 학위를 취득하고나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에서 응용하면서 지혜로 심화시키는 과정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먼저 실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난 후에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혹은 집단 경험을 검증하거나 이론적으로 심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쪽이 나은 것인지는 정답이 없다. 윤구홍은 후자에 해당된다.

앞서 초든 바 있듯이, 공부는 바로 중용을 몸에 익히고 그 도를 의연히 실천하기 위해서 자기를 불사르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물론 실천의 정도 문제가 따라야 되지만, 우리 친구 윤구홍 회장이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곧 새로운 중용을 실천해야 할 단계에 들어왔다는 소리다.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것이 중용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부터는 학인으로서, 이론과 지식이 겸비된 지식인으로서의 중용을 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제 친구 윤구홍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나는 그가 지금까지 사업을 일으키면서, 그것 또한 외로이 쌓게 된 것인데 그 다양한 경험과 노우하우들을 이제 중용의 도와 매칭시켜서 더 아름답고, 더 한층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그기에서 발할 빛은 온전히 사회와 나라의 발전에 일조하는 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축하드린다!

2022. 7. 12. 11: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