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나의 그림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雲靜, 仰天 2020. 5. 29. 17:14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가는 것! 철이 들기 전 소싯적부터 내면 깊은 곳에 화석처럼 쌓여 있던 나의 마음인자였다. 상당 부분 타고난 천성이다.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니 지금도 늘 표층의식에서 맴돌고 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작동돼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4월 중순이다. 붓을 놓은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완성해본 작품이다. 그림 중의 소년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이리라. 
 
어딜 가는지는 몰라도 늦가을 어느날 오후, 꿈이 많았던 소년은 석양이 지는 서쪽을 향해 마냥 걷고 있다. 서쪽은 무얼 뜻하는 걸까? 현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상상의 세계, 이상세계의 극락인 서방정토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엔 혼자서 무작정 길을 떠난 그런 날이 적지 않았었다. 벌써 서너살 때부터 가출해서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열흘 이상 부모님이 미아 신고해놓고 애타게 기다리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게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마음가짐이 한 갑자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득 보다 실이 더 많았다. 또한 중간에 어느 정도 세파에, 세상사에 휘말려 부침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부지불식 간에 늘 나도 모르게 하나의 행동양식으로 나타나곤 한다.
 
이제와서 아쉬울 것도 없다. 다 내려 놓으면 잃을 게 없다. 잃을 게 없으니 아까울 것도 없다. 아까울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라. 그런 마음 자체를 내지 말라. 그런 마음이 자라지 않도록 애를 쓰는 게 수양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도 닦기다.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하는 것이다. 직관은 본질을 바로 보는 것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 없으면 모래 위에 세운 玉堂이요, 바람 앞에 선 촛불일 뿐이다. 미련한 것인지, 우직한 것인지 나는 지금도 혼자서 가고 있다.
 

2020. 5. 29. 17:03
북한산 淸勝齋에서
仰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