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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가보지 않으면 북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가?

雲靜, 仰天 2021. 1. 24. 05:47

북한을 가보지 않으면 북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가?

 

북한을 가보지 않으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까? 어떤 이가 카톡방에 자신이 지금까지 북한에 여러 번 여행하면서 이해한 북한의 실상을 얘기하면서 북한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본 사람이 말하는 북한이 더 정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북한여행을 통해서 본 북한사회에 관한 책을 낸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아래와 같은 말도 했다.

 

북에 다녀온 사람들이 북에 대해서 말하면 흔히 북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고 그들의 가짜 모습을 보고 왔다고 합니다만 매우 반공 반북 편견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중략) 북의 인민들은 그들의 관점에서는 매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서 궁핍한 것은 사실이지만 억압받고 공포스런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전인민이 하나가 된 가족국가 같은 인상입니다. 흔히들 북 인민들은 공산주의 사상에 세뇌되어서 그런다고들 하지만 반공 반북교육에 세뇌된 한국 사람들이 오히려 잘못 알고 있다고 봅니다.”

 

위 글에 대해 나는 평심하게 댓글을 달았다.

 

이제 양극단의 편향적인 시각이 걷혀질 때도 되지 않았나? 내재적 접근론을 주창한 송두율과 신은미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송두율 이전의 외재론자들과 북한붕괴론을 들먹인 조갑제나 김문수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한다.

   두 부류의 관점 모두 각기 옳은 부분도 있고 그른 부분도 있다. 두 시각을 합치면 북한의, 북한사람들의 실상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실체를 아는 데는 반드시 직접 가봐야 하는 건 아니다. 가보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사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지만 한 국가와 그 구성원들을 보고 이해하는 데는 선입견, 好惡, 환상, 환멸 등등의 감정을 넘어서야 할뿐만 아니라 합목적적 해석도 경계하고 다초점적으로 봐야 한다.”

 

그랬더니 다시 그가 반론의 글을 달았다.

 

분단국가에서 양쪽을 다 가보고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보고 양쪽 입장을 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과 한쪽만 보고 한쪽 얘기만 듣고 상대 쪽에 대해서는 유추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 방에서도 자주 올라온 박한식 교수님 글이나 김광수님이 북의 체재에 대해서는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북에 다녀온 그것도 여러 번 다녀와서 말씀하는 분들은 모두 북에 대해서 같은 의견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RFA(자유 아시아방송) 이나 기타 반북매체들과 0.01%도 안되는 탈북자들이 북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은 저는 백 프로 조작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위 주장에 대해 논리적인 반론을 펴기 보다는 여러 가지 사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냈다. 아래에 올려놨다. 참고가 될 것이다.

 

소설 25시로 유명한 게오르규는 미국에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지만 자국에 앉아서도 미국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전전, 루드 베네딕트라는 미국의 여성 문화인류학자는 단 한 번도 일본 땅을 밟은 적이 없었어도 그의 대표적 저서 '국화와 칼'처럼 일본인의 양면적인 두 얼굴의 특징과 그러한 행동양식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파악했다.

 

중국의 주은래와 모택동 역시 미국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한국전쟁 시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국에서의 군사전략에 대해 비교적 실상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나까무라 하지메(中村元)는 고대 인도, 티베트, 중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인도인, 티베트인, 중국인의 정신적 특질과 행동양식을 놀라우리만치 정확하게 再構해냈다.

 

16~19세기에 걸친 조선의 사대부들은 몇몇 극소수 중국에 파견된 사신들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율곡과 퇴계와 南冥 조식 등등의 학자들처럼 도교, 불교와 함께 중국의 사상적 주요 기둥 혹은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유교 사상(성리학과 양명학)에 대해서 핵심 혹은 정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유럽 근대사나 북한 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유럽에 단 한 번도 가보지도 못했고, 북한 땅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각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나도 19세기의 중국과 일본은 물론, 20세기 20~80년대까지 단 한 번도 중국 및 대만과 일본을 가보지 못했지만 당시 중국 및 대만과 일본의 상황을 거의 실제에 가깝게 파악하고 있다.

 

반면, 몽골과 중국, 아시아 지역을 수없이 많이 돌아다녀보고 장기간 살아 보기도 한 마르코 폴로가 해당 지역에 대해 남긴 기록들은 부정확한 게 많고 엉터리도 제법 적지 않다.

 

칼 마르크스는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의 아시아특파원 자격으로 홍콩에 거주하면서 여러 가지 아시아 관련 기사도 많이 썼지만, 아시아는 자력으로는 절대로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할 수 없다는 등 아시아의 사회, 경제, 정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왜곡된 편견과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인도의 노벨문학상 시인 타고르는 일본을 다섯 차례나, 그것도 각기 갈 때마다 긴 기간 동안 여행을 했으며, 일본의 각계 지식인들과도 폭넓게 교류를 했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적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고대 3세기 경 중국의 진수라는 이는 사신으로 일본을 딱 한 번 여행했지만 우두머리를 뒤따르는 일본인들의 민족적 특성과 행동양식의 핵심을 파악한 기록을 남겼다. 즉 일본인들의 특성을 라는 말로 묘사했는데, ‘는 작다, 왜소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진수가 얘기한 것은 "무리 지어 우두머리를 뒤따른다"는 의미로 썼다.

 

재미 학자 박한식 교수의 북한이해 및 인식요? 여기에 이 분의 추종자들이 많이 있어 보여서 그에 대한 평가는 생략할게요.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다른 동서양의 많은 예들은 더 언급하지 않고 생략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떤 事象에 대한 진실 내지 실상을 파악하는 데는 현장답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조건은 될지언정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조건은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균형감각, 자신을 속이지 않는 양심 그리고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이다.

 

2021. 1. 18. 12:4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망원경도 필요하고, 현미경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