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꾸자 이야기 ③ 야꾸자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야꾸자 이야기③ 야꾸자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조직이 강한지 약한지는 그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봐도 된다. 조직의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한 마디로 조직의 구성은 척추동물의 척추 같은 것이다. 조직의 성격이나 결속력, 효율성에 따라 그 단체의 사활이 결정될 정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의 구성을 이해하게 되면 조직의 성격은 물론이고, 해당 조직의 미래가 어찌 될지도 내다볼 수 있다.
정부, 군대, 경찰 등의 국가기관과 대기업, 개인 회사 등의 사조직도 그렇고, 심지어 동창회나 사소한 계모임도 구성이 중요하다. 폭력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대만 및 홍콩의 삼합회(三合會)나 죽련방(竹聯幇)도 그렇다. 일본 야꾸자도 마찬가지로 구성이 중요시 되고 있다.
일본 야꾸자 폭력단의 조직의 특성은 오야붕을 최상의 정점으로 해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서열, 그리고 횡적으로 복잡한 여러 단체들이 연계돼 있는 점이다. 폭력단의 구성상의 특성을 보면 대부분은 전근대적, 봉건적인 의제(擬制) 혈연관계로 조직돼 있다.
야꾸자 조직에서는 오야꼬(親子)관계와 쿄다이(兄弟)관계 두 축이 있다. 오야꼬관계란 오야붕을 중심으로 종적인 관계이고, 쿄다이관계는 오야붕과 횡적인 관계다. 기본적으로 ‘오야붕’(親分), ‘꼬붕’(子分)이라는 상하의 신분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즉 조직의 두목이 오야붕이고, 그 아래가 꼬붕이다. 자신의 요야붕이 오야(親)로 동일 인물의 같은 오야붕 아래에 있는 꼬붕들끼리는 형제관계가 된다. 꼬붕들 간에는 선배에 해당하는 자가 형님의 뜻인 ‘아니끼’(兄貴), 후배가 ‘샤떼이’(舎弟)라고 불린다.
야꾸자 연구의 고전적 명저로 알려져 있는 이와이 히로아키(岩井弘融)의 저서 『病理集団の構造』(병리집단의 구조)에서 오야붕-꼬붕의 관계는 민속학자(柳田國男他)이나 사회학자(川島武宜他)들이 설명하는 이른바 ‘오야까타(親方)-꼬까타(子方)’ 관계와 공통의 사회적 기반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岩井弘融著, 『病理集団の構造 親分乾分集團硏究』, 東京 : 誠信書房, 1963年) 오야까타는 어떤 직종의 우두머리, 꼬까타는 그 직종의 수하 부하를 말한다. 아시아의 여타 국가들과 비교가 되는 일본역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봉건적 특성, 즉 지나치게 엄격한 가부장적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가부장적 엄격성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수직적이다. 요컨대 조직 내부에 오야붕과 꼬붕으로 결합돼 있는 것이 이 집단을 특징짓는 요소 중의 하나다.
기본은 이렇지만 실제로는 업종에 따라 더 복잡하고 명칭도 가지각색이다. 예컨대 도박계 야꾸자구미엔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이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전주인 카시모토(貸元)와 그 보좌역의 다이가시(代貸), 그리고 그 밑에 組員으로서 혼데까타(本出方), 스케데까타(助出方), 산시타(三下) 등 여러 급이 있다. 카시모토는 오야붕이고, 다이까시는 간부에 속하며, 그 이하는 부하들이다.
오야붕과 꼬붕의 조직 내 역할도 봉건시대의 가부장제처럼 극히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도박집단의 경우 돈주(貸元), 돈주의 대리인(代貸し), 안내(本出方), 안내조수(助出方), 산시타(三下, 노름꾼 사회에서 신분이 가장 낮은 자)로 나눠지고, 산시타는 또 나카방(中番, 주사위 노름시 도박꾼들이 각자 홀수나 짝수에 판돈을 거는 데 그 금액을 조절하는 직원), 하시고방(梯子番, 도박하러 온 손님들에게 차를 갖다 준다든가 우산, 구두 등을 관리하는 자), 게소꾸방(下足番, 도박판에 신고 온 신을 지키는 자), 기도방(木戸番, 흥행장 입구의 문지기), 갸꾸히키(客引, 손님을 여관이나 술집 등으로 끌어들이는 호객꾼, 또는 유객꾼), 소우갸꾸(送客, 여관 등에서 숙박 객을 가까운 역 등에다 바래다주는 일을 하는 자), 미하리(見張, 망보는 자) 등으로 나눠진다.
이 바닥에서 최하급의 산시타는 한국에서 일본어 속어로 불리는 “시타바리”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현재는 주사위로 하는 도박(サイコロ博打)이 없어졌기 때문에 현재 야꾸자들은 이런 류의 용어들을 잘 알지 못한다. 일반인들 중에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일본 야꾸자계는 오야붕과 꼬붕의 관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오야붕-꼬붕관계를 축으로 여러 직분으로 세분화 돼 있다. 야꾸자 조직 내 서열을 보면, 최고위에서 아래로 이뤄진 순위는 組長(구미쬬)▶ 若頭(와까가시라)▶ 最高顧問▶ 顧問▶ 総本部長▶ 若頭補佐(와까가시라호사, 여기까지가 최고 간부)▶ 舎弟頭(샤떼이 가시라)▶ 舎弟(샤떼이)▶ 幹部▶ 若中(와까쮸우, 혹은 와까쥬우, 여기까지가 본가의 直参지끼산)로 돼 있다. 若中은 若眾(와까슈, 와까슈우)라고도 부른다.
‘구미쬬’, ‘오야붕’, ‘카시라’(頭), ‘오카시라’(お頭)는 모두 야꾸자 조직에서 가장 높은 최고 두목을 부르는 명칭이다. 구미쬬는 말 그대로 조장이고, 오야붕은 조직의 구성원들 관계에서 아버지 관계가 되거나 최고 큰 형님과 같은 관계를 뜻하는 명칭이다. ‘오카시라’(お頭)는 우두머리, 두목을 가리키는 카시라(頭) 앞에 일본어에서 공경, 공손,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お를 붙여 카시라를 더 높여 부르는 호칭이라고 보면 된다. 통상 야꾸자 조직의 두목을 ‘구미쬬’라고 불리지만 조직에 따라, 단체에 따라선 구미쬬 외에 총장(総長), 총재(総裁), 회장 등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꼬붕도 이사, 전무, 간부 등 여러 가지 호칭을 쓰고 있다.
조장 다음의 제2인자는 와까가시라(若頭)다. 통상 폭력단에서 우두머리 다음의 부두목을 가리키는 와까가시라는 조장의 자식뻘인 꼬붕들(若中, 若眾─자세한 설명은 조금 뒤에 할 것임) 중에 가장 실력 있는 우두머리다. 와까가시라는 조장 유고시에 조장을 대신하거나 조장을 이어 받아 차기 조장이 되는 지위다. 따라서 와까가시라는 거의 모든 야꾸자 조직에서 '넘버투'에 해당된다. 와까가시라는 통상 각 조직에서 한 명 뿐이다.
그러나 야마구찌구미나 조직이 큰 대형 야꾸자구미의 경우에는 와까가시라 밑에 와까가시라를 보좌하는 ‘와까가시라호사’(補佐)나 와까가시라 대리로 몇 명을 두고 있는 곳도 있다. 와까가시라의 나이는 보통 오야붕보다 조금 적거나 차이가 많이 나지만, 조직에 따라선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와까가시라가 오야봉 보다 나이가 많은 조직은 없다.
여러 명이 있는 고문들은 통상 조장의 동생급 인물, 혹은 선대 조장의 형제들, 즉 현 조장에게는 숙부가 되는 인물들이 위촉된다. 고문들 아래의 ‘혼부쬬’, 즉 본부장은 말 그대로 야꾸자 조직 본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자리다. 본부의 행정에서부터 건물관리에 이르기까지 본부와 관련된 모든 일을 본부장이 처리한다. 한국의 군대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연대급의 본부중대장이나 사단급의 본부대대장과 같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본부장은 구미 전체를 대변하는 조직의 책임자가 아니어서 와까가시라에 이은 제3인자가 아니라 본부의 거점에 대한 책임자로서 본부의 책임자일 뿐이다.
본부장 밑에는 경리국장이 있어 그가 본부살림이나 경리를 맡아서 책임을 지고 일한다. 조직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통상 조장, 와까가시라, 본부장, 경리국장이 집행부이다. 집행부 아래의 모든 사람은 그냥 조원이다. 조원들끼리는 선후배 관계가 있고, 오래된 고참 선배들에 대해서는 중견간부라고 예의상 불러주지만 실제는 조원일 뿐이다.
샤떼이가시라(舎弟頭)는 샤떼이들을 대표하는 자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샤떼이는 한 마디로 형제급이다. 물론 조장에게도 말단(下っ端) 꼬붕 때에 동료로서 함께 했던 형제가 있다. 그들은 조장의 동생들이며, 이 동생들 중 최고 우두머리를 샤떼이가시라(舍弟頭)라고 부른다. 하지만 샤떼이 가시라는 조장을 계승할 수 있는 조장 계승권은 없다. 조장을 이어받는 조장 계승권은 와까슈가시라에게 있다.
그런데 와까슈와 와까가시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받드는 오야붕의 형제인 쿄다이붕, 즉 샤떼이들은 오야붕의 형제이기 때문에 숙부라는 의미의 “오지상”(叔父さん)에 해당된다. 그래서 오야붕의 형제들 중 우두머리인 샤떼이가시라는 꼬붕들에게 ‘오지끼 까시라’(叔父貴頭)로 칭해지고 있다. ‘숙부 두목’, 흔한 말로는 ‘삼촌’이라는 뜻이다. 조장의 꼬붕들 중 우두머리인 와까가시라가 조직 전체에서는 제2인자인 부두목이지만 조장의 형제로서 동생들인 샤떼이와 샤떼이가시라에게는 오지끼 또는 오지끼 까시라라고 존대한다.
조장의 직계 자식 레벨인 꼬붕은 와까모토(若本), 若眾(와까슈, 와까슈우)라고 하는데 야마구찌구미에서는 若中(와까쮸우, 혹은 와까쥬우라고 하고 와까나까, 쟈꾸쮸우라고도 함)라고도 부른다. 지금부터는 와까슈로 통일해서 부르겠다. 여러 자식들 중 맏이인 와까가시라를 제외한 차남, 삼남, 사남, 오남 등등의 꼬붕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 와카슈다. 와까슈들 중에 최고 우두머리가 바로 위에서 제2인자의 부두목이라고 소개한 若頭, 즉 와까가시라다. 부모 아래의 자식들 여러 형제중 맏이라고 보면 된다.
若中는 원래 촌의 젊은이들의 단체(若中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에도(江戸)시대에 각 촌에 조직된 청년단이나 마쯔리(祭り)나 일본의 전통적 민속 예능, 혹은 마을 주위의 경비나 토목작업 등의 마을의 일, 혼례에 관여하거나 결혼 전의 젊은이들에게 성교육, 예절, 훈육 같은 제재, 힘겨루기(力比べ) 등을 한 자들이었다.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에는 청년단으로 존속했고, 若中는 연령에 따라 大若, 中若, 子若(小若), 幼若 등으로 세분돼 각기 조직됐다. 그런데 폭력조직에서 若中는 부모 자식에 해당하는 오야꼬(親子)관계나 형제(舎弟)관계를 맺는다는 징표로 술잔을 서로 교환해서 마시는 소위 ‘사카즈키고토’(杯事)를 통해 맺어진 오야코관계나 형제관계 가운데 오야꼬관계 중의 꼬붕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한 설명으로는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관계는 간단하다. 조장을 중심으로 상하, 좌우 관계를 단순하게 그림으로 나타내 보자. 야꾸자 조직의 위계 전체를 시각화 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1】 야꾸자 조직의 상하 계통도
샤떼이(舍弟), 와까가시라, 와까슈는 모두 조장 밑의 부하들이지만 대규모 폭력단에서는 이들도 각기 하부 폭력조직의 오야붕으로서 꼬붕들을 데리고 있다. 대개 큰 조직인 경우 조장의 형제들과 꼬붕들도 각기 자기의 구미를 가지고 있고 자기 구미로 돌아가면 오야붕인 것이다. 오야붕이 직접 샤떼이나 와까슈가 조장을 맡고 있는 구미를 2차단체, 2차단체의 조원이 조장을 맡고 있는 구미를 3차단체라고 부른다. 아마구찌구미 급에서는 5차단체, 6차단체까지 있다는 설이 있다.
지키산(直参)은 조장을 직접 모시는 자를 가리킨다. 이 말은 원래 에도시대 막부에 직속돼 있던 사무라이로서 녹봉이 1만 석 이하 500석 이상인 자를 말하는 역사용어인데, 주군을 직접 모시는 일 혹은 그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 자는 막부의 쇼군(将軍)을 직접 알현할 자격이 있는 하타모토(旗本)였고, 그런 자격을 지닌 자를 일컫는다. 즉 우두머리나 대장이 있는 본진의 사무라이무사였다.
에도시대에도 오늘날의 야꾸자 조직과 비슷한 사무라이 조직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었다. 그들은 각지를 장악해 자기 나와바리로 관리하고 있었고, 그 각 조직들의 정점에 주군이 존재했다. 지키산은 바로 주군 가까이에서 주군을 모시는 사무라이를 가리켰다. 이 말에서 파생돼 지끼산은 오야붕으로부터 사카즈키고또 의식을 통해 사까즈끼를 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원이지만, 오야붕과 사까즈끼를 교환한 특별한 조원들이다.
야꾸자 조직에도 군대나 경찰처럼 특공대장도 있다. 패싸움이 붙었을 때 가장 선두에 서서 돌격을 하는 돌격조의 대장을 말한다. 가장 선두에 서서 공격하고 싸우기 때문에 담력이 있고 조원들 중에 가장 싸움에 능한 자라야 한다. 그래서 특공대장은 야꾸자 조직에서 가장 영광된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야쿠자 조직의 맨 아래에 있는 조원들은 꼬붕이다. 이들은 쉽게 오야붕의 자식들이다. 꼬붕들 중 서열이 가장 앞선 자가 위에서 말한 와까가시라다. 여러 자식들 중 맏이인 와까가시라를 제외하고 가장 말단에 해당하는 꼬붕이 ‘찐삐라’(チンピラ), 즉 ‘쫄따구’(경우에 따라선 '신삥', '초짜배기', '애송이' 등등)로 불린다.
2020. 5. 6. 05:43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