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명분이 있는가?
중국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명분이 있는가?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세기적인 6·12북미정상회담이 끝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의지의 진정성이 재확인됨에 따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졌다. 반세기 이상의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를 향한 첫걸음이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은 없었다. 향후 두 정상의 신뢰가 쌓이면 어쩌면 정전협정 조인날에 맞춰 내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종전선언국은 북미, 남북미, 미북중, 남북미중 가운데 한 가지가 될 것이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 있을까? 국내엔 중국이 한국전쟁에 국가정규군을 참전시킨 게 아니라 ‘중국인민지원군’을 파병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있다. 물론 중국은 국제법적으로 자격이 있고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1953년 7월 27일 중국이 북한, 미국과 함께 조인한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의 당사자임을 내세운다.
북한지역을 북한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통제하에 둔다는 조항은 휴전 후 북한주둔 중국군이 1958년에 모두 철수했고, 정전위원회에서도 중국이 탈퇴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지만, 정전협정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쌍방의 합의하에 (조약이)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 계속 효력을 가진다는 규정이 근거가 된다.(제5조 부칙 제62항)
종전선언은 미국의 대북제제 해제, 상호불가침 조약체결로 북한체제보장, 북미수교 및 평화조약 체결, 대북경제 지원, 대북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선이다. 중국은 이 출발선상에 서지 못하면 한반도문제에서 미국의 주도권에 밀려 계속 수세에 처하게 된다. 중국이 종전선언 참여에 의욕을 보이는 이면에는 국제법적 근거 외에 지정학적 이해관계 및 북중 간 협력관계라는 현실적 이익이 결부돼 있다. 동시에 안보에 그치지 않고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수뇌부가 우려해온 것은 한반도 비핵화실패와 전쟁발발 외에 남한의 북한흡수통일, 남북한이 급속히 민족주의로 뭉치고, 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에 가담해 등을 돌리거나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 중국이 북핵제거와 동시에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는 북한을 중국에 묶어 두는 두 가지 토끼를 잡아야 할 판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국가안보의 중요도에서 타이완, 티베트, 신장(新疆) 지역에 버금가는 지역이다. 한반도의 안정은 수도 베이징과 중국관내로 직입할 수 있는 군사요충지로서 국가안위에 직결되는 중국 둥베이(東北) 지역의 안정, 나아가 수도가 포함된 중핵지역인 동남 연해지역의 안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의 유사시는 과계(跨界)민족인 중국내 조선족의 향방, 여타 소수민족의 동요로도 이어질 수 있고, 국내정치적 안정성(domestic politics stability)을 해치고 국경을 넘어 이입되는 민족적, 종교적 연계는 민족갈등 및 국경불안으로 이어져 긴장과 충돌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이 북한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자 하는 것도 국내정치의 안정, 경제성장의 지속과 함께 북한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 가담을 막기 위해서다. 시진핑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더욱 높아진 비핵화 요구에 대해 조언하고 향후 개방정책에 대한 지지 및 경제지원 약속도 중국 ‘패싱’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김정은이 중국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로선 대미 견제를 위해 공조하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혹여 북미 간의 신뢰가 깨져 트럼프가 군사옵션을 포함하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정책으로 되돌아갈 경우에 대비해 미국의 군사공격에 반대하고 미연에 막아줄 중국의 보호막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북미수교 후엔 중국의 과도한 개입을 제한하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둘 것으로 예견되지만, 북미수교 전까지는 중국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위 글은 2018년 6월 13일자『서울신문』에 칼럼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