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주요 언론 게재 글 내용

시진핑의 통 큰 선물 정치와 중북의 밀착

雲靜, 仰天 2018. 4. 14. 16:54

시진핑의 통 큰 선물 정치와 중북의 밀착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中國共産黨 所屬 中共創建史硏究中心 海外特約硏究員)

 
지난 주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총서기와 7년 만에 가진 비공식 정상회담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급작스런 정치정세 변화에 대응한 다소 예견된 임기응변이었다. 물론 양국 사이에 사전 조율을 마친 방중이었지만, 예상 밖의 전격적인 행보로 비치기도 했다.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 측 인물은 조선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박광호,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수용,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외무상 이용호였다.
 
시진핑은 김정은 일행을 극진히 대했다. 중공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이자 국무원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이자 중앙서기처 서기 왕후닝(王滬寧), 국가부주석 왕치산(王岐山) 등 정치국 상임위원 수준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참여시켰다.
 
또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주임 딩쉐샹(丁薛祥), 중앙정치국 위원 양졔츠(楊潔篪),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정법위 서기 궈성쿤(郭聲琨),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선전부장 황쿤밍(黃坤明), 중앙정치국 위원, 베이징시 당위원회 서기 차이치(蔡奇),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王毅) 등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각종 회동과 활동에 배석케 하거나 수행하게 해 회담의 실무성을 높였다.
 
 

 
3월 26일 있었던 정상회담은 쌍방 최고 지도자 사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인식과 향후 대응전략 및 노선이 일치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중북이 거의 동시에 관방 언론을 통해 방중사실을 공개한 것 외에 그날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된 환영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예우가 최고조에 달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측이 김정은에게 최고의 국빈으로 예우하는 것으로 느끼게 한 것은 1병에 우리 돈으로 수천 만 원이나 하는 마오타이주를 제공한 점이다. 국내언론에선 시진핑과 김정은이 건배주로 마신 그 마오타이주는 1960~70년산으로 540mm의 작은 주둥이(矮嘴) 마오타이라면서 진품일 경우 한 병에 126만 위안, 한국 돈으로 약 2억 원짜리 초호화 고급술이라고 보도됐다.
 
마오타이주는 1930년대 장정 시 국민당군에 쫓긴 중공군이 구이저우(貴州)성에 도달해 이 지방 명주였던 이 술을 마시고 사기를 회복해 장정에 성공했다면서 마오쩌둥 시절부터 방중한 외국 국가원수급 국빈에게 접대함에 따라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술이다.
 
사실 여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만찬장에 나온 마오타이주가 억대의 술이 아니라 1병에 인민폐 약 25만 위안, 한화로는 약 4,250만 원짜리였을 수 있다. 두 지도자가 같이 건배할 술로 1병에 4,000만원이 넘는 최고급이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 호스트의 특별한 배려가 아니면 불가능한 파격이다. 그만큼 시진핑의 만족감이 반영됐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언론에 노출되진 않았지만 진짜 파격은 김정은 방중 기간에 시진핑과 김정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예물에서 연출됐다.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선사한 답례품은 놀랄 만치 파격적이었다. 먼저 김정은이 시진핑 부부에게 다음과 같은 예물들을 선사했다.
 
1. 산삼 1뿌리(疑似) 인민폐 10만위안(한화 약 1,700만원)
2. 고려인삼 1뿌리(疑似) 인민폐 2만위안(한화 약 340만원)
3. 청색 돌주전자(石壺) 1개, 높이 50㎝, 인민폐 5만위안(한화 약 850만원)
합계 인민폐 17만 위안(한화 약 2,890만원)
 
이에 대해 시진핑 총서기가 김정은에게 증정한 답례품은 아래와 같았다.
 
1. 높이가 3m에 가까운 공작개전화조경태남묘금대화병(孔雀開屛花鳥景態藍描金大花甁) 1개, 가장 넓은 곳의 반경이 1.2m로서 최소 인민폐 50만위안 이상(한화 약 8,500만원)
2. 20개로 된 홍색의 경태남(景態藍) 식기 1벌, 인민폐 2만 위안 이상(한화 340만원)
3. 12개로 된 백자다구(白瓷茶具) 1세트, 인민폐 5,000위안(한화 약 85만원)
4. 최소 1980년 이전에 생산된 아이쭈이장핑(矮嘴醬甁)마오타이(茅台)주 5병, 적게 잡아도 인민폐 125만 위안(한화 약 2억1,250만원), 만찬에선 마오타이주 2병 이상 땄음.
5. 1990년대 생산된 비천(飛天)마오타이주 6병, 최소 인민폐 6만 위안(한화 약 1,020만원) 이상
합계 인민폐 183만5,000위안(한화 약 3억1,950만원)
 
여기에다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에게 아래와 같은 예물을 선사했다.
 
1. 브로치(胸針) 1개, 귀걸이 한 쌍, 반지 1개를 포함해 홍보석(紅寶石) 혹은 붉은 마노(紅瑪瑙)보석 장식품 1질,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인민폐 3만 위안(한화 약 510만원)
2. 브로치가 달리고 청화자(靑花瓷) 모양이 수놓인 치마 1벌, 최소 인민폐 6,000 위안(한화 약 102만원)
3. 구름을 수놓은 각기 다른 디자인의 고급비단 6필, 1필 당 길이 2m, 인민폐 60만 위안(한화 약 1억200만원)
4. 칼라 화보책 2권, 가격 불명
합계 인민폐 63만6,000위안(한화 약 1억812만원)
 
시진핑 부부가 김정은 부부에게 선사한 위 예물 금액을 다 합치면 인민폐로 2,471만 위안, 한화로 무려 3억2,276만 원이었다. 3,000만원과 3억2,000만원! 무려 열배가 넘는 금액차이다. 두 최고 지도자 부부 사이에 주고받은 예물규모는 지금까지 역대 중국지도자가 중국을 찾은 외국 국가원수에게 선물한 것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통이 큰 것이었다. 양측이 주고받은 예물 품목을 보면, 현재 중국과 북한의 실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정은이 시진핑에 선사한 예물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반영된 듯 산삼과 인삼, 돌주전자가 전부인 단출한 품목이었다. 이에 반해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선사한 답례품은 세계 제2위의 경제부국답게 도자기, 최고급 술, 고급비단 등 품목도 다양했고 가격도 최고의 고가였다.
 
쌍방 간 주고받은 예물의 양과 가격의 차이는 과거 청대 중국황제가 자신에게 조공을 바치러 온 조선사신을 통해 조선국왕에게 하사한 답례품과 정반대였다. 시기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조선국왕이 중국황제에게 바친 선물(方物)과 그리고 공납(貢納)에 대한 대가로 중국황제가 조선국왕을 위해 하사한 하사품을 금액으로 따지면, 통상 중국황제가 조선국왕에게 내린 하사품은 조선국왕이 중국황제에게 바친 진상품 보다 가격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진핑과 김정은이 주고받은 예물은 오히려 거꾸로 중국 측이 10배 이상 더 많았다.
 
이는 단지 선물의 과다로 끝나지 않는 그 이상의 정치적 함의가 내재돼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진핑이 왜 그렇게 김정은에게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안겼는가하는 점이다. 그 이면에서는 단순히 북한과 중국 사이 경제력의 차이만으로 볼 수 없는 정치가 숨어 있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압도적인 선물공세에는 시진핑 총서기가 어렵사리 회복된 중북관계를 공고히 하고, 김정은의 비핵화의사 재확인, 남북정상회담 수락에 이어 북미대화를 원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변신을 격려하면서 모종의 제안을 했고, 김정은도 그 제안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이 그 약속을 잘 이행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묻어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의 방중목적은 무엇이었으며,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무엇을 요청했을까? 현재로선 언론 상에 나타난 바는 없지만, 과거 2000년 5월 방중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지도부에다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으로 30억 달러의 차관을 요청한 것과 달리 이번에 김정은은 중국 측에다 차관이나 경제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방중은 먼저 중북 양측에서 모두 당 고위급 인사를 참여시킨 사실로 보아 오랫동안 소원했던 중공과 조선노동당의 양당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비핵화에 대신할 경제지원 요청 및 중국지도부의 의사 확인, 대미 대응전략 조율, 향후 중국특유사회주의체제로의 점진적 노선수정에 대한 지지와 지원 요청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북관계에서 있어왔던 모종의 비밀협정이나 이면합의는 있었을까? 이와 관련해 현재 언론이나 중국외교가 주변에 갖가지 설이 떠돌고 있지만, 비밀협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면합의는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방식이 기존과 조금 다른 듯하다.
 
예컨대 앞으로 대미, 대남 대응과 관련해 일정상의 공동대응과정을 조율 내지 합의하면서 중국이 미국에게 북한비핵화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양보를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큰 그림의 구상, 또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에 옮기는 대신 중국이 북한에 제공할 경제지원 혹은 경제협력방안 등은 중북 지도부 쌍방 사이에 벌써 원칙적인 합의는 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중국이 북한에 개발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중국에 제공될 것에 대해서도 이미 의사가 타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의 실행과 함께 중국이 북한에 적용시킬 대북 경제지원 혹은 경제협력 정책은 향후 시진핑의 책사로서 일대일로를 입안 착수한 중공 중앙상임위원 왕후닝과 국가부주석 왕치산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북한을 점진적으로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경제체제, 즉 시진핑식 사회주의독재로 유도할 공산이 크다.
 
이면합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중국정부 차원에서 공개한 중북 최고 지도자의 회담과 디아오타이(釣魚臺)의 국빈관 양원재(養源齋)에서 가진 환영오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만찬에서 언급된 대화 내용은 중북 양측이 현 정세에 대해 대략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았다.
 
시진핑은 중북 쌍방이 중북의 전통적인 우의를 계승해가기로 한 결정에 대해 역사와 현실에 토대를 두고 국제정세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이자 유일하게 옳고 정확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은 중북 쌍방의 전략대화를 위해 고위층 연락, 중북의 양당 간 관계를 회복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 지역안정과 평화적 발전을 모색하고, “목하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고, 북한의 사회주의건설도 새로운 역사시기에 진입했”으니 “우리는 북한과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양국, 양당관계의 발전을 언급한 시진핑의 발언에 대해 “극도로 고무 받고 계발 받았다”면서 새로운 정세하에서 중국을 찾아 양국관계를 회복시키기로 한 것은 자신이 결단한 “전략적 선택”인데,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任何情況下都不會改變)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김정은이 북한 경제발전, 민생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취한 조치에 관심을 보인 시진핑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시진핑이 제시한 ‘시진핑사상’을 중공 당장에 포함시킨 것을 비롯해 헌법수정 등 일련의 조치들을 모두 새로운 리더십으로 긍정하고 중국“국가상황에 부합하는 정확한 노선”이라고 화답했다.
 
시진핑은 또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응해 이번에 김정은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에 대해 “상찬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목표의 견지 및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어서 김정은은 자신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주동적으로 취했다면서 “남북관계를 화해협력관계로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남북정상회담, 미국과의 대화, 북미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화 말미에 가서 김정은은 시진핑과 “같은 길을 원하고 선배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받들어 북중 양국관계를 계승 발전”시켜서 새로운 정세에 직면해 양국이 더 가까워지도록 할 것이라면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는 김정은이 점진적으로 시진핑이 권유한 시진핑식 사회주의 일당독재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표시한 것으로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위 글은『시사 IN』제552호(2018년 4월 17일)에「북·중 밀착 보여주는 시진핑의 통 큰 선물」로 제목이 약간 변경돼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