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주요 언론 게재 글 내용

중국 헌법개헌은 시진핑의 친정체제 구축과 중공 일당독재 지속을 위한 조치

雲靜, 仰天 2018. 4. 3. 09:27

중국 헌법개헌은 시진핑의 친정체제 구축과 중공 일당독재 지속을 위한 조치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겸

中國共産黨 所屬 中國共産黨創建史硏究中心 海外特約硏究員)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 국가 주석직을 2회 이상 연임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기존 헌법 제79조 제3항을 삭제하고 중공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동일하게 국가주석직을 종신으로 연임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이는 시진핑이 임기가 끝나는 2023년 초반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국가주석을 연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1인 독재로 가는 게 아니냐며 우려가 쏟아졌다. 우려는 갑자기 SNS상에서 이민검색이 1위로 떠올랐을 정도의 불안감의 표출로 나타났다. 또 한국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찬반양론, 부정 및 긍정, 향후 전망 등으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정치적 의지와 성격, 그간 추진해온 정치행보를 보면 이번 개헌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1993년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당 총서기, 중공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연임 제한이 없게 만들어진 규정을 수정해 세 권력을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31체를 만들려는 것이다. 과연 개헌의 배경과 시진핑의 복안은 무엇이며, 향후 전망은 어찌될까?

 

시진핑이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서도 그런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한 마디로 말해 자신이 아니면 ‘중국의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자만이 존재했다. 목적은 국가주석직을 끝까지 움켜쥐고 지금까지 의욕적으로 칼을 휘둘러온 부정부패 세력과의 전쟁 수위를 높이는 등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련의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진핑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헌법까지 개정할 수 있게 됐지만 멀지 않아 퇴임한 당 원로들의 견제를 받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실체파악은 사회과학적 분석과 역사적 요인을 동시에 고찰해야 의미가 드러난다. 먼저 수정된 헌법내용과 특징에서 개헌의 배경, 목적, 전망 등을 추론해보자. 서언(序言), 총강(總綱), 공민의 기본 권리와 의무 등등 총 4개 장 138개 조항으로 구성된 기존 중국 헌법 가운데 이번에 수정되거나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게 21개 조항이나 돼 총 143개 조항으로 늘어났다. 변경된 21개 조항 중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목은 크게 헌법 정신이나 철학적, 사상적 토대를 제시하는, 한국 헌법의 전문에 해당되는 서언과 본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서언에서는 국가의 지도사상으로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과 3개대표론, 과학적 발전관 사상에 이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 특색 있는 사회주의사상’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사회주의 법제(法制)’를 ‘사회주의 법치(法治)’로 바꿨으며, 중국의 현상을 ‘오랜 기간의 혁명과 건설의 과정에 있다’고 한 조항에다 ‘개혁’을 첨가해 개혁을 강조했고, 중국은 다민족국가로서 민족간 단결, 지방민족주의를 반대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문에서는 제1조 제2항의 ‘사회주의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제도’라는 부분에 ‘중국공산당의 지도는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를 집어넣었다. 즉 조문중에 ‘공산당의 지도’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들어가게 됐다. 또 제3조 제3항에다 기존의 중공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기능과 역할을 확대 개편해 국가감찰위원회로 신설하고 그 권한과 역할을 국무원 수준으로 올렸다.

 

제24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사회주의의 핵심적 가치관을 제창하고’라는 문구를 삽입해 ‘사회주의의 핵심적 가치’와 애국의식을 강조했다. 그리고 제27조에 새로운 제3항을 보태어 국가공무원의 취임시에 헌법선서를 공개로 행할 것을 규정했고, 제79조 제3항을 고쳐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임기는 “연속 2기를 넘지 못한다”는 임기제한을 폐기했다.

 

중국헌법의 이러한 수정은 시진핑의 야심과 인사포석과 연동돼 있으며, 몇 가지 특징을 보이면서 향후 중공의 통치에서 나타날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첫째,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을 중국헌법에 명기함에 따라 시진핑의 위상이 마오쩌둥의 권위에 버금갈 만큼 공고화됨과 동시에 당내 집단지도체제를 1인 독재체제로 갈 수 있도록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말해준다. 실제 그는 장쩌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심지어 덩샤오핑마저도 안중에 두지 않는 오만한 행보를 보였다.

 

예컨대 마오쩌둥 집권 동안 그의 개인우상숭배와 1인 독재가 만들어낸 엄청난 폐해를 고치고자 덩샤오핑이 국가주석직의 연임을 제한한 것을 무력화 해버렸다. 이는 중공 일당독재 체제하에서 최고 지도부인 중공 중앙정치국 중앙상임위원회 내 계파들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분열과 파국을 관리해온 당-국가체제의 독특한 장치를 허물어버린 셈이다. 이번의 양회(兩會)에서도 시진핑은 차기 지도자나 차차기 지도자를 지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계속 권력을 잡고 기왕의 정책을 밀어부칠 가능성을 예고한 것과 맞물려 있다.

 

둘째, 시진핑은 막후에서 원로정치를 해온 장쩌민(江澤民)과 쩡칭홍(曾慶弘)을 제압하고 장쩌민을 우두머리로 한 당내 반개혁 원로세력과 단절하고, 구세력과 차별화함으로써 막후의 원로정치를 차단했다. 당 최고 지도자에서 물러나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지금까지 중공 지도부의 관행이었다. 국가주석직과 당 총서기직을 후계자에게 물려주고서도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 만큼은 물려주지 않다가 나중에 물려주는가 하면 자기파의 인물들을 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에 밀어 넣는 대리 청정 방식으로 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지금까지 덩샤오핑과 장쩌민은 모두 후임자에게 국가 주석직과 중공 총서기직을 물려줘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한꺼번에 같이 물려주지 않고 시간이 경과된 후에 넘겨주면서 군권의 총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으로 후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쩌민은 후진타오 재임시에 막후에서 자신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쩡칭홍과 함께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집권 1기 때까지도 줄곧 그를 견제해왔다. 이른바 원로정치의 악습이다. 후진타오만이 세 권력을 한꺼번에 지금의 시진핑에게 물려주고 깨끗하게 정계를 은퇴해버렸다.

 

셋째, 시진핑 개인권력의 강화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점이다. 중공 지도부 내 각 계파들 간의 세력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 당, 정, 군에 모두 완전히 시진핑 사람들을 지칭하는 시자쥔(習家軍)이 대거 등용돼 주요 요직에 포진됐다. 시진핑으로선 1인권력 강화에 반대하고 개혁에도 크게 걸림돌이 돼온 막후 정치, 원로정치의 구습을 철폐하고 장쩌민이라는 핵심 거두를 제거하려면 미리 그 수족들을 잘라내는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했다.

  

그가 지난 수년간에 걸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장쩌민이 심어놓은 심복을 하나하나씩 쳐내는 권력투쟁에 시동을 걸어 장쩌민의 수족들인 보시라이(薄希來), 링지화(令計劃), 군부의 쉬차이허우(徐才厚)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시진핑 개인 권력의 강화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혁명 원로의 자제 그룹의 명칭인 태자당과 공산주의청년단, 장쩌민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지역 파벌 등 3개 파벌이 분점하던 집권 1기와는 달리 자신의 최측근 인사그룹인 시자쥔이 요직을 장악해 독주 체제로 나타났다.

 

먼저 당에는 7명의 중앙상임위원 중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한정(韓正) 등 최소한 4명 이상이 확실한 시진핑 파에 속한 인물로 포진됐다. 당 서열 2위의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리는 리잔수 전 당중앙판공청 주임에게 맡겼고,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에는 왕양 전 부총리를 앉혔다.

 

정부계통에도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의 연령제한 규정 때문에 물러났다가 국가부주석으로 재등장한 왕치산(王岐山)을 위시해 외교, 경제 등 각 분야에 시진핑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무수히 많다. 각 지방 성시 정부의 수장도 ‘시자쥔’인물로 채워진 게 적지 않다. 허난(河南)성 당서기 왕궈성(王國生), 칭하이성 당서기 왕젠쥔(王建軍), 쓰촨(四川)성 당서기 펑칭화(彭淸華), 광시자치구 당서기 루신서(鹿心社), 장시성 서기 류치(劉奇), 헤이룽장(黑龍江)성장 왕원타오(王文濤) 등이 시진핑의 사람들이다.

 

신장(新疆)위구르와 시짱(西藏·티베트)의 주권과 영토 문제, 반체제 활동, 사이버 공격 등 중국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비대칭적인 위협을 예방하기 위한 정보수집과 대응을 위해 조직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격인 국가안전위원회 지도부도 시 주석을 정점으로 새로 짜였다. 확대 개편된 국가감찰위원회도 왕치산 부주석 측근으로 알려진 양샤오두(楊曉渡) 감찰부장이 초대 주임으로 기용됐다.

 

중공 일당독재의 최대 버팀목인 군부도 시진핑 사람들로 대폭 물갈이되긴 마찬가지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시 주석을 정점으로 부주석에 유임된 쉬치량(許其亮)과 장유샤(張又俠) 전 장비발전부장, 리쭤청(李作成) 연합참모부 참모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 장성민(張升民) 군사위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채워졌다. 로켓군 사령관에서 국방부장겸 국무위원으로 기용된 웨이펑허(魏鳳和)도 장쩌민 수족을 대신해서 새로 기용된 군부의 복심이다.

 

넷째, 그간 국가의 기본법, 근본법 역할을 못하고 국가의 존재를 알게 해주는 형식적인 장식품에 불과했던 헌법을 ‘사회주의 법제(法制)’를 ‘사회주의 법치(法治)’로 바꿔 ‘의헌치국’(依憲治國)을 강조함으로써 통치의 중심이 국가로 약간 이동된 점이다. 이는 향후 인치에서 법치로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이는데, 곧 정부의 통치 기능을 중시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사정, 감찰, 감시, 사찰, 정보수집 기능이 강화되도록 기존 중공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국가감찰위원회로 개편하고 그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기구를 조직한 점이다. 이는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사회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제창한 것, 국가공무원 취임시 헌법을 선서하게 하는 규정들과 표리를 이루고 있는 조치들로서 지속적인 개혁의 강조와 함께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규정한 중공의 지배력 확대와 통치의 심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특징과 변화들은 국내외 내우외환이라는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강력한 영도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는 시진핑과 그의 일파의 현실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 권력집중과 구심력 강화는 중국역사의 거시적 흐름에서 보면 자연스런 추이로 보인다. 장구한 중국의 역사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일치일란(一治一亂), 중앙집권과 분열, 구심력과 원심력의 순환반복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중화제국이 군림했지만 근대에 들어와 서양에 무릎을 꿇었다.

 

반식민지 역사를 뼈저리게 각인시키고 있는 시진핑 등 중국지도부는 이제 다시 과거 “위대한” 중국의 힘에 의한 질서, 즉 ‘팍스 시니카’(Pax Sinica)체제시의 역강한 힘을 회복하고자 한다. 중국몽은 옛날 중화제국의 영광과 위상을 다시 세우려는 의도다. 시진핑의 야심은 황제가 되고자 하는 꿈으로도 비칠 수 있다. 공산주의이념을 견지하면서 공자를 앞세워 중국적 전통가치를 전세계에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가치를 확산시켜온 미국과 부딪칠 수 있는 한 요인일 수 있다.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一治시대로 중앙집권과 구심력이 최대치로 나아가는 도정에 있다. 그것이 정점에 서면 다시 一亂, 분열과 원심력이 작용될 것이다. 그 순환반복의 주기가 얼마가 될지는 숙고된 사회과학적인 천착과 역사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시진핑-리커창’ 체제에서 ‘시진핑-왕치산’ 체제로 집권 2기가 개시된 중국 정국을 전망해보면, 시진핑이 전면에서 당, 정, 군, 외교, 분야에서 진두지휘할 것이다. 그를 보좌할 주요 이론적 책사로는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 서열 4위로 발탁된 왕후닝(王滬寧)이 반부패전쟁, 일대일로 정책, 이른바 ‘대국외교’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경제정책 실행면에서는 시진핑의 ‘핵심 경제자문관’으로 불리면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로 앉힌 류허(劉鶴)가 주도할 전망이다. 또 국방, 군사를 제외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 실행과 추진 면에서는 총리직에 유임은 됐지만 권한이 대폭 축소된 리커창(李克强) 총리 대신 왕치산이 시진핑을 보좌할 것이다.

 

주시할 필요가 있는 특이한 변화는 국가감찰위원회가 중공 내 반시진핑 세력들, 당원과 공무원, 국유기업 간부들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인민들, 특히 반체제인사, 분리주의자, 지방할거 가능성이 있는 불온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정, 감찰, 감시, 사찰, 정보수집 공작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중공이 펼칠 통치기조는 고압적, 권위적이며, 인민의 행복추구권, 알권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 민주, 인권, 생태계 환경 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전체적으로 시진핑 체제는 당분간 순항할 듯해도 얼마 쯤 시간이 지나면 밑으로부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중공일당독재가 휘청거릴 정도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중국의 변화와 동향 그리고 미래를 예측해야 할 이유다.

 

위 글은『시사 In』제551호(2018년 4월 10일)에「당·정·군 장악한 시진핑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의 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