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5 : ‘中國夢’, 개인권력 강화로 국가위기를 극복코자 하는 시진핑의 꿈
중국읽기 5 : ‘中國夢’, 개인권력 강화로 국가위기를 극복코자 하는 시진핑의 꿈
-중국공산당 제19계 전국대표대회 개막보고 평가-
서상문(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은 무소불위의 존재다. 당의 이념과 정체성에서부터 국가의 정치제도와 진로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위와 행불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당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국가가 운영되는 복수 다당제의 민주국가와 달리 여타 당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른바 당 국가(party-state) 독재체제다. 당국가란 하나의 당이 막후에서 군과 정부를 통제하고 인민과 영토를 전일적으로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북한, 베트남 등과 함께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되지 않는 당국가다.
지난 주 18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5년마다 열리는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으로 약함)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개막됐다. 시진핑이 상하이방과 공산주의청년단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제거 등으로 당 대회에 불참할 것으로 점쳐져왔던 장쩌민(江澤民 91)과 후진타오(胡錦濤 75) 전 주석도 참석해 당 대회 주석단 상무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각기 시진핑의 좌우에 앉았다.
당 대회는 중공이 견지할 이념문제를 다루고, 기존 당강을 심의,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전대(前代) 지도부의 성과를 평가하며, 차기 임기 동안 추진할 정책 노선을 제시,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당과 국정의 방향을 정하는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공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등의 차기 당 지도부도 선출한다. 따라서 당 대회의 안건과 결의내용을 파악하면 중국의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당대회에 대한 파악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회는 역대 당 지도자들의 성과를 계승하고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한 시진핑 제2기 체제의 구축과 새 지도부가 추진할 여러 가지 과업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중공 측에서 대회개막 전에 공표한 공고에 따르면, 이번 당 대회에서 논의, 결정할 주요 내용은 크게 국가적 과제로서 빈곤탈출, 반부패, 일대일로, 정치체제개혁, 국가감찰제제개혁, 간부임용 등이다. 경제면에서는 질적, 효율적 성장 우선시, 공급측면의 구조개혁 심화, 혁신형 국가건설, 지역균형발전 및 농업 진흥전략 실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보완을 과제로 들고 있다.
민생과 환경면에서는 교육사업의 우선 발전, 취업의 질 향상 및 소득수준 향상, 빈곤퇴치,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해결, 생태관리체제 개혁이 있다. 제도 면에서는 의법치국(依法治國) 실천의 강화, 기구와 행정체제 개혁의 심화가 있다. 군 개혁에서는 중국특색의 강군 건설,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가 주요 방향으로 제시됐다.
통일전선문제의 하나인 홍콩, 대만에 대한 정책은 기존 정책대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견지하면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18대 중공 대표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가 아직 통일되지 않은 특수한 상황 하에서 양안의 정치관계를 연구 토론하여 상황에 맞는 합리적 준비를 하자”는 제언이 이번 대회에서 빠지고 그 대신 “대만독립 분열세력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힘 있게 수호해나가겠다”, “국가분열의 역사적 비극의 재발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문구들을 언급한 점으로 미뤄 보아 대만에 대해서는 공세적으로 나갈 것이어서 양안관계가 긴장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되고 최종적으로 당정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대회가 끝나는 날 발표될 전체회의 보고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새로운 5년 동안 시행할 국정운영의 대체적인 방향과 원칙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당 대회 첫날 행한 개막 보고로도 윤곽을 그릴 수 있다.
대회장 연단에 서서 전국 450여만 개 기층 당 조직의 당원 8,900여만 명을 대표해 대회에 참석한 총 2,338명(전국 각 지방 당 대표 2,280명과 특별초청대표 74명을 합해 총 2,354명 중, 이 가운데 병가로 16명 불참)을 향해 장장 3시간 25분 동안 휴식 없이 읽어 내려간 시진핑의 연설문은 무려 A4용지 68쪽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이 보고에서 시진핑은 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으로서 총 13개 분야에 걸쳐 지난 5년간의 당, 정, 군 전반에 걸친 성과를 평가하고, 이어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근본적인 당의 이념은 변화가 없었고, 선대의 이념을 계승하면서 자신의 기존 정책방향을 새롭게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5년 동안 시진핑이 주창하고 강조해온 여러 가지 논의들을 집중해 새로운 정세에 대응, 돌파하는 사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의 이름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鄧小平)이론, 3개대표 중요사상, 과학발전관’을 계승하고, 자신이 새롭게 내세우는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사상’(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思想)을 당의 사상적 지표로 삼았다. 이는 대회가 끝나면 ‘시진핑’이라는 기명하지 않고 당장(黨章·당헌) 개정안에 시 주석의 지도사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당장에 그의 이름이 붙여져 ‘시진핑사상’이라고 기술된다면 이는 그가 마오와 덩의 반열에 오른 것임을 나타낸다. 이는 덩샤오핑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한 경제발전을 지속할 것이지만 시대적 환경과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 ‘시진핑 시대’는 자신의 집권 이전 시대와는 다르다는 차별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시진핑이 개막 연설에서 유달리 ‘새로운’(新)이라는 표현을 많이 강조한 이유다. ‘새로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69회나 언급했는데, 이는 이념 및 정책노선의 지속과 변용을 강조한 수사로서 공산주의사상에서 낯익은 변증법적인 발상이다.
이외에 당장에 수정 삽입될 예정에 있는 것으로는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중요한 성과 반영, 중공 제18대 이래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제출한 치국이정(治國理政)의 신이념(新理念), 신사상(新思想), 신전략(新戰略)의 체현, 당 영도와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 즉 엄격한 당 관리)의 경험을 충분히 체현하고 견지하며 강화해 당사업과 당건설의 새로운 정세와 새로운 임무에 적응할 것 등이다.
시진핑 주석은 개막보고에서 자신의 ‘집권 1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이론 탐색으로 혁신적 성과를 거뒀다”고 하면서 자신의 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았다.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인민폐 54조 위안에서 80조 위안으로 증가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세계경제 기여도가 30%를 초과했고, 6,0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도시의 신규취업자 수가 연평균 1,300만 명 이상이 돼 민생안정을 이뤘다는 것이다. 과연 시진핑이 자랑삼아 소개한 성과가 액면대로인지는 추후 전문연구자들이 검토해봐야 할 과제다.
시진핑은 전면적인 소강사회의 실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관건적인 시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32차례나 언급했다. 그리고 집권 제2기 국가운영의 기조로 크게 2012년 자신이 집권하면서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실현’과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 세계적인 리더 국가로 부상시키고자 하는 중화민족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다시 강조했다.
전자는 중공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달성하고, 후자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안으로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양대 100년의 꿈’으로서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실현’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그 과정으로 샤오캉 사회가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2035년까지 초기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는 “21세기 중반까지 부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당 차원에서 가장 중점을 둘 과제로서 경제성장의 지속과 부의 증대를 통한 중국 꿈의 실현과 부패척결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이 과제들이 독립적인 사안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표증한다. 국내외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시진핑은 중국 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이 처한 국내외 정세가 대단히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이 둔화(성장률이 6.5%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 이하일 것이라는 통계도 있음)된 데다 2016년 벽두부터 의욕적으로 메스를 가한 국영기업의 개혁이 반발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개혁의 동력 상실, 경제상황 악화, 토지문제로 인한 농민계층의 집단적 저항, 만연된 부패, 3개주요 격차(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 내륙지역,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경제 및 소득 격차)를 좁혀야 할 판이다.
전국적으로 불공정 거래와 위법, 탈법, 편법 행위가 난무하고, 이를 감독하고 바로 잡아야 할 지방 당 간부, 관료들의 기강이 느슨해져 있고, 관료들의 직무태만과 부패행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중공과 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당 중앙의 통제는 헐겁다. 특히 최하층인 농민의 가난과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주요 모순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즉 그는 복된 삶을 살고자 하는 인민들의 希願이 날로 증가함에도 그것을 충족시켜 줄 능력이 없고, 오히려 3개 격차가 상징하듯이 “불균형, 불충분”한 것이 사회의 주요 모순으로 떠올랐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시진핑 주석이 개막 보고에서 중공이 향후 치중할 과제로 부강, 민주, 아름다움, 문명,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배경이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가 집권함으로써 기존 대중국 유화 자세 혹은 상호 협력 정책의 기조가 강경으로 바뀐 미국의 고압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환율조작을 수단으로 한 대미 덤핑수출을 시정하라고 압력을 가한 상태다. 북핵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을 강화하라고 요구했고, 만약 중국의 역할이 시원찮으면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통첩까지 날려 놓았지 않는가?
하지만 시진핑은 트럼프의 의지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대외문제에서 상호 존중, 공평 정의, 협력으로 상호 윈윈을 추구하는 ‘신형국제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내우외환적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단으로 시진핑 주석은 역사발전에서 정공법이 아닌 기존 권위적인 강경책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드러낸 대회라고 볼 수 있다. 부패척결의 의지는 시진핑 주석이 개막 보고에서 17회 언급한 ‘샤오캉사회 실현’보다 ‘반부패 투쟁’을 더 많은 20회나 강조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부패척결과 관련해 중공 제18대 이후 저우용캉(周永康), 보시라이(薄熙来),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순정차이(孫政才), 링지화(令計劃) 등 당 최고위층 인물의 부패사범을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중공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기율과 국법을 위반하면 모두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부패방지를 위해 당내 법규 90여 곳을 제정하거나 수정하고, 당 중앙에서 당내 순시제도를 당내 감독의 전략적 제도 기제로 안배하고, 연 12차례 순시를 진행하고 전국 277개 당 조직을 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부패척결, 기존 당의 감찰기능을 국가 전체로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감찰체제를 개혁해 당과 정부에 대한 사정기능을 높이려는 것이다. 현재 당 중앙의 지시로 베이징(北京), 산시(山西), 저장(浙江) 3개 시범지역에서 성(省), 시(市), 현(縣) 3급 감찰위원회를 모두 구성한 상태다. 그리고 시범지역에서의 감찰위원회 성과를 기반으로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당 간부의 임용을 엄격하게 해서 원점에서 문제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문제 있는 간부를 선발하는 것을 경계(帶病提拔)하고, 간부임용조례(干部任用條例)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보고에서 시진핑이 ‘종엄치당(從嚴治黨)’을 7차례나 언급했듯이 향후 중공이 치중할 주안점 가운데 하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진핑은 경제적 부, 즉 물질로 중공 일당 독재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 시진핑은 당의 집권능력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획기적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정공법이 아니지만, 그는 향후 당을 중심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한 경제성장을 계속하면서 평등과 복지를 중시하는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를 실현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펼 것이다.
빈곤탈출의 지표로서 먼저 2020년에 농촌의 빈곤인구를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이것은 인민에 대한 당의 약속이며, 물러날 퇴로가 없는 임무로 규정했다. 2012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전국 빈곤인구는 9,899만 명에서 4,335만 명으로 감소(연 평균 1,391만 명 감소, 농촌 빈곤 발생률 10.2%에서 4.5%로 하강했다고 하지만 중국정부가 내놓은 각종 통계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시진핑에게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지속하되 개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중공이어야 하며, 아래로부터의 변화의 싹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중공이 개혁을 주도하고 비중공 당원의 인민들에게는 개혁과 변화의 기회 혹은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공간의 확대를 막는 방향으로 당과 권력을 운영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대응책이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는 회의적이다. 중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입체적인 위기 상황은 과감한, 제2의 혁명적 조치가 없으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의 근원은 중공이 표방하는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이 현 실제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이 부분을 건드리려는 의지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념문제는 농민과 토지소유문제로 환원될 만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앞에서 시진핑은 농민문제를 중국이 처한 주요 모순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제시한 만큼 3농(농민, 농촌, 농토)문제가 혁신적으로 개혁이 되기는 미지수다.
이번 당 대회에서도 토지문제와 직결되는 ‘물권법’이 전혀 논의의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권법 중 국유재산과 사유재산을 평등하게 보호한다는 조항은 중국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토지소유권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중국의 민중봉기나 혁명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이 돼온 토지소유 관계라는 측면에서 토지에 대한 점진적 사유화를 보장하는 입법이 논의돼야 함에도 아킬레스건을 피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역사에서 어느 왕조를 막론하고 가장 소외된 계층은 농민이다. 현 중화인민공화국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농민이 주가 되는 인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그건 중공 당강이나 헌법상에서 말하는 선언적 의미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철저하게 엘리트 중심이다. 중공 창당시부터 그래왔었다. 문제는 마오가 耕者有其田을 구호로 농민을 혁명의 근간 동력으로 유인했지만 국가권력을 잡고선 철저히 팽시켰다. 즉 그가 농업의 잉여생산물로 중공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됨에 따라 농민들이 지금까지 줄곧 희생을 당해오고 있다.
耕者有其田은 실행되지 않았고, 모든 토지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전 국토는 국가의 소유로 하고 있다. 모든 국토는 왕의 소유로 한 전통시대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토지소유권은 국가만이 가지고 있고, 인민은 정부가 임대한 토지이용권 외에는 어떠한 토지도 소유하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돼 있다. 토지를 잃은 농민은 인민공사에 속해 살면서 최하층 삶을 살았다. 농민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선전되고 있지만 중국사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희생상황은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이제 토지소유를 직접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약 10년 전인 2007년 12월, 산먼샤(三門峽) 댐 건설지역인 산시(山西)성 화인(華陰)시와 퉁관(潼關)현 등지에서 7만여 명의 농민들이 토지소유권을 되찾겠다고 선포해서 크게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 중국 각지의 최하층 농촌에서 토지수용과 강제 이주로 인해 정부와 인민이 충돌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그러한 농민시위는 점점 더 과격해지고 규모도 커져 가고 있는데, 대부분이 토지문제가 원인이다.
이러한 시위에 대해 중공과 정부 관료들은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해왔고, 이로 인해 유혈사태로 번지기 일쑤다. 그러자 중국 내 지식인층의 일각에서는 현행 토지제도를 속히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즉 물권법으로는 적법하지 않은 토지수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토지의 사유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에 개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점진적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전제는 사유재산권 보장과 쌍방의 대등한 권리와 지위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토지와 건물 등의 사용권만 인정하는 ‘반쪽짜리 사유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진핑은 이 불합리한 제도와 그로 인한 적폐를 과감하게 걷어내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것은 자신의 선배 혁명원로들이 한 것처럼 제2의 혁명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실제로 추동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공 지도부가 본질적인 아킬레스건에 손을 댈 의지가 없다면, 최소한 점진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 해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식의 미봉책이나 강경책을 지속해 문제가 더 쌓이면 한 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縣)급 차원에 머물러 있는 비공산당원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 복수정당제와 의회제로의 이행 등 중공이 움켜쥐고 있는 독재 권력을 점진적으로 내려놓겠다는 식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미래는 점진적으로 복수 정당들이 상호 견제하고 협력하는 다당제로 나아가 위로부터 개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래로부터의 반정부 저항은 더욱 드세질 것이다. 현재로선 그러한 의지와 로드맵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하다. 우선 중국 내 분출되고 있는 인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흡수할 정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당 대회에 이어 이번 당 대회에서도 전혀 그러한 의지를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이번 당 대회에선 시진핑이 정치체제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것은 인민과 괴리된 중공 단독의 개혁으로서 한계가 있다. 그는 정치개혁이나 민주국가의 제도를 받아들일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중국은 다른 나라 모델을 모방하거나 답습(照抄照搬)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중국의 독특한 문화전통, 독특한 역사운명, 독특한 기본국정으로 반드시 자신의 특징을 갖는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시진핑이 공동운명체인 중공의 원로들과 공생, 공멸을 함께 해야 하는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서 새로운 혁명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상, 이는 중공 지도자로서 그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다. 시진핑은 이러한 위기를 강력한 지도체제와 당개혁, 감찰강화를 통해 넘어서기 위해 악화된 경제상황, 극심한 부패와 관료계층의 기강 해이와 태만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의 새로운 건설을 위한 방안으로 당내에 존재하는 당원들의 개인주의, 분산주의, 자유주의, 종파주의 등등 총 8개 항의 작풍에 반대해야 한다는 ‘8개 주의 반대’를 추진할 것임을 알렸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 작동돼 온 집단지도체제를 약화시키고 1인 권력의 강화와 함께 중공 제18대 3중전회에서 시진핑이 조직한 ‘개혁소조’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친정체제로 당, 정, 군을 총괄적으로 진두지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집권 제1기 동안 반부패 사정을 명분으로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를 조금씩 허물면서 당·군·정을 장악하고 반대세력을 축출함으로써 시 주석은 1인 권력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 통제의 우위와 기율기능을 당 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으로 확대 강화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차기 5년 동안 개혁·개방 노선을 지속시키는 한편, 반부패 투쟁과 종엄치당을 기본으로 하는 감찰기능 강화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군과 언론에 대한 통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군에 대해서는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슬로건과 “2035년까지 국방과 군대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해 21세기 중엽까지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을 자신의 지휘 하에 묶어 두는데 성공했다.
시진핑이 국방과 군대개혁 등 “강군흥국(强軍興國)”을 위한 역사적인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하면서 ‘중국의 꿈’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기적 군대개혁과 군사력 강화를 독려한 점, 또한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의 열한 번째 기본방침으로 “인민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 지도”를 강조한 점으로 볼 때 그는 향후 군사개혁을 지금까지 보다 더욱 권위적으로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언론은 중공을 지탱하는 네 기둥 가운데 하나다. 일당독재가 유지되는 것은 군과 함께 언론에 대한 장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다 중공의 존립을 우선시 하는 이상, 앞으로도 언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 보다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판단된다.
시진핑의 구상을 뒷받침할 인물들이 누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포진될 것인지도 중요한 주목대상이고, 동시에 선출될 제19기 중앙위원회 위원 및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어떤 인물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선출은 계파 간 담합 가능성을 막고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한 차액(差額) 선거 방식이 적용되는데, 후보자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쳐 10% 정도를 탈락시킨다.
선출된 양 기구의 위원은 당 대회가 폐막 된 뒤 대회에서 통과된 결의사항과 제19기 중앙위원 및 후보 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전국 각 지역 대표들이 당 중앙위원 200여명과 후보위원 170여명을 뽑는다. 선출된 중앙위원들은 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하고, 정치국 위원들은 상무위원 7명을 뽑는다. 사실상 사전 내정된 명단을 중앙위원회가 추인하는 형식이다. 선출된 양 기구의 위원은 당 대회가 폐막 된 뒤 대회에서 통과된 결의사항과 제19기 중앙위원 및 후보 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자신을 받쳐줄 세력으로 시진핑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을 전면 포진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자쥔은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勛)의 고향이자 청년 시절 하방(下放, 지식인을 타지의 노동현장으로 보냄)했던 산시 출신, 또는 시 주석이 푸졘(福建)성, 상하이 등의 지방 관리로 일할 때 함께 근무했던 이들이다.
여기에 속하는 주요 인물은 산시파로 분류되고, 기율검사를 전면에서 지휘한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처 주임,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 등과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鐘山) 상무부장 등이 있다. 장쑤, 후난, 지린, 랴오닝, 윈난, 하이난성 등의 지방 성정부에도 시자쥔이 당서기를 맡고 있다.
시자쥔은 개혁을 개시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경제정책에서도 역할이 커질 것이다. 특히 시진핑과 푸젠성에서 함께 일한 경제체제 개혁과 일대일로(육상과 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을 이끌고 온 허리펑 주임이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총리의 전담 영역인 경제와 행정 등의 내치에서도 시진핑의 간여 폭이 넓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향후 시진핑 체제를 이끌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은 당 대회가 폐막되고 연이어 10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제19기 중공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 전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1차 회의가 끝나면 이미 중공 중앙위에서 사전에 조율해 선정돼 있는 인물들의 약력 및 사진과 함께 공표된다. 그들의 면면, 시 주석의 권력 집중 여부와 후계 구도, 계파별 안배, 권력서열 등은 폐막일 정오쯤 시 주석이 신임 상무위원단과 함께 인민대회당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데, 여기에 배석하기 위해 나오는 상무위원의 등장 순서를 보면 권력 서열이 드러난다.
현재 당 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라는 불문율에 따라 최고 지도부인 제18기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은 퇴임 대상이어서 교체가 확실시된다. 그 자리를 리잔수 주임, 왕양(汪洋자오러지 부장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시진핑의 측근인 시자쥔이 정치국 상임위원 중 절반이 차지하지 않겠나 하는 예측 기사도 나오고 있다. 중공은 마오의 독재와 1인숭배를 경험하고 난 뒤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1982년 당장을 개정해 총서기의 독단을 막고, 협력과 견제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견지해오고 있다. 총서기도 다른 상무위원과 동등한 권위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중대 결의사안의 경우 상무위원회 공동으로 결정하는 집단지도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상무위원 절반 이상이 시자쥔으로 채워진다면 집단지도체제의 취지가 사실상 무너지고, 시진핑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이 뻔하다. 하지만 각 계파 간의 절묘한 타협과 절충을 전통으로 삼아온 관례에 따라 이번에도 시진핑 계파가 절반은 넘지 않고 3명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장쩌민이 당 브레인으로 발탁한 이래 후진타오 시대에서도 기용된 뒤 시진핑 호 출범시 후진타오의 천거로 계속 중용됐다가 이번에 정치국 상임위원 입성이 유력한 왕후닝(王滬寧, 62)을 시진핑 계파로 볼 것이냐에 따라 세력 안배의 저울이 무너진다. 그러나 평소 왕후닝의 신중한 성품으로 봤을 때 그는 어느 특정 계파 인물로 보기는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무위원이 아닌 정치국 위원은 시진핑 계파 인물이 많이 포진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의 뒤를 이어 차기 지도자도 내정될 것인가 하는 점도 초미의 관심사다. 매체와 논자 마다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시자쥔의 핵심 인물인 천민얼(陳敏爾·57)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胡春華·54)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 2명이다. 두 사람 다 나이가 50대여서 일단 연령 조건이 맞다.
이 중에서 천 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천 서기는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관계를 맺었던 인맥 중에서 선두주자다.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돌연 낙마하고 천 서기가 구이저우(貴州)에서 충칭으로 자리를 옮긴 점, 구이저우를 마오타이주의 고향에서 빅데이터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등 행정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후춘화 서기의 역전 가능성을 거론한다. 후 서기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의 적통이다. 5년 전 제18차 당 대회에서 쑨정차이와 함께 정치국에 입성하면서 6세대 후계자로 꼽히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 당 대회에서 13억이 넘는 인구의 거대 중국을 이끌 수뇌부 인물들이 어떻게 안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7. 10. 20. 14 : 25
雲靜
위 글은 시사 주간지『시사In』제528호(2017년 11월 1일)에 실린 기사("시진핑, 1인 권력 강화의 길로 들어서다")의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