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고향마을'에 또 예산 20억을 쏟아 붓는다고? 보은성 예산 배정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MB '고향마을'에 또 예산 20억을 쏟아 붓는다고?
보은성 예산 배정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서상문(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허세’란 속은 비었음에도 겉을 억지로 번들거리게 치장해 뭔가 속이 있는 것처럼 치장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기념이란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기념할 때 빛이 난다. 그렇지 않고 속빈 강정임에도 기념하겠다고 홍보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세다. 더군다나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하겠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선심을 쓰는 것이거나 혹은 아부성 보은이거나 둘 중 하나다. 어쩌면 둘 다 해당될 수도 있다.
경북 포항시가 2013~2016년에 걸쳐 총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리(덕실마을)에 조성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릴 적에 잠시 살았다는 ‘고향마을’에 또 다시 예산 20억원이나 배정해 예산낭비가 아닌가 하는 포항시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관광시설을 확충하고 하천 정비 및 탐방로를 정비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포항시가 배정한 사업예산 20억원은 두 건으로 그 내역은 ‘덕실마을 하천 정비 및 탐방로 조성’에 10억원, ‘덕실관 영상시설 및 콘텐츠 보강’에 10억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업 예산에는 2017년~2018년 2년간 국비 5억원, 경북도비 1억 5,000만 원과 포항시비 3억 5,000만 원이 들어가 있다. 두 번째 사업 예산에는 2017년 3월에서 올 연말까지를 사업기간으로 잡고 경북도비 3억원과 포항시비 7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포항시가 내세운 명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덕실마을에 매년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관광기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영상물과 콘텐츠를 확충하거나 업그레이드 하여 “대통령 고향 마을의 자긍심을 고취코자”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역대 대통령이 살았던 곳인데,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 방문객도 최근 조금씩 늘고 있고, 한 해 유지관리비도 6,00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최대한 검소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8월 27일자『한겨레』신문 기사「1시간에 7명...40억짜리 썰렁한 ‘MB마을’ 10억 또 투자하겠다고?」)
그런데 실제 현장을 답사하고 실태를 파악해보면 포항시에서 내세우는 명분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작지 않게 의문이 들고,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할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랍시고 고향집을 지었지만, 덕실리는 그의 고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혔듯이 MB는 1941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5살 때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곳에 잠시 살았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덕실마을은 부친의 고향이지 자신의 고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덕실마을에 국내외 관광객이 어느 정도 방문할까? 포항시는 방문 관광객의 정확한 수치를 어떻게 파악하고 사업성 검토는 어떻게 했으며, 포항시 의회는 이 예산 배정에 대해 어떻게 심의했을까? 아마도 짐작컨대 시 의회의 해당 분과에서 예산이 깎여 20억원이 됐을 수 있다. 또 예산을 더 들여 시설을 더 확충하는 것에 대해선 덕실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MB의 대통령 재임 때 보다 현저하게 뚝 떨어진 상태다. 2008년 48만 명, 2009년 18만 명, 2013년 8만 명이었다가, 작년에는 다시 14만 여명으로 늘어났지만 올해는 8월말 현재까지 총 8만3,935명이 방문했다. MB고향마을은 덕실생태공원 1만1,308㎢, 그 안에 2층짜리 411㎢ 넓이의 덕실관, 223㎢ 넓이의 특산물전시판매장, 정원과 정자 및 주차장, 화장실로 조영돼 있다. 덕실관 2층에는 42석의 작은 미니 영화관이 설비돼 있다.
포항시가 10억의 예산을 배정한 이유로 “하천 정비 및 탐방로 정비”를 내세웠지만, 이곳을 흐르는 하천도 잘 정비돼 있었으며, 진입로도 2차선 포장도로로 깔끔했다. 주차장도 승용차 53대와 버스 4대를 댈 수 있을 정도여서 자동차로 찾아와도 전혀 붐비지 않아 보였다. 취재를 위해 기념관을 찾아갔을 때 붐비기는커녕 인적마저 뜸해 한산하고 한적하다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올해 방문객이 하루 평균 약 347명에 불과한 현재로선 이러한 기존 시설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나머지 책정된 10억원의 예산은 어떻게 쓸까? 앞서 밝혔지만, 포항시는 ‘덕실관 영상시설 및 콘텐츠 보강’에 10억원을 배정해놓았다. 이에 관해 기념관을 관리하는 포항시 국제협력관광과의 담당관에게 덕실관 콘텐츠와 관련해 “어떤 콘텐츠를 보강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콘텐츠는 기존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기존시설이 충분치 못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불편해 한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벤치 등 기념관 내외부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덕실관 내에는 대통령 내외의 대형 사진에 “주경야독”, “샐러리맨의 신화” 등의 내용들이 소개돼 있다. 이러한 내용 외에 더 보여줄 만한 치적이나 모범적이거나 혹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을까? 이러한 전시내용은 한 마디로 MB가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춘 것 일뿐, 지도자로서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내용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주무관청의 담당자도 새로운 콘텐츠를 보강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을 보여 줄 게 없는 현재로선 MB기념관 내 기존 영화관으로도 대통령 재임시 MB의 행적을 소상히 볼 수 있으니 이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런데 10억이라는 예산을 또 투입하겠다고 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덕실마을에 사는 모씨는 이곳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환영하고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최근엔 또 다시 예산을 더 늘려 시설을 보강한다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 “시큰둥”하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해준다. 3선의 김순동 포항시 의원(무소속)에게 물었더니 한 마디로 “지금 그곳에 예산을 투입할 때가 아니다. 마땅하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제대로 된 겸손한 지도자는 자신에 대한 홍보의 확대를 스스로 만류하고 나설 일이지만 당사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관광 효과가 의문시 되는 이곳에 또 다시 총 2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붇기보다 포항시 관내엔 이 보다 더 시급하게 써야 할 곳이 적지 않다. 예컨대 예산 규모가 큰 것으로는 이순동 의원이 밝혔듯이 정말 포항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형산강 수은오염문제의 해결이 더 시급하고, 대구에 있는 ‘동해안 발전본부’를 포항으로 유치하는 것도 한층 중요하다. 이 보다 적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는 당장 포항시 남구 해도동, 송도동, 대도동 등 형산강을 끼고 살고 있는 주민들이 수십 년 간 입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조사도 있다.
또 포항 운하공사로 입게 된 근처 수변 지역의 가옥들의 누수문제 해결에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시공을 맡은 모 건설회사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비가 오면 누수가 심한 가옥이 90여 가구나 되는데, 해당 가옥 주민들이 포항시에 민원을 넣어도 포항시에선 예산이 없어 손을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20억이라는 거액을 보강이 시급하지도 않는 MB고향마을에 쏟아 붇고 있다. 이외에도 차라리 변변한 복지관을 짓거나 아니면 중앙초등학교 터를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녹지사업 예산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포항시민들 가운데 이번 포항시가 배정해놓은 20억이라는 돈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은성 예산 책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 포항시장은 고향 포항시 장기면을 떠나 경찰대학 졸업 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총경에서 승승장구해 해양경찰청장까지 지낸 바 있다.
위 글은 2017년 9월 19일자『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기사의 수정 전 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