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어느 정신 노동자의 점심

雲靜, 仰天 2016. 4. 13. 14:54

 어느 정신 노동자의 점심



하루 중 가장 긴 휴식시간
갠지스강 성수되어 흐른다.
미지근한 온기의 보온도시락 속
나폴레옹이 넘은 눈 덮인 알프스를
늙은 시저의 지휘봉으로 힘 겹게 오르내린다.
 
봄이 봄답지 않은 3월 초
한기 도는 으스스한 공장 한켠에서
설산을 구르카 용병처럼 쉼 없이 오르내릴 제
어디서 들려오는 꿈속의 취침나팔소리
띠 두른 파란 갑옷의 찬합은 귀가를 채비하고
쓰러진 주검들은 기약 없는 부활을 꿈꾼다.
 
동학농민전쟁시 머슴들이 먹던
고봉 가득한 도시락을 다 비워도
넋 나간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데
레닌이 욕한 부르주아란 게 노예선을 상기시키고
쉰다는 게 탄광노무자의 엄동섣달이다.
 
엄습하는 피로에 밀려 절로 감긴 두 눈
순간접착제처럼 달라붙는구나.
눈을 떼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미소라
아! 이대로 시간이 멎으면 좋겠구나.
예서 붙은 눈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게 천당이고 극락일테지!

 
2016. 3. 3. 13:20.
삼각지 연구실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