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 닦음/주요 논문 및 서평 내용

靑巖 박태준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상관성 연구

雲靜, 仰天 2014. 6. 5. 12:22

靑巖 박태준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상관성 연구 (A Study on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Military Mind and Entrepreneurship of POSCO Founder Tae-Joon Park)

 

   

 서 상 문 1)
배 종 태 2)

 


                                          차 례
 
       Ⅰ. 머리말
           1. 연구의 동기와 목적
           2. 연구의 주요내용
           3. 연구방법과 기대성과

       Ⅱ.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정의와 특성
           1. 군인정신의 정의
           2. 기업가정신의 정의
           3.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

       Ⅲ.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형성 과정
          1. 청암의 군인정신 형성
          2. 청암의 기업가정신 형성
 
       Ⅳ. 청암사상의 특성 정립과 체계화
          1.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
          2.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
          3.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본 청암사상의 특이성

      Ⅴ. 맺음말

 

1) 교신저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suhbeing@daum.net
    2) KAIST 경영대학 교수, 테크노경영대학원장, ztbae@business.kaist.ac.kr

 
초 록
 
   본 연구는 포스코 창업자 靑巖 박태준의 리더십과 사상, 행동양식을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조명해보고,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청암의 사고와 행동에서 어떻게 발현됐는지, 또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 살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정의와 특성을 기존 문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군인정신을 “군인에게 주어진 사명과 임무 완수를 위해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하는 위국헌신(爲國獻身)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으로 정의하였다.
   본연구에서는 서로 상이해 보이는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① 몰입과 헌신, ② 강력한 목표지향성, ③ 자원의 조달 방식, ④ 전략적 접근, ⑤ 동기/의지의 발현, ⑥ 위험의 효과적 관리, ⑦ 강력한 리더십의 7개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하였고, 청암의 어록과 제반 기록들을 바탕으로, 청암에게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았다. 특히 청암에게 군인정신이 형성되는 과정과 청암 군인정신의 특성을 ① 인생관, ② 국가관 (국가에 대한 태도), ③ 목적, ④ 태도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기업가정신이 형성되는 과정은 ① 일본유학 시절, ② 군복무 시절, ③ 일본 순방과 대한중석 사장 시절, ④ 포스코 창립 시절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청암이 포스코 창립 이전 일본에서, 군에서, 청와대와 대한중석에서 학습한 지식 및 경험을 통해 축적한 역량, 그리고 그의 인생관과 국가관이 청암의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본 연구에서는 청암의 사고와 행동에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속성들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관찰하였고, 또한 그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강화되었는지 분석하였다. 또 청암이 이 두 가지 접근방법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했는지도 살펴보았다. 청암에게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서로 충돌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고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산업화시대의 특성과 청암의 개인 성향 및 의지, 그리고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동태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청암의 ‘양손잡이 리더십’ 스타일을 들 수 있다.
    본연구는 탐색적 사례연구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이론적 기반을 강화하고 다른 성공적인 군인이나 기업가 그룹과의 심층 비교분석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청암이 활동하던 산업화시대와 현재의 한국사회를 비교해 보면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업화시대가 아닌 현재의 상황에서는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시대정신에 맞추어 기업 및 조직 경영에서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고, 그러한 사고 및 행동방식들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루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Ⅰ. 머리말

 
1. 연구의 동기와 목적
 
   靑巖 박태준은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와 포스코(POSCO)의 창립 및 발전과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스코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기틀을 다진 그의 사상과 행동방식의 원류는 다각적 관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암은 군인으로서 그리고 기업가로서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로징(Rosing) 등(2010)이 제시한 ‘양손잡이 리더십’(ambidextrous leadership)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본 연구는 청암의 리더십과 행동양식의 뿌리를 ‘군인정신’(military mind)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찾아보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포스코의 발전과정에서 청암을 통해 어떻게 발휘되었는지 살펴본다. 서로 다른 두 관점을 통해 청암의 리더십과 행동양식을 조명해보는 것은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청암의 말과 행동에 나타난 제반 의사결정이나 상황판단의 원칙, 방식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찾는 것은 청암사상의 학문적 정립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다. 청암의 “절대적 절망은 없다”, “하면 된다”, “우향우 정신” 등을 기존의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그 원천을 체계적으로, 학문적으로 파악해 보겠다. 이러한 시도는 청암사상을 “불굴의 의지”나 “애국심” 등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 개인적 성향으로만 보는 현상적 분석에서 벗어나, 그 같은 판단과 행동이 나오게 된 내재적인 배경이나 원천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노력을 통해 청암사상이 학술적으로도 다각적 시각으로 보아 설명 가능하고 새롭게 조명되는 경영사상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하나는 청암의 삶에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연계되고 상호 영향을 미쳐 청암사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청암사상의 이론적 바탕이 될 새로운 요소를 발굴하고, 새로운 상황에서 청암사상의 적용 가능성과 실천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다.
 
2. 연구의 주요내용
 
   본 연구의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일반 개념을 파악하고,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한다.
   둘째, 청암의 어록, 판단과 행동 중에서 군인정신 및 기업가정신의 발현으로 볼 수 있는 사례를 파악하고, 청암 만의 특수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형성과정과 그 특성을 청암의 일대기와 연계하여 규명하였다. 또한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등의 군인정신들을 참고하여 이들과 청암의 군인정신을 비교하면서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청암의 기업가정신 형성과정을 살펴보면서 다른 저명한 기업가들의 기업가정신 형성과정도 참고한다. 아울러 군인정신 및 기업가정신의 일반적 특성과 청암 특유의 특성을 비교한다.
   셋째,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떤 면에서 유사하고 다른지 상호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다. 아울러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상호 연계되고 상호작용을 했는지 분석한다. 또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선순환 사이클을 파악하고,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상보적으로 잘 발휘된 상황을 파악한다.
   넷째,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청암사상의 특성 정립 및 체계화를 시도 한다. 즉 포스코의 설립 및 성장과정에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발현으로 나타난 경영 의사결정 사례를 파악, 분석하고, 청암의 뿌리를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의 결합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체계화하고 재조명하고자 한다.
   상기 비교대상을 시각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즉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일반 개념과 유사점/차이점, 청암의 사례, 청암사상의 특성 등을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림 1> 연구의 주요 내용 및 분석의 틀
 
3. 연구방법과 기대성과
 
  본 연구에서는 세 가지 연구방법을 사용한다. 첫째는 기존문헌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인정신, 기업가정신 등에 관한 문헌, 군인정신과 경영자의 사상과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제반 요인에 관한 연구, 청암에 대한 각종 기존자료, POSCO社史 및 발간자료, 활용 가능한 내부문서, 간행물 등에 대한 조사 및 정리가 포함된다. 또한 각종 문헌고찰을 통해 얻은 내용을 연구의 분석 틀에 적용해 정리한다.
   둘째, 청암연구회 워크샵과 연구팀의 이슈 토의 등 세미나를 통한 ‘아이디어 도출 및 수렴과정’(brainstorming)을 거친다.
   셋째, 청암과 함께 군이나 포스코 경영 일선에 있었던 전․현직 인사들을 인터뷰하거나 혹은 청암 사상을 연구한 연구자와 면담을 진행한다.
   본 연구를 통해 기대되는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리고 연계성을 학술적, 현실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청암의 삶에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발휘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상호 연계되어 포스코의 창업 및 발전과정에서 제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할 수 있다. 나아가 청암사상의 이론적 정립에 기여하고, 청암사상의 확산 및 보급에 기여함과 동시에 경영자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Ⅱ.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정의와 특성

 
1. 군인정신의 정의
 
   군인정신(military mind)이란 흔히 군의 특유한 모습이나 기능적인 양상을 일컫는 말 이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1927∼2008)이 제시한 군인정신의 특성과 직업군인의 윤리라는 관점에서 검토해 보면, 군인정신은 보통 ‘능력 혹은 자질’, ‘속성 또는 특성’, ‘태도 또는 본질’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지만, 이 세 가지는 모두 군인정신을 정의할 수 있는 충분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능력 혹은 자질’은 군인정신의 두드러진 한 면을 다루고 있지만 군인정신 특유의 “군사적인” 면모를 정의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자나 치과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듯이 지적 능력의 높고 낮음이 다른 직업과 명백히 구분되는 군인정신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인정신의 특성이 군인의 인성을 구성하는 정신적 속성 또는 자질에 있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접근방법에 의하면, 군인정신이란 규율이 바르고, 엄격하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서 융통성이 없고, 관용적·직관적·정서적이지 않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군인 이외의 직업인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들에 관한 성격, 가치, 행동에 관한 지식이 더 많이 축적되기 전에는 군인정신의 특성으로 규정하기에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접근방법은 군인의 ‘태도 또는 본질’, ‘가치 및 견해’ 등 군인정신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업으로서의 군인’이라는 역할을 오랫동안 지속 수행함에 따라 형성되는 직업군인 윤리의 일부이며, 특히 어떤 특정한 선호나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직업윤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직업군인이 다른 직업인과 다른 그들만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군인의 ‘기본 가치’와 ‘시각’인데, 군인은 국가 군사안보의 증진을 위한 책무 이행 시 그 수단의 하나로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한다.
   둘째, 국가의 군사정책에 대한 태도·반응인데, 이는 전문직으로서의 군이 가져야 할 책임이 군인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다섯 항목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1) 국가를 정치조직의 기본적 단위로 생각하게 하고, (2) 국가 군사안보에 대한 위협의 지속성과 그에 따른 전쟁발발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3) 군사안보 위협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강조하고, (4) 임전태세를 갖춘 강력 하고 다각적인 군사력의 유지를 지지하고, 옹호하며, (5) 승리가 확실하지 않는 때를 제외하고는 국가가 전쟁에 관여하거나 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반대하고, 참전을 부추기는 언론이나 전쟁개입을 반대한다.      
   셋째, 군과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태도 또는 사상, 실체라는 점인데, 군은 국가에 충성하고, 상관에게 복종하되 명백한 문민통제 하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 내용을 종합 정리하면, 능력 혹은 자질, 속성 또는 특성, 태도 또는 본질이라는 세 가지 관점 중 ‘능력 혹은 자질’과 ‘속성 또는 특성’은 군인정신으로 규정할 수 없고, 군인윤리와 관련된 ‘태도 또는 본질’만이 군인정신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군인정신’이란 사무엘 헌팅턴의 정의에 따르면, 군대라는 조직을 일반 조직과 다른 특수한 것으로 비교되게 만들어 “군인적인” 면모를 제대로 규정하고 드러나게 만드는, 즉 군 조직구성원들만이 가지는 특수한 태도, 가치, 견해를 말한다. 즉 군인은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한 국가를 지탱하는 정치이념과 체제까지 수호해야 하는 사회봉사 의무도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군대에 무력사용권을 위임하여 합법화하는 까닭도 주권수호와 함께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라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군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이 같은 의무를 수행하고 책임을 진다는 사실에 대해 긍지를 가진다. 사회와 국민이 이러한 긍지를 인정할 때 군인에 대한 명예가 형성된다. 즉, 명예란 군인 스스로가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군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로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명예와 충성심, 멸사봉공, 국가안보의 선봉에 서 있고, 정의를 실천한다는 명예심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군인은 명예를 최고로 존중한다. 그리하여 군인, 특히 군의 리더는 국가의 명예를 위해 조국과 민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 전문적 업무능력, 국가발전을 모색하는 끝없는 열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국가와 민족에 충성하고 헌신한다.
   군인정신이 일찍부터 태동되고 중시돼 온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거론되고 있는 군인정신을 고찰해보자. 영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군사적 명예의 4가지 기본요소 가운데 직업군인상은 다음과 같다. (1) 장교는 신사적이어야 하고, (2) 사령관에 대한 충성은 개인적이어야 하며, (3) 장교는 항상 올바른 자기규제를 제시하는 끈끈한 형제와 같아야 하고, (4) 장교는 전통적 영광의 보존과 강화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프랑스의 드골 장군이 생각한 군인정신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휘관은 일을 수행함에 있어 집단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더불어 개인들의 공통된 행복을 끊임없이 기원하는 집단의 도약대로서도 기능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목표를 더 높이 잡고, 더 크게 보며, 더 넓게 판단해야 한다. 이는 사소한 일에 논쟁을 벌이는 일반인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자질이다. 이렇게 모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킴으로써 그는 부하들에게 매력의 대상이 되고, 행길에 떨어지더라도 부하들을 끌어주어야 한다. 또한 미약한 임무가 그에게 떨어진다 하더라도 기꺼이 하인의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 훌륭한 군인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장군이 생각한 직업군인의 정신적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지휘관은 규율의 모범을 설정해야 한다. 상과 벌에 대한 정의에서 정의는 양심적으로 주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정의는 어떤 다른 것에 의해서도 의심되어지면 안 된다. 더불어 상은 그것의 가치를 손상되지 않도록 아무렇게나 경솔하게 수여되면 안 된다.
   둘째, 장교는 항상 좋은 매너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그의 제안과 충고를 예의 바르게 들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격려는 훈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장교는 항상 리더십과 규율에서 그들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넷째, 인내심이 가장 큰 덕목이다. 의지, 노력, 인내, 원칙, 야망이 워싱턴 자신을 만들었다. 길고 위험한 그의 험난함 삶에서 그는 일관된 길을 걸었기 때문에 필요한 힘과 방향을 가졌다.
   헌팅턴이 세운 군인정신의 내용과 영국, 드골, 워싱턴이 생각한 군인정신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군인정신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한다.
   둘째, 국가 군사안보에 대한 위협의 지속성과 그에 따른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셋째, 군사력의 유지를 지지하고 옹호한다.
   넷째, 국가의 전쟁 관여와 전쟁 연루를 반대하고, 승리할 수 없는 전쟁 개입을 반대한다.
   다섯째, 국가에 충성하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여섯째, 군은 부하들을 이끌고 리더십과 규율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 할뿐만 아니라 명백한 문민통제 하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한 마디로 군인정신이란 “군인에게 주어진 사명과 임무완수를 위해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하는 위국헌신(爲國獻身)과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앞세우는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실천하는 수단 내지 태도, 자세, 의식과 관련된 하부 속성으로는 개인보다 조직 중시, 전통과 명예 존중, 상의하달, 효율성, 규율적 행위, 전략적 사고, 타의 모범, 신사적 매너, 훌륭한 리더십, 인내심 등을 꼽을 수 있다.
 
2. 기업가정신의 정의
 
   기업가정신은 불어에 어원을 둔 영어 표현인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번역한 것으로 企業家精神, 起業家精神, 創業者精神, 벤처정신, 창업활동, 가치창출활동 등으로도 불린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경영자의 마음가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치를 창출하는 起業家(entrepreneur)의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起業家精神’이라는 번역이 가장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여러 정의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은 스티븐슨(Stevenson)과 팀몬스(Timmons)의 정의라 할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스티븐슨은 기업가정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추구하는 것”(the pursuit of opportunity without regard to resources currently controlled)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현재 보유하고 이는 자원에 얽매이지 않고 기회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의 핵심을 잘 표현한 것이며, 학계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의이다. 한편 팀몬스는 기업가정신을 “인간의 창조적 행동으로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무조건 위험에 무모하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그리고 재정적인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을 감수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그는 기업가정신을 “기회에 초점을 두고, 총체적 접근방법과 균형 잡힌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는 사고, 추론, 행동 방식”(a way of thinking, reasoning, and acting that is opportunity obsessed, holistic in approach, and leadership balanced)으로 정의하여, 기업가정신이 사고방식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을 수반하는 실천적인 방식임을 강조하였다.
   기업가정신을 설명하는 핵심단어는 ‘기회’(opportunity)이다. 보수적인 조직들은 먼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파악한 후 그 보유자원 범위 내에서 기회를 추구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기업가적 조직은 보유자원에 얽매이지 않고 먼저 사업기회를 포착한 후에 그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는 접근방식을 따른다. 즉 남이 보지 못하는 현재와 미래의 기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기회를 매력적인 사업아이템으로 구체화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자원을 조달하고 활용하여 결실을 얻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구현과정이다.
   배종태와 차민석은 위 논의들을 종합하여 기업가정신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규모보다 기회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자원규모가 더 클 경우 자원부족 및 격차가 생기는데, 기업가정신에서는 이를 벤처캐피탈 등 외부자원을 적극 유치하고, 당장 불필요한 낭비요소들을 줄이고 절약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스티븐슨은 기업가정신의 핵심특성을 무언가 새로 만들어갈 기회를 포착하는 방식과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인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다음 여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기회를 어떻게 포착하고 추구하는가?”하는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 ① 자원보다 기회에 초점을 둔 전략적 성향을 가져야 하고, ② 기회를 포착했으면 이를 과감하게 추구(commitment to opportunity)해야 한다. 아울러 “기회를 포착한 다음에, 요구되는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는가?”하는 관점에서 보면 네 가지 특성이 있다. 즉 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다단계에 걸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씩 자원을 확보하고, ② 소유보다는 활용 중시의 자원관리방식을 선호하며, ③ 공식적 위계보다는 전문성에 바탕을 둔 비공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수평적 관리방식을 취하고, ④ 가치창조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는 보유주식 지분에 따라 한계를 두지 않고 보상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핵심주체는 기업가(entrepreneur)이다. 기업가는 가치창출을 위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그 방식은 보통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형태로 나타난다. 팀몬스는 기업가들이 공통으로 갖추어야 할 특성으로, ① 몰입(commitment)과 헌신, ② 기회에의 집착, ③ 리더십, ④ 남보다 앞서려는 동기, ⑤ 모호성 혹은 불확실성 수용, ⑥ 창의성과 적응력 등을 꼽는다.
   이상의 문헌들을 바탕으로 기업가정신에 바탕을 둔 기업가적 경영자의 특성을 10가지로 정리하여 관료주의적/행정가적 경영자의 특성과 비교하여 <표 1>에 제시하였다.
 
<표 1> 행정가적 경영자와 기업가적 경영자의 접근방법

항목

행정가적 경영자의 특성
(administrative manager)


기업가적 경영자의 특성
(entrepreneurial manager)
기회
포착
방식
전략적 성향/초점

• 통제 가능한 보유 자원에 따라 행동
• 기회보다 보유 자원을 먼저 생각
• 기존의 제약조건 충족에 역점
• 기회에 대한 인식에 따라 행동
• 보유 자원보다 기회를 먼저 생각
•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극 부응
기회 추구 방식

• 다단계 의사결정과정, 위험 회피 추구
•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추구
• 포착한 기회의 과감한 추구
• 혁명적이고 단기적으로 신속하게 추구
자원
활용
방식

자원 확보 방식

• 단일 단계 결정에 따른 자원 투입 추구
• 모든 자원을 확보한 후에 사업 착수
• 다단계에 걸친 자원 확보 방식
•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큰 성과 추구
자원 관리 방식

• 소요자원의 자체 소유 또는 고용 선호
• 소요 자원의 안정적 확보 추구
• 활용 중시의 자원 관리 방식
• 자원을 필요할 때만 활용, 계약/임대
조직 관리 방식
및 시스템
• 공식 위계(Hierarchy) 중시
• 규정/권한 명료화, 공식 시스템 선호


• 비공식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
• 역량/관계 중시의 수평적 관리방식
보상체계/원칙,
공유의식
• 가치창조 중심의 보상체계
• 높은 성과에 대해서도 제한적 보상
• 성과를 소수 그룹이 독점하려는 의도


• 가치창조 중심의 보상체계
• 높은 성과에 대한 무제한적 보상
• 성과에 기여한 모든 주체와 성과 공유
기업
가의
특성
기회에 대한
몰입/헌신, 끈기


• 기회에 대한 낮은 몰입/헌신
• 항상 다른 기회를 대안으로 고려
• 기회에 대한 높은 몰입/헌신
• 배수진, 사명의식
리더십/기대수준/
자신감


• 리더십과 남보다 앞서려는 의지 부족
• 미래 모습에 대한 비전 제시 미흡 
• 강한 리더십과 남보다 앞서려는 의지
• 미래 모습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
• 모호함에 대한 수용능력 미흡
• 불확실성/리스크 인식 및 관리 미약


• 모호함에 대한 수용능력 우수
• 불확실성/리스크 인식 및 관리 우수
창의성/혁신성• 창의성/혁신성 미흡
•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미흡


• 창의성/혁신성 우수
•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우수

[자료출처] Stevenson(1983), Timmons & Spinelli (2009) 종합, 보완
 
3.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 사이에는 유사성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군인이 배수진을 치고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듯이, 기업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기회를 실현하기 위하여 배수진을 치고 사업에 임한다. 이처럼 배수진을 치고 임하는 ‘몰입/헌신’은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이지만, 군인정신에서 헌신의 대상은 국가/민족이며, 기업가정신에서 헌신의 목표는 자신(또는 조직)이 추구하는 기회의 실현이다.
   또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공통적으로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기회를 포착하고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는 반면, 군인정신에서는 정해진 목표를 반드시 실현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표 2>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차이점

 군인정신 (military mind)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정의⦁군인에게 주어진 사명과 임무 완수를 위해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하는 위국헌신(爲國獻身)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
전반적인 유사점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 (despite difficulties)
② 구체적인 목표 제시 (goal-oriented)
③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 (role of leader)
전반적인 차이점① 기존 체제의 안정/보호
② 개인보다 집단 중시 (멸사봉공)
③ 딱딱한 이미지 (유연성 미흡)
④ 설정된 목표의 달성에 역점
⑤ 효율성(efficiency) 중시
① 새로운 체제의 창출/성취
② 함께 일하며 배려하나 자기발전 중시
③ 유연한 이미지 (불확실성 높음)
④ 높은 목표의 설정에 역점
⑤ 효과성(effectiveness) 중시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의 유사점① 몰입과 헌신 (commitment)
② 강력한 목표지향성 (goal-oriented)
③ 자원의 조달 방식 (resource marshaling)
④ 전략적 접근 (strategic approach)
⑤ 동기/의지의 발현 (motivation and will)
⑥ 위험의 효과적 관리 (risk management)
⑦ 강력한 리더십 (leadership)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의 차이점① 헌신의 대상 – 국가 안위
② 목표 – 국방 (국가 생존)
③ 자원 조달/활용 – 국가가 지원
④ 전략 - “how to do”에 더 주력
⑤ 전략적 의지 – “하면 된다”
⑥ 위험에 대한 태도 – “순국”
⑦ 리더십 - 주어진 목표 달성
① 헌신의 대상 – 기회 실현
② 목표 – 성취 (개인 행복)
③ 자원 조달/활용 – 스스로 조달
④ 전략 - “what to do”에 더 몰입
⑤ 전략적 의지 – “비전과 리더십”
⑥ 위험에 대한 태도 – “계산된 위험”
⑦ 리더십 - 올바른 목표 설정

 
   더불어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에서의 차이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헌신의 대상’에 대해선 군인이 국가 안위를 먼저 고려함에 반해 기업가는 자신 혹은 조직체의 기회 실현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고, 목표에 대해서는 군인이 국가 생존을 위한 국방을 일차적인 의무로 하는 반면, 기업가는 개인의 성취에 주력한다. 아울러 ‘활용자원’ 측면에서 보면, 군인은 국가가 제공하는 재정과 인력을 대상으로 삼지만, 기업가는 개인, 투자가 혹은 정부의 재정을 활용하여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또한 전략은 두 경우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군인은 주어진 목표를 “어떻게”(how to do) 달성할 것인 지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기업가는 “어떤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what to do)에 더 집중하며, 환경변화에 따라 목표를 수정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어떤 사업 목표를 정하고 기반을 만드는 시기에는 기업가정신이 더 필요하지만, 정해진 높은 목표를 추진하는 시기에는 군인정신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군인정신은 강직한 이미지를 주지만 유연성은 다소 떨어진 느낌을 주고, 기업가정신은 유연한 이미지를 주면서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에서는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강조된다는 점이며, 그 중심에는 리더(장교, 기업가)가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핵심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유능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Ⅲ.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형성 과정

 
1. 청암의 군인정신 형성
 
   청암의 삶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서 출생해 일본으로 건너가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면서 일본의 고등교육까지 받고 광복과 함께 귀국하기까지의 ‘학생 시기’(1927~1947년)다.
   둘째, 조국으로 돌아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군인의 길을 선택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6․25전쟁 참전과 함께 일선 부대지휘관과 고급 참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무인 시기’(1948~1963년)다.
   셋째,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대한중석을 흑자 기업으로 만들어 놓은 후 세계적 규모의 포스코를 건설하고 운영한 산업건설 역군, ‘기업경영인 시기’(1964~1992년)다.
   넷째, 장년에 들어 포스코를 운영하면서 제13대 국회의원 민정당 비례대표에 당선(1988년)돼 정치일선에 뛰어든 짧은 막간의 시기와 그 연장선에서 외압으로 이루어진 긴 ‘해외체류 시기’(1988~1997년)다.
   마지막으로 해외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후 본격적으로 정치일선에 복귀했다가 다시 은퇴하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노년 시기’(1997~2011년)이다.
   청암의 군인정신은 그의 삶의 단계 가운데 둘째 단계인 군문에 들어간 시기, 즉 군인의 길을 선택한 그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6·25전쟁 참전과 함께 일선 부대지휘관과 고급 참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무인시기’에 형성되었다. 이 시기 그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사이였다.
   이 시기에는 일반적 개념에서의 군인정신만 체득된 게 아니라 청암 만의 고유한 군인정신의 특성도 함께 형성됐다. 청암은 군 재직 시 개인보다 집단과 국가를 중시하고, 국가안보와 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전형적인 직업군인이었다. 청암으로 하여금 위국헌신(爲國獻身), 선공후사(先公後私), 부국강병, 자주국방 정신을 개인의 각오나 수사적 차원의 이론이 아니라 행동으로 몸소 실천하게 만든 첫 번째 계기는 6·25전쟁이었다. 청암의 고유한 군인정신의 특성은 타고난 생래적 성격에다 첫 번째 시기를 거치면서 받은 부모님의 훈도와 일본생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암이 가졌던 군인정신의 특성을 ① 인생관, ② 국가관 (국가에 대한 태도), ③ 목적, ④ 태도의 순으로 살펴보자.
 
(1) 인생관
   청암은 자신의 내면에 ‘無私 死生觀’이 존재하고 있다고 긍정한 바 있다. 無私 死生觀이란 곧 사적 욕망과 욕심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국가의 공적인 일을 우선시하는 자세로 삶을 사는 태도를 말한다. 그는 “청렴과 강직은 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사심을 가지지 않는, 말 그대로 無私 死生觀이 확고히 정립돼야 흔들리지 않는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無私 死生觀을 생성시킨 다른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광복과 함께 귀국한 뒤 조국의 암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깨닫게 되는 일련의 상황이었다. 박태준이 회고한대로 그 자신의 내면에 無私 死生觀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청년기와 청년장교시절을 거치면서였고, 특히 6·25전쟁의 영향이 컸다. 즉 死地로 뛰어들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거나 숱한 부하, 동료, 선배 전우들의 죽음을 목도했다는 것은 분명 자신의 말대로 전쟁을 통해 無私정신을 체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전우들이 죽어가는 것을 체험했던 경우를 나열해 보면,
6·25전쟁 발발 3일째인 1950년 6월 27일 중대 병력으로 미아리의 서라벌 중학교 방어전투 수행 시, 그리고 전쟁 막바지 1953년의 삼각봉고지 전투와 화천 수력발전소 사수 임무를 맡아 생사를 넘나든 949고지 전투를 들 수 있다.
 
(2) 국가관 (국가에 대한 태도)
   청암의 국가관은 한 마디로 부국강병 국가관에서 연유한 ‘국가존립 우선’ 및 ‘국가이익 우선’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 그는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태준이 군인이 된 것도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한 애국심의 발로였다. 조국이 북한의 침략을 당해 적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죽기를 각오하고 전투에 임한 박태준의 호국의지는 정도와 진정성에서 이순신 장군이나 안중근 의사의 그것들과 비견할 만 했으며,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성격 면에선 유사하다. 요컨대 이순신, 안중근, 박태준이 공통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가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인류역사상 위대한 역사를 전개한 인물들의 애국심은 대체로 無私정신에서 발양된 위국헌신(爲國獻身), 선공후사(先公後私), 보국안민(輔國安民)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청암은 위국헌신, 선공후사의 정신이 투철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 군인정신에도 나타나는 내용이지만, 청암의 그것은 여타 일반적인 직업군인들 보다 철저하고 투철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일반 군인정신과 달리 그는 군이 명백한 문민통제 하에 있게 하기 위해, 부국강병·자주국방을 달성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 문민통제를 벗어난 군의 정치개입을 찬성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3) 목적
   청암은 조국근대화, 부국강병,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輔國安民을 위해서였다. 최초로 그 계기가 된 것은 광복 후 일본에서 귀국한 뒤 마주치게 되는 조국의 현실이었다. 1947년 귀국 후 조국의 암담한 현실과 극도로 혼란했던 정치상황은 청암으로 하여금 30대가 되기까지 식민지, 분단, 전쟁, 폐허, 절대빈곤의 시대를 살아나온 젊은이로서 ‘국가’, 그것도 ‘제대로 된 국가다운 국가’에서 살고 싶고, 그런 국가를 세우는데 일조하고 싶고, 또 그런 일류국가를 후세에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고 했다.

“군대가 없는 국가는 성립될 수 없다. 주권, 영토, 국민, 헌법 등 국가의 이러한 기본요소들이 다 갖추어졌다 해도 군대가 형편없는 국가는 자기를 지킬 힘도 없고, 그래서 주권, 영토, 국민을 사수하고 보호할 힘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 그러니 건국에서 건군이 얼마나 중요하냐. 또 우리가 맥없이 당했던 수많은 역사적 외침을 보더라도 강한 군대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란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지 않느냐.”

 
   부국강병은 자주국방을 필요로 하고, 양자는 왕왕 상호 표리 및 상승의 관계에 있다. 부국강병이 이뤄지면 자주국방은 가능해지고, 자주국방이 이뤄질 정도가 되면 부국강병이 돼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에서 군의 정치적, 사회적 잠재력은 대단히 컸다. 특히 군은 6·25전쟁 기간에 얻은 실전 경험을 통하여 ① 현대 전술 교리의 발전. ② 교육 훈련의 강화. ③ 장비의 현대화를 기했고, 미국에서 도입한 인사·군수 관리 기술을 군내에 확산시킴으로써 병력, 장비, 기구, 행정 제도 면에서 질적·양적으로 발전했다. 게다가 군은 사관학교를 비롯하여 보병학교, 전투 정보학교, 공병학교, 통신학교, 병참학교, 군의학교 등 각종 특과학교와 국방연구원, 육군군수학교, 교육총본부 등 각종 지휘참모학교를 통해 군인자질 향상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더하여 1954년부터 1960년까지 총 9,186명이라는 많은 수의 장교를 미국에 파견하여 선진군사지식과 기술을 연마케 했다.
 
   (4) 태도
   청암은 군 재직 기간 일선 부대 지휘관 시절 인사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했다. 동시에 당시 전군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에 좌절하거나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손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부정부패에 정면으로 부딪쳐 혁파하거나 근절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청암은 군의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상황에서도 청렴, 공사 구분, 부정부패 예방, 단속과 척결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모범적 군인의 표상으로서 돋보이는 길을 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청암은 군 시절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부국강병, 자주국방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재직했던 15여 년간의 군 생활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었다. 역사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보여주듯이 이 시간은 그에게 포스코의 역사를 이루기 위한 준비기였다. 군 재직 기간 동안 그가 얻은 무형의 자산은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청암은 군에서 불굴의 정신력을 길렀고, 교훈을 자각하면서 스스로 학습하였고, 리더십을 체득했다. 또한 군에서 선진적인 지식과 업무능력을 익힐 수 있었고, 무엇보다 부국강병, 자주국방의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시킬 기회를 자신에게 제공한 박정희와 만날 수 있었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청암의 불굴의 정신력 및 교훈 자각, 리더십 체득에 대해 살펴보자. 청암은 생전의서면 인터뷰에서 리더십의 요체에 대해 “솔선수범, 청렴과 강직, 신뢰감 형성”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 세 가지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부하들을 사람들이 맺는 관계 중에서 가장 놓은 단계에 있는 ‘공익을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하는 동지 사이의 관계’로 엮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청암은 불굴의 정신력 및 교훈 자각 능력, 그리고 임무중심이면서도 인간중심의 리더십’을 체득함으로써 양손잡이 리더십을 실현했다.
   한편 청암은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선 조직이었던 군에서 선진적인 지식과 업무능력을 익힐 수 있었다. 군인시절의 선진지식은 세 차례의 해외 연수에서 배운 군사 및 군 운영 관련 지식이었다. 선진 지식에 바탕을 둔 청암의 업무능력은 군인재직 시절 세 번에 걸친 연수 혹은 해외시찰을 통해 발전된 것이었다. ‘도미시찰단장’ 자격으로 1959년 8월에서 9월까지 한 달 동안 이뤄진 첫 번째 미국 군사연수는 미군시찰이 목적이었다. 두 번째 미국연수는 1년 뒤 1960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 간 미 육군부관학교에서 수학한 것이다. 또 1961년 12월 ‘구라파 통상시찰단장’으로 유럽의 산업현장도 살펴봤다. 6·25전쟁 직후 많은 군인들이 미국에 파견되어 군사 전술과 관리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데, 박태준도 기회를 얻어 미국식 관리 시스템을 접한 것이다.
   그에게 미국연수는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전이었으며, 미국은 신지식의 제공처였다. 그는 이 때 미군의 최신 공정관리기법을 인상적으로 받아 들였다고 한다. 이 사실에서 해외연수는 박태준에게 신지식을 전수했을 뿐만 아니라 업무능력을 높여준 것이다. 그는 해외 연수 전부터 이미 한국 국방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을 정도로 상당한 학습능력(learning capacity)을 갖추고 있었다.
   군 지휘관은 업무수행에서 집단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개인들의 공통된 행복을 끊임없이 기원하는 집단의 도약대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지휘관은 목표를 더 높이 잡고, 더 크게 보며, 더 넓게 판단해야 한다. 부하들의 정당한 요구를 만족시켜주고, 위험에 처하더라도 부하들을 끌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약한 임무가 그에게 떨어진다 하더라도 기꺼이 ‘하인의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 훌륭한 군인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장교는 전력을 조직, 장비, 훈련, 지휘하며 계획하는 기술자다. 이처럼 청암의 태도는 정직, 청렴, 강직, 임전무퇴, 절도, ‘절망은 없다’,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 ‘안되면 되게 하라’는 도전의식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신, ‘임무중심과 인간중심 리더십’의 공존, 솔선수범과 애민, 인본주의·언행일치·지적능력·선진지식·합리성, 능률성 중시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2. 청암의 기업가정신 형성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표 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기회포착방식과 자원활용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포스코 신화의 출발점이 된 제철보국의 기회포착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하였고 청암이 완성한 것이다. 후자의 측면에서 보면, 청암이 자원활용 과정을 주도했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한 지원을 제공했다.
   청암의 기업가정신은 언제 형성됐을까? 기업가정신은 타고 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성장과정에서 형성되고 육성된다는 것이 정론이다. 청암의 기업가정신 형성과정을 살펴보자. 청암의 기업가정신은 ① 일본생활 시절, ② 군복무 시절, ③ 일본 순방과 대한중석 사장 시절, ④ 포스코 창립 시절을 통해서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1) 일본유학 시절
   청암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5세 때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다. 그는 일제 말기부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① 청소년기에 국제정세의 영향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국가의 독립과 부국강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② 나라 잃은 서러움을 맛보면서 민족의식과 강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③ 제철소에서의 근로봉사를 통해 제철과의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1945년에 명문 와세다 대학에 입학한 뒤 도쿄로 이사하여 대학생활을 보내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얻었다. ① 기계공학도로서 선진 학문을 접하면서 수학과 과학 등 지식을 축적하였고, ② 히비야 공원에서 일본의 저명한 양명학자인 야스오카 마사히로(安岡正篤, 1898~1983)의 강연을 들으면서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고, ③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일본문화를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④ 일본 내에 휴먼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2) 군복무 시절
   청암은 1948년 만 21세의 나이로 국방경비대에 입대하였고, 이어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에 6기생으로 입학했다. 장교임관 후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 후 국방대학에 입학해 교수부장을 지냈다. 또한 국방부에서 인사업무를 맡으면서 인사, 조직, 전략 등 군 경영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었고, 일선부대 연대장을 맡기도 했다. 아울러 생도시절 박정희를 만나게 되었으며, 5·16군사정변 이후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1964년 대한중석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청암은 군과 정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업가로서의 역량을 충실히 축적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민간부문은 아직 제대로 된 경영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의 도움을 받은 우리나라 군의 운영시스템이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것이었다. 청암의 전기작가 이대환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시기 청암은 전쟁을 통해 체득한 확고한 국가관, 사단 대병력 작전이나 육사 이전계획에서 확인한 기획능력, 육군대학에서 배운 지휘개념, 국방대학에서 공부한 국가경영의 목표와 운영, 국방부에서 손에 익힌 인사관리 등 무형의 자산들을 쌓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지식 축적 이외에도 그는 박정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향후 포스코 건설과 경영에 큰 도움이 된 인적 네트워크를 잘 구축할 수 있었다.
 
(3) 일본 순방과 대한중석 사장 시절
   청암은 1964년 청와대에서 물러나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격렬하던 시기에 일본전역을 돌아보게 된다. 일본열도 곳곳을 순례하면서 여러 일본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 중에는 청암의 대학시절 그에게 사상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야스오카도 포함된다. 4년 뒤 포스코의 설립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야스오카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바꿔 말하면 야스오카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 포스코와 청암의 운명을 바뀌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청암은 일본에서 돌아와 당시 최대 달러박스 국영기업으로 만성적자와 부정부패로 어려움을 겪던 대한중석을 맡으면서, 청암은 ‘경영의 실제’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 때 기업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하였다. 대한중석을 만성적자의 늪에서 건져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중요한 소득이었다. 이 시기에 청암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영현장의 경험을 쌓으면서, 포스코에서 기업가정신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박정희가 마련해 준 마지막 준비과정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시기가 비록 기간으로는 짧았지만, 청암에게는 그의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을 담금질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4) 포스코 창립 시절
   청암은 1964년 10월부터 포스코 건설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후 1988년까지 약 24년 간 포스코를 경영하였다. 그는 포스코 창립 시절 IBRD에서 투자 불가 결정을 하자 이른바 ‘하와이 구상’을 가지고 대일청구권 자금을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제철소 건설 당시에는 롬멜하우스의 열정을 쏟아 부었고, 배수진을 치고 죽기를 각오하는 ‘우향우 정신’은 기업가정신의 전형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청암이 우리 산업계의 가장 탁월한 起業家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암의 인생 역정을 보면, 당시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주어진 상황들이 궁극적으로 기업가 청암을 준비시키고 육성시킨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사명들을 잘 수행하면서 국가관, 삶의 철학과 의지,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를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첫째, 그의 국가관은 애국심, 국가이익 우선, 조국근대화의 사명감, 부국강병을 위한 산업건설 등으로 나타났다. 둘째, 그의 삶의 철학과 의지는 철저하게 개인의 사적 이익을 버리는 無私 死生觀, 정직, 청렴, 강직, ‘절망은 없다’ ‘하면 된다’는 도전의식, 불굴의 의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등의 신념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의지에 나타나 있다. 셋째, 기계공학도로서의 청암의 기술적 지식, 군과 대한중석에서의 다양한 업무를 통해 축적된 기획/경영/실행능력, 업무중심이면서 인간중심인 리더십, 솔선수범의 정신, 인본주의, 언행일치, 탁월한 지적 능력과 축적된 선진지식, 합리성, 능률 추구 등은 기업가정신이 잘 준비된 그의 내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암은 정직과 신뢰, 역량, 도전을 바탕으로 형성된 휴먼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여, 부족한 자원들을 외부에서 잘 확보하였고, 아울러 이를 합리적으로 활용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반 역경이 청암의 기업가정신을 더욱 강하게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살았지만 청암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운도 좋은 사람이었다.
 

Ⅳ. 청암사상의 특성 정립과 체계화

 
1.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
   
  청암이 군인으로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의지는 포스코에서 CEO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즉 청암에게 군은 포스코 창업을 잘 준비하도록 도와준 배태조직(incubating organization)이 되었다. 청암에게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서로 보완 상승하는 역할을 하였다. <표 2>에서 제시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이 청암의 사례에서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났는지 정리한 것이 <표 3>이다.
 
<표 3> 청암의 삶에 나타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
청암의 사례
전반적인 유사점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
② 구체적인 목표 제시
③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


① 건설자금 마련 (하와이 구상), 제철소 건설
② 체계적인 제철소 건설계획
③ 솔선수범, 리더십 (롬멜하우스, 우향우 정신)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의 유사점① 몰입과 헌신
② 강력한 목표지향성
③ 자원의 조달 방식
④ 전략적 접근
⑤ 동기/의지의 발현
⑥ 위험의 효과적 관리
⑦ 강력한 리더십


① 배수진 (우향우 정신), 10년간 집에 안 감
② 제철소 건설목표 설정 및 차질 없는 추진
③ 일본의 자금/기술 지원, 대통령의 종이마패
④ 광양제철소 건설방식
⑤ 철강보국, “한다면 한다” “하면 된다”
⑥ 정직 유지, 네트워크 구축
⑦ 지성, 감성, 의지를 모두 보유한 리더십

 

   본 연구에서는 청암의 삶에 나타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으로부터 청암사상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표 4>는 청암사상을 지성, 감성, 의지의 세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본 것이다.
 
<표 4>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유사점과 상승 작용을 통해 도출된 청암사상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에서 나타난 청암사상 청암의 사례
지성① 열심히 배우고, 다양하고 실제적인 경험을 축적해야 리더가 된다.
② 목표는 높고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세워진 목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③ 신뢰에 바탕을 둔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과 힘의 지평을 넓혀라.


① 일본에서, 군에서, 대한중석에서, 외부전문가에게서 계속 배움.
② 부국강병, 야심찬 제철소 건설을 계획하고, 우향우 정신으로 그 목표를 반드시 지킴.
③ 군 생활과 일본 순례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활용함.
감성① 목표 달성을 위해 몰입하고 자신을 헌신하라.
② 정직과 신뢰, 완결성을 추구하라.
③ 부하직원에 대해 배려하라.


① “이 길 밖에 없다” 기회에 몰입함.
② 정도경영을 추진하고, 부패를 일소하며, 불량 공사건물을 폭파함. 대통령으로부터 종이마패를 받음.
③ 부하직원들에게 비전과 동기를 주고, 우수한 생활환경을 조성함.
의지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사명을 완수하라.
②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라.
③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가지라.
① 배수진(우향우 정신)을 치고,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짐.
② 無私 死生觀, 제철보국
③ 롬멜하우스, 10년간 집에 안 감.

 

   청암은 늘 실천적 지식과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고 이를 위해 쉼 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학습태도를 가졌다. 기업가의 삶은 대체로 4단계를 거친다.
   첫째, 학습을 통한 준비(study), 둘째, 노력을 통한 성공의 성취(success), 셋째, 사회 발전에 기여(significance), 넷째, 타인을 위한 희생(sacrifice)이다. 청암은 이 4단계를 모두 거쳤다. 그러나 이 네 가지 특성이 시간의 추이에 따라 선형적으로 형성돼 간 것이 아니라 과거 군인재직 시절 체험과 실행을 통해 익힌 것을 바탕으로 동시적으로 한 몸에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아울러 기업가로서의 청암의 생각과 태도는 긍정적 사고(知), 배려하는 마음(精), 적극적 실천(意)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성공적인 종합제철소 건설을 향한 목표 설정, 지향, 동기에서 동일한 방향으로 작용했고, 또한 정직, 청렴, 강직, ‘절망은 없다’, ‘하면 된다’는 도전의식, 불굴의 의지, 솔선수범 등 태도 면에서도 유사하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다.
   청암은 천성적으로 절도 있고, 합리적이며, 능률적인 것을 좋아하고, 슬로건이 정해지면 행동과 실천으로 뒷받침하는 추진력과 난관 돌파력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임무중심리더십에 해당된다. 포스코신화의 창출을 설명하기엔 임무중심 리더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임무중심 리더십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을 중시하는 청암의 인간중심 리더십도 한몫했다. 그는 어느 조직이나 ‘조직원이 리더의 말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성공의 제1조건이라고 믿었으며, ‘말 따로 행동 따로’를 가장 싫어했다. 그가 보여준 솔선수범은 동료, 부하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었고, 환경보호는 물론 사원주택과 각 급 학교들을 건설해 사원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거주와 교육문제를 해결한 것은 인간중심, 인간중시 사상에서 태동된 성과다.
   물론 상기 無私정신, 군인정신 및 리더십이 청암만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청암만의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치지도자들과 군내 장교들 사이에 그러한 정신과 리더십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으며, 그러한 실천자들이 해당 구성원의 대다수가 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 다분히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훌륭한 정신이나 사상은 인류역사 이래 사라진 적도 없고, 늘 현양과 실천을 강조돼 왔지만, 그것이 잘 지켜졌는가는 별개의 문제였듯이 청암의 無私정신, 군인정신 및 리더십도 작금 부패와 개인적 탐욕이 앞선 우리 사회에 실천의 표상으로 널리 드러내고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
 
   앞서 <표 2>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점도 보이고 있다. 군인정신은 ① 헌신의 대상―국가 안위, ② 목표―국방 (국가 생존), ③ 활용자원―국가 재정, ④ 전략의 주안점―목표달성 방법, ⑤ 전략적 의지―하면 된다, ⑥ 위험에 대한 태도―실패방지전략 (목숨을 걸고 반드시 성공하려는 의지), ⑦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강력한 리더십 등으로 그 특성이 나타난다.
   반면 기업가정신은 ① 헌신의 대상―기회 실현. ② 목표―성취 (개인 행복). ③ 활용자원―(개인, 투자자, 정부로부터) 자체 조달, ④ 전략의 주안점―적정목표 수립. ⑤ 전략적 의지―비전과 리더십. ⑥ 위험에 대한 태도―실패감수전략 (“계산된 위험” 추구), ⑦ 올바른 목표를 정하는 데에 역점을 두는 리더십 등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표 5>는 청암의 삶에 나타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과 차이 극복 방식을 요약한 것이다.

 
<표 5> 청암의 삶에 나타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과 차이 극복 방식

 군인정신청암기업가정신
전반적인 차이점

① 기존 체제의 안정/보호
② 개인보다 집단 중시 (멸사봉공)
③ 딱딱한 이미지 (유연성 미흡)
④ 설정된 목표의 달성에 역점
⑤ 효율성(efficiency)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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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새로운 체제의 창출/성취
② 함께 일하며 배려하나 자기발전 중시
③ 유연한 이미지 (불확실성 높음)
④ 높은 목표의 설정에 역점
⑤ 효과성(effectiveness) 중시
포스코 창립 시의 청암의 사례 및 차이
극복 방식


① 포스코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새로운 체제 창출) 궁극적으로 제철보국을 통해 우리나라를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 우리나라의 안정을 유지하는 길이었음. [정태적 안정성을 보면 서로 배치되나 동태적 안정성 관점에서는 상호 보완]
② 청암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군인정신을 포스코에 접목시켰고, 애국심과 사명감, 리더십으로 이를 관철하였음. [요즘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으나 산업화 초기에는 청암의 방식이 잘 작동]
③ 거시적으로는 (광양제철소 설계 등) 유연하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미시적으로는 (건축, 공정 등) 철저한 점검을 중시함. [양손잡이 전략 구사]
④ 제철보국의 국가적 목표는 대통령/정부 차원에서 결정되어 있었기에 청암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매진할 수 있었음. [목표가 정해진 상황에서는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상호 보완]
⑤ 청암은 효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였음. [동시 추진]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의 차이점

① 헌신의 대상 – 국가 안위
② 목표 – 국방 (국가 생존)
③ 자원 조달/활용 – 국가가 지원
④ 전략 - “수단”에 더 주력
⑤ 전략적 의지 – “하면 된다”
⑥ 위험에의 태도 – “순국” 등
⑦ 리더십 - 주어진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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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헌신의 대상 – 기업, 기회 실현
② 목표 – 성취 (개인 행복)
③ 자원 조달/활용 – 스스로 조달
④ 전략 - “목표”에 더 몰입
⑤ 전략적 의지 – “비전과 리더십”
⑥ 위험에의 태도 – “계산된 위험” 등
⑦ 리더십 - 올바른 목표 설정
청암의 사례 및 차이 극복 방식

① 청암은 포스코 발전과 국가발전을 동일시 하였기 때문에 국가발전과 기업발전, 국가생존과 개인행복 간에 마찰이 적었음. [개인적 성향]
② 청암은 정부, 외국 등 다양한 원천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였음. [동시 추진]
③ 산업화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전략목표 수립이 용이함. [후발자 이점, 모방]
④ 청암은 포스코 건설 시에 대통령과의 교감을 통해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하면 된다”는 전략적 의지를 바탕으로 목표달성에 역점을 둠. [협력]
⑤ 청암은 목표설정과 목표달성 모두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함. [동시 추진]

 

   <표 5>를 보면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 간에는 서로 다른 방향성과 특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청암의 개인적 성향 때문에 방향성은 다르지만 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청암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동태적인 안정성과 양손잡이 전략을 추구할 수도 있다. <표 6>은 청암의 행동방식과 어록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 극복방법 분석을 통해 도출된 청암사상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는 양손잡이 리더십을 구사하는 것이다. 셋째는 외부의 핵심주체들과 협력하고 상호보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청암의 개인적 특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특성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경우이다. 본 연구에서는 청암사상을 형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열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표 6>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점 극복방법 분석을 통해 도출된 청암사상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에서 나타난 청암사상
청암의 사례
두 가지 동시 추진

① 두 가지 이상의 목표가 있을 때는 그 두 가지 목표의 방향을 연계/정렬하여 일치시키라.
② 단계별 발전전략을 가지고, 상황에 적합한 혁신/발전 방식을 추구하라.
③ 역량이 허락할 경우, 두 가지 이상의 가치 있는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라.
① 포스코 성공이 바로 국가 발전임. [청암은 애국지사형 CEO]
② 포항제철소의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광양제철 건설 시에는 효과성을 높이는 새로운 공정을 설치함. [지속적 학습, 기술도약]
③ 청암은 목표 설정도 잘했고, 목표 달성에도 뛰어났음.
양손
잡이 리더십
①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여 동태적 안정성을 유지하라.
② 두 가지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순차적/단계적으로 추구하라.


① 업무중심(목표달성) 리더십과 사람중심 (복지후생) 리더십을 동시에 추구함. 아울러 새로운 기업/사업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장기적 생존과 안정을 가져옴.
② 처음에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고, 이것이 안정화되면 점차 효과성과 유연성을 강조함.
협력/
상호보완
① 외부와 협력하여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시너지를 추구하라.
② 외부의 지도자들과 연계하고, 협력하여, 상호 보완하라.


① 일본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가져왔고, 포항공대 설립 등을 통해 산학협동 체제를 설계함.
② 국가지도자의 신뢰를 얻어 정부의 제반 지원을 받았음.
개인적 성향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사명을 완수하라.
② 투철한 국가관을 가져라.
③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가지라.


① 청암은 배수진(우향우신)을 치고, 無私 死生觀의 애국지사형 리더십을 보임.
② 청암은 군생활과 전쟁을 통해 투철한 국가관을 가졌음.
③ 롬멜하우스 등 앞장서서 지휘함.

 
3.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본 청암사상의 특이성
 
   군인으로서 청암은 엘리트였을 뿐만 아니라 비범하였다. 군 생활을 통해 그렇게 다양하고 중요한 경험들을 더구나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청암은 군인으로서는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그의 군인정신은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형태를 띤다.
   청암은 起業家 및 창업자로는 가장 성공적이며 기업가정신의 여러 측면을 모두 가진 이상적인 경우이지만, 당시 상황에서 企業家로서는 다소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반 企業家와는 달리 국가 이익을 기업 이익보다 더 중시한 애국지사형 기업가였다. 따라서 그의 기업가정신은 상업적 기업가정신(commercial entrepreneurship)이 중심을 이루나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 공존하는 형태를 띤다.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업적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상업적 기업가정신은 경제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작동하며, 기회실현을 위해 외부자원을 유치(투자)하는 것을 중시한다. 반면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에 제약 받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양식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상업적 기업가정신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표 7> 상업적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기업가정신의 비교

 상업적 기업가정신
(commercial entrepreneurship)
사회적 기업가정신
(social entrepreneurship)
공통점① 기업가적 과정에 의해 운영 (기회 포착/추구, 자원 조달/활용)
② 기업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 (key roles of entrepreneurs)
차이점① 경제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작동하며, 기회실현 을 위해 외부자원 유치 (투자)
② 주주 (stockholders) 및 고객 중시
③ 경쟁적 환경, 수익성/신속성 중시
④ 기업가/팀에 대한 무제한 보상 가능
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고, 사회적 문제 해결방식의 효율성/효 과성을 추구하고 경제적 생존을 달 성하는데 기업가정신 적용
② 이해관계자 (stakeholders) 중시
③ 협력적 환경, 공익성/공정성 중시
④ 인적, 물적 자원활용에 한계 (규범 등)

 

   청암은 상업적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함께 추구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CSV 개념은 마이클 포터가 주장한 것으로 경제적 가치 창츨과 사회적 가치 창출 모두를 기업의 목적함수로 두는 기업의 행태를 말한다. 1992년 7월, 비고르 사도브니치 모스크바대학 총장이 포항제철을 방문했을 때, 회사 근처 숲 속의 예쁜 주택들이 회사의 장기저리융자를 받은 사원들의 소유라는 말을 듣고 “레닌 동지가 꿈꾸고 추구한 이상향을 저는 포철에서 보았습니다. 우리의 꿈이 그런 것이었습니다”라고 술회했던 일화는 청암이 추구한 공유가치창출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청암은 시대를 앞서 살아간 기업가였다.
   또한 개인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은 無私 死生觀은 청암에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부국강병, 자주국방, 보국안민의 달성이 동기와 목적이었고, 구체적으로 그의 삶에서 제철보국, 교육보국의 정신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정직, 청렴, 위국헌신, 선공후사 정신이 실천수단이 돼 제철보국, 교육보국과 관련된 다양한 공적으로 발현됐다. 따라서 無私 死生觀은 곧 자신이 걸었던 전체 인생의 방향과 삶의 형태 및 성격을 鑄造하게 만듦으로써 격동의 6·25전쟁, 4·19의거, 5·16군사정변, 포스코건설에 매진한 뒤 장년에 접어들어 정치라는 탁류에 자의 반, 타의 반 개입하게 된 시기에도 그의 삶에 깊이 내재된 원형적 인성이자 사상적 토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청렴과 인간애가 바닥에 깔린 믿음과 솔선수범의 리더십, 선진 지식은 임무중심 리더십, 인간중심 리더십으로 발전했다. 임무중심 리더십은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이며, 인간중심 리더십은 부하를 포함하여 다양한 대상 인물들을 서로 협력하도록 이끌기 위해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이다. 리더의 스타일과 성격에 따라서 업무중심의 리더십에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간중심의 리더십 발휘에 유능한 사람도 있다. 이 두 가지 역량은 리더십 현상에서 한 쪽이 많아지면 한 쪽이 줄어드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의 개념이 아니라 유효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함께 강화되고 융합돼야 할 고성과(high-performance), 고관계(high-relation)의 리더십 요소다.
   청암의 리더십은 조국근대화의 사명감에서 발산된 임무중심 리더십임과 동시에 인간을 중시하는 인간중심 리더십인 것이다. 청암의 ‘임무중심과 인간중심이 공존하는 리더십’은 다음과 같이 리더가 갖춰야 할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덕목을 모두 갖춘 것이었다. 최근 리더십 특성에 대한 연구는 정직, 선견지명(forward-looking), 역량(competent)과 사기함양(inspiring)의 자질은 물론, 무엇보다 신뢰받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신뢰성(credibility)이 리더십의 기반인데, 누구나가 리더를 필요로 하는 오늘날 리더의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리더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지향하는 일에 열의와 열정이 넘쳐야 하고, 모두를 이끌어 나갈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박정희가 강력하게 포스코 건설 구상을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한 것은 단순히 청암이 기업 외부에 지원자를 한 사람 두었다는 것보다 의미가 훨씬 더 크다. 청암이 박정희라는 최고권력자를 만난 것은 부국강병과 자주국방의 뜻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고, 그것이 제철보국이라는 비전과 사명으로 전개됐다. 청암이 수행한 포스코 CEO의 자리는 크게 보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운영책임자 역할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조직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가치는 사업적 가치다. 사업적 가치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 일 하나에 일생을 걸고 한 번 잘해 보겠다는 사명감이다. 이것이 역사를 바꾸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추진력이다. 이와 같이 사업적 가치에 기초를 둔 도전의식이 있어야 실패를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열정,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 봉사한다는 정신이 나오는 것이다.
   청암은 부국강병, 자주국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화와 중공업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충만했다. 산업화와 중공업화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는 당시 제철산업이 주요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부국강병, 자주국방이라는 살기 좋은 사회 및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제철산업을 육성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역사를 바꾸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추진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제철보국 이념의 달성에 일생을 걸고 매진해온 사명감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서구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가가 많이 배출되지 않은 이유는 권위주의가 만연해 사람들이 윗사람 눈치 보는데 익숙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혼자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시키는 대로 개미 같이 일하는 사람은 많아도 미래를 내다보고 기회를 추구하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기업가 또는 전문 경영자는 부족하다. 그러나 청암은 예외적 인물에 속한다.
   청암은 군인정신에 기반을 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포스코를 세계적 기업으로 이끈, 참 군인이요 성공적인 기업가이다. 앞서 <표 4>, <표 5>, <표 6>에서 살펴본 것처럼 청암은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식을 포스코 건설과 경영에 성공적으로 적용하였다.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차이가 있었지만, 청암에게는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는 조국 근대화, 산업화를 추구하는 개발경제 체제였고, 국가적 목표와 포스코의 목표도 정해져 있었으며, 그 목표를 향해 배수진을 치고 돌격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서로 충돌하기보다 상호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청암의 無私 死生觀과 先公後私정신 등 인생철학과 개인적 성향도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청암의 삶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했다. 동태적 안정성을 추구하고 양손잡이 리더십을 추구한 것도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조화롭게 발현되면서 포스코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였다.
 

Ⅴ. 맺음말

 
   군인은 사명에 충실해야 하고, 기업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먼저 잘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그 기회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자원들을 내부와 외부의 노력을 통해 조달하여야 한다. 기업가적 과정은 먼저 기회를 포착한 후 필요한 자원 확보를 위해 격차를 메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핍, 부족, 격차가 기업가정신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즉 기업가정신은 결핍/부족에서 새로운 필요/기회를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고 활용하여 마침내 성과를 이루고, 그 성과를 그 과정에 기여한 모든 주체들에게 합리적 방식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다.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조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도 각종 난관들을 극복하고 포스코의 성공을 가져온 청암의 리더십과 성공은 이처럼 애국심과 사명감,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군인정신의 바탕 위에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면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결핍/부족을 메우는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추진력을 부여한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청암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포스코의 발전과정에서 순기능을 하게 된 것은 청암 개인의 역량과 경험, 사명감, 박정희의 지원, 운, 외부 네트워크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첫째, 6·25전쟁은 한편으로 우리나라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가져왔고, 이러한 역경이 기업가정신을 촉진시켰다.
   둘째, 우리나라에는 부모의 교육열과 정부정책에 의해 양성된 고급인력들이 많았고 청암 자신도 일본에서의 교육과 군에서의 경험, 미국 연수 등을 통해 역량과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포스코 건설과정에서 사명감과 역량을 구비한 우수인력들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셋째, 산업화 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에 철강수요가 늘어나 포스코에 수요기반을 제공하였다. 기업가정신은 기회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포스코의 성공은 기회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산업화를 통해 청암이 포스코를 만들 때 황무지에서 보았던 미래의 철강수요(기회)가 실제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넷째,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관련기술을 이전 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학습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킨 것도 기업가정신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게 한 핵심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지도자와 정부의 국가발전전략 제시와 적극적인 지원정책도 포스코의 성공 및 청암의 성공과 관련이 깊다.
   본 연구는 포스코 창업자 청암 박태준의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을 조명한 내용을 토대로 두 가지 상이해 보이는 접근방법(사고방식 및 행동양식)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강화되는 과정을 설명했으며, 청암이 이 두 가지 접근방법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했는지도 탐색적으로 살펴보았다.
   기업가정신은 기회포착과 목표설정을 강조하고, 군인정신은 위국헌신·선공후사의 사명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목표달성(임무완수)에 주안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암이 활동한 산업화시대와 현재의 한국사회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시대정신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은 산업화시대에는 좀 더 용이하게 조화를 이루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시대정신에 맞추어 새로운 조화 및 상호작용의 형태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암이 군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황무지에서 미래의 기회를 보고 그 꿈을 현실로 일구어낸 기업가의 여정은 시대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 훌륭한 역할모형(role model)이 될 것이다. 본 연구가 청암사상(Taejoonism)을 더욱 구체화하고 나아가 한국의 경영사상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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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논문은 포스코 청암재단의 요청으로  출간된 공저,『朴泰俊의 정신세계』(서울 : 아시아, 2012년 4월 25일)에 수록돼 있습니다. 블로그에서는 각주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지만 저서에서는 모두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