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으로 입증된 파쇼 및 일당 독재의 전조들
당내 경선으로 입증된 파쇼 및 일당 독재의 전조들
당원들이 투표하는 당내 경선에서 세 후보가 각기 90대 5대 5의 표를 얻었다면 이게 나올 수 있는 득표율인가? 일당독재의 북한노동당에서 나오는 인민대표의 득표율(최소 95% 상회)에 육박하는 수치다. 인민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통상 90%를 조금 상회하는 중국공산당의 인민대표 선출시 나오는 득표 수치와 비슷하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나올 수 없는 득표율이다. 만약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투표율이 나왔다면 그 당은 물론, 그 나라 국민의 반 수 이상이 파쇼적 정신상태에 와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지난 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지역순회 첫 경선에서 이재명, 김동연, 김경수 후보가 각기 ‘90대 5대 5’의 표를 얻은 득표율이다. 누적 89.56%로 90%에 가까운 득표율을 거둔 이재명의 압승이었다. 국민 경선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이 시사하듯이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의 압도적 초1강 구도는 앞으로도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재명 측에서는 벌써부터 나머지 두 후보들에게 중도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해주라고 이런저런 회유성 성격의 당근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정말 도덕성과 정치적 능력이나 자질 면에서 두 후보가 이재명에게 5%도 안 되는 정도로 뒤떨어지는 후보들인가?

아무리 “성공하지 못한 쿠데타”라고 해서 윤석열 부부가 단죄의 대상이 되고 그들에 대한 격혐의 분노와 정서 그리고 그에 따른 정권교체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수치는 건강한 사회나 민주주의국가에선 나오기 어려운 투표율이다. 뭔가 투표 이외의 보이지 않는 다른 힘이 작동되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민주주의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는 정신이 썩고 있거나 속으로 곪지 않았다면 정말 나올 수 없는 수치다. 통상 정치학에서는 아무리 옳은 정치인이나 옳은 사안이라도 70% 이상의 표가 한 곳에 몰리면 이상징후로 본다. 벌써 한국사회에도 오래 전부터 그러한 징후와 현상이 나타나 보였지만 이제 실제로 투표로 증명이 된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단죄 의지와 정권 교체 의지가 결합된 것이 이 득표율의 배경이라면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은 뭔가 짚이는 게 있지만 누구 하나 평심하게 마음 놓고 발설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검찰 경찰 언론들 다수가 입을 다물고 있지 않는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부터도 말을 하려니 벌써 위험을 느낀다.
원인에 대해서 말을 못해도 이런 식으로 당내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후보가 되고 결국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을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 보듯이 보일 뿐이다. 이번 이재명의 당내 독주가 내게 낯익은 역사의 기시감이 들게 하는 데서 벌써 전율이 이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지난 세기 독일국민이 어떻게 해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히틀러라는 괴물에게 나치의 나락으로 빠져 고통을 당하게 됐는지 그와 유사한 역사가 이 나라에서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제한된 이 지면에서 당시 독일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다 이야기할 순 없다. 국제 정세보다도 더 중요했던 주요 원인 중 한 가지는 독일 국민의 집단 이성의 상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욕망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 헛된 망상과 집체적 환각이었다.
잠시 지난 독일의 과거사를 돌이켜 봄으로써 비극적, 망국적 원인의 속성을 파악해보자. 주지하다시피 나치독일의 제3제국은 바이마르공화국의 정치적, 경제적 실패에서만 생겨난 게 아니었다. 전쟁의 패배, 그리고 그에 대한 배상과 고난 가운데 독일국민들은 게르만 민족의 영예로운 감정과 민족의식을 회복시켜 줄 메시아 같은 구원자, 뭔가를 해줄 것 같은 강력한 지도자를 갈망했다. 그러나 사실 비극의 씨앗은 그러한 민중적 욕구와 대망에서 움트고 있었다. 당시 독일민중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국가재정의 몰락에 대한 기억, 바이마르공화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방향상실, 달러당 1,300억 마르크로 치솟은 인플레와 극심한 실업문제 등에 대해서 엄청나게 불안해 하거나 불만이 많았었다. 게다가 1932년에 닥친 세계적인 불황까지 독일사회를 덮쳐 실직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심지어 독일국민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민주주의까지도 헌신짝 걷어차듯이 독일의 패배로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들(영국, 프랑스 등)로부터 강제로 주입된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들은 그때까지 관헌국가의 권위적 사상에 포박되어 있었다. 또한 경제의 대공황과 실업자의 증가로 견고했던 삶의 터전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 독일 국민들은 환상적인 공포와 터무니없는 희망을 환영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히틀러가 이끈 나치당이 “새로운 독일”을 약속하고 독일국민의 민족의식을 강화할 것을 내세워서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심각한 위기가 닥쳐도 제정신을 차려야 했었는데 독일 국민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대로 역사가 전개되었다. 독일 국민들의 자업자득으로 받게 된 과보는 둘째 치고 수많은 무고한 유럽인들이 살상되거나 엄청난 고통 속에 살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 전쟁을 일으켜서 인류가 공전의 살상과 고통에 빠지게 되지 않았던가?
공산주의와 나치즘은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중 하나가 공산주의는 의회를 인정하지 않지만 나치는 의회를 인정하되 나치가 힘으로 의회를 장악해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자, 역사의 기시감은 나에게만 드는 것인가? 나 혼자만 비정상인가? 한 세력이 밉다고 해서, 한 당이 밉고 한 사람을 쳐내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사태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성을 견지하지 못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국가 권력을 잡게 하려고 몰표를 안겨준다. 히틀러가 “새로운 독일”을 내세웠듯이 이재명도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강조하지 않는가? 192석이나 되는 의회를 좌지우지해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국가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하려고 한다. 이재명과 그의 배우자를 비판하는 이들에게까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제재를 가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상징적 행위인 국민과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권리와 역할에 대해 싹을 도려내려고 하고 있다. 지금 정권을 잡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국가권력을 잡게 되면 픽박과 압제의 정도와 그 수단은 지금과 같은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나치즘이 걸었던 파쇼체제와 뭐가 다른가? 그로 인한 과보는 이재명과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무고한 일반 국민들도 당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집단적 광기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비이성적 행보를 멈춰야 한다. 윤석열이 문제가 있다면 정당하게 법으로 치죄하면 된다. 더군다나 우리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강대국이 이 나라를 지금까지와 같은 식으로 계속 갈라치기 하면서 좌우를 싸움 붙이고 있다. 제발 국민들이여, 윤석열 부부를 혐오하는 국민들이여, 역사에서 이성을 찾고 더 멀리를 내다보라. 일개 정당과 정치인들 사이의 이권 다툼이나 권력투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한민족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기 바란다. 자칫하면 정말 우리는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공포의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될 수도 있다.
2025. 4. 21. 18:4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