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친구의 소 기억

雲靜, 仰天 2025. 4. 19. 09:52

친구의 소 기억



고희를 눈앞에 두고서도 변함없이
소를 볼 때마다 애잔해 하는 東浪 선생
오늘은 마음 짠한 기억을 토해낸다.

“눈물 머금은 소 눈망울은 왜 그리 슬퍼 보이는지···.
어릴 적 산으로 들로 다니며 꼴 먹이던 소가 팔려 갈 때
먼 발치에서 정든 소와 이별이 힘들어서
뒤돌아 서서 정지 문 붙잡고 엉엉 울었네.
키우던 송아지가 소장수 트럭에 실려 가면
어미소는 이튿날까지 말없이 슬피 운다.        
놀라서 더 커진 두 눈에 고이던 눈물
어미소의 슬픔에 부모님도 밤잠을 설치셨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자신에게 만족할 줄 알고
묵묵히 소처럼 살면 좋으련만···.”

그 부모에 그 아들이다.
이런 심성들이야말로 소의 마음이다.
소들 곁에서 逸士로 사는 내 친구는
無垢한 소가 환생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친구 말처럼, 정말 그의 希願대로
모두가 욕심 없이 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2025. 4. 19. 09:5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지난 6월 30일 아침, 친구 東浪과 함께 그가 사는 쟁암리 안골짝에 있는 우사를 가봤는데 소들이 우리를 크게 반겨줬다.
사람이 그리워서 목을 길게 내밀고 반갑다고 그 긴 혀를 낼름거린다.
소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우사 바닥에는 소똥이 가득하다. 이 소똥을 치우고 벗짚이라도 깔아주면 소들이 편히 앉아서 쉴 수도 있으련만...
우사 속 소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東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