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오늘의 역사 : 콜레라 단상
8월 27일 오늘의 역사 : 콜레라 단상
1997년 8월 27일 오늘, 1980년대 이후로는 좀 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강화도에서 콜레라환자가 발생했다. 현대에 들어와서 콜레라는 사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대한 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 이 병이 생겨났을 때는 달랐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심각한 위협의식이 있었고 공포 그 자체였다. 지난번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과거에 없던 병균들이어서 한 동안은 대응할 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이 개발되고 해서 큰 위협이 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콜레라가 이 지구상에 처음 발생한 것은 19세기 인도 뱅갈 지역에서였다. 영국이 인도를 침략한 뒤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게 최초였다. 물론 콜레라균이 영국에서 바로 인도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영국이 침략한 다른 나라에서 인도로 옮겨 갔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떻게 발생했을까? 코로나처럼 콜레라도 중국(북경)에서 조선으로 들어와서 1822년(순조22년) 경에 이르러 기승을 부렸다고 사서는 전하고 있다. “평양에 윤행괴질(輪行怪疾)이 삽시간에 번져 토사 끝에 쓰러져 죽기를 열흘 안에 1천명씩이나 하는데 백약이 무효하여 속수무책이었으며 그 후 팔도에 만연, 한양에서만 13만 명이 죽었다.”--평안감사 김이교 보고서,『순조실록』
사망자가 13만 명이었다면 당시 인구 대비 엄청난 숫자였다. 중국에서는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라고 불렀는데 호랑이처럼 무섭게 찌르는 증세가 있다고 해서 붙인 병명이었다. 같은 시기 듣도 보도 못한 조선사람들은 콜레라를 괴상한 질병이라 하여 ‘괴질’이라 불렀고, 돌림병(즉 전염병)이라 하여 ‘윤질’(輪疾)이라고도 했으며, 이 병에 걸리면 다리마비가 온다고 해서 ‘마각온’(痲脚瘟)이라고도 불렀다. 일제 초기에는 일본이 이 전염병을 앞잡이로 내세워 침략해왔다 하여 콜레라환자를 격리 수용하려는 일본경찰과 분노한 민중이 유혈 충돌하는 일이 많았다.
나도 어릴 때 콜레라 환자들을 몇 번 봤다. 심지어 콜레라에 걸렸는데 병원에 바로 데려갈 생각은 않고 귀신이 들렸다 해서 무당을 불러 고치려고 했다. 무당의 지시에 따라 환자를 멍석을 깐 마당에 눕혀놓고 가마니로 덮은 뒤 불을 붙인 벼짚단을 여러 사람이 들고선 가마니를 내리치면서 귀신아 물러가라고 소릴 지르는 것도 봤다. 내가 10살 전의 일이었으니 대략 1960년대였다.
무당의 굿으로 돌림병을 고치겠다는 것을 보면 과학의 발달이 미신과 무지를 없애는데 큰 역할을 하고 인간에게 지식과 지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또 한 번 실증할 수 있다. 오늘날 같이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는 지식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는가 하는가 하는 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 마디로, 같은 지식을 취하면서도 어떤 이는 현명하게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대부분은 생각을 잘 할 줄을 몰라서 생기는 오해, 갈등, 반목, 투쟁 같은 문제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내 주변의 경우, 콜레라는 대부분 무더운 여름철에 생선회를 잘 못 먹어서 걸린 병이었다. 아직 무더위가 조금 남아 있다. 생선은 혹시 모르니 오래 됐다 싶은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 생선의 눈을 보면, 또 살이 무른지 탱탱한지를 보면 단박에 오래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2024. 8. 27. 10:3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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