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幸州山城而讚忠莊公(행주산성에 올라 권율 장군을 기리다)

登幸州山城而讚忠莊公

壬辰亂累卵危時
君逃却忠臣救國
海有舜臣陸有慄
幸州城瑞氣中矎

男追義何競功名*
勵卒此語公精神
忠臣稀奸者得勢
望公忠義成師表

행주산성에 올라 권율장군을 기리다

누란처럼 나라가 무너질 임진난 위기에
임금은 도망쳤는데 충신이 나라를 구했지
바다에 이순신이 있었다면 뭍엔 권율이 있었네
청사에 빛날 행주산성이 瑞氣에 눈부시구나!

남아는 의로움을 쫓지 어찌 공명을 다투겠는가?
병사들 독려한 이 말이 공의 정신이거늘
예나 지금이나 충신은 드물고 간자가 득세하는데
공의 충정과 의기가 만고에 사표가 될지어다.

2023. 1. 17. 오후 행주산성에서 착상
1. 18. 05: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작성

*위 졸시 중 제5행의 男追義何競功名은 행주대첩 당시인 1593년 2월 권율 장군(1537~1599)이 행주산성에서 왜군과 대적하던 병사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인 "男兒는 感義氣요, 功名을 誰復論이겠는가?"(남아는 의기만 생각하지 어찌 공명을 따지겠는가?)를 풀어서 쓴 표현이다.

이 졸문은 행주산성과 행주대첩 그리고 권율 장군에 대한 전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단지 행주산성 아래 집사람과 함께 국수촌에 국수 먹으러 온 김에 잠시 산성에 올라가서 권율 장군에게 인사를 드리는 글일 뿐이다. 산성에 올라와서 고양시에서 이곳에 소개해놓은 안내문들을 보니 비전문적인 요소들이 보여서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답사와 소개글이 필요해 보여도 시간 관계상 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행주산성에서 11시 방향에 보이는 붉은 색 아치가 솟아 있는 다리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행주대교다.

멀리 사진 중간 쯤에 회색으로 뾰족히 튀어 나온 산이 김포공항 뒤쪽에 있는 계양산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계양산은 김포평야 일대를 감제할 수 있어 인천과 서울 방어에 대단히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다. 이 사실은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전쟁 초기 때도 입증된 바 있다.

행주산성의 위치와 방위를 설명해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투 당시 산성의 어느 쪽에서 전투가 벌어졌는지 위치를 표시해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

위 동상에서 보이는 덕장의 이미지와 달리 무인답게 눈이 매섭고 날카로운 용장의 면모가 보이는 초상화다. 사실, 권율 장군은 임란 당시 육군과 수군을 모두 통어하는 직책인 도원수(현 합참의장 격)로서 병사들은 물론, 성내 백성들까지 일심동체로 동원한 것을 보면 덕장, 용장의 면모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공이 지장이었는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다만 그가 운용하거나 지휘한 전술전략을 모두 자세히 검토해보지 않아서 섣부른 감이 있지만, 임란시 공이 금산군 이치(梨峙)싸움, 수원 독왕산성 전투, 행주산성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 사실을 보면 지장으로 봐도 크게 틀릴 게 없을 것 같다.

위 안내문에도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즉 행주대첩이 당시 임진왜란 시 전투사적으로 어떤 의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대첩비의 기록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했더니만 이처럼 글자는 다 마모되고 그 위에 회 반죽으로 덧칠이 되어 있다. 탑본은 떠놓았는지 모르겠다. 문화재를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는 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내가 약 40년 전에 처음으로 왔을 때는 이 대첩비는 없었다. 그 자리는 평평한 평지의 넓은 공간이었다.

행주산성은 해발 124.9m밖에 되지 않지만 평야지대인 이 지역에서는 높은 고지인 셈이어서 임란 당시는 수도 한양을 방어할 수 있는 요충지로서 김포평야와 일산 일대 지역에 주둔하는 적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감제고지로서의 위치에 있었다. 뒤쪽으로 멀리 빌딩들이 보이는 쪽이 서울이다.

화약을 넣은 종이통에 불을 붙이면 공중으로 날아가는 다연발 불화살 신기전(神機箭)을 여기서도 만났다. 임진왜란 때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무기였다. 현대 로케트의 고체연료 엔진과 같은 원리를 응용한 신기전은 개인 화기를 제외하면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무기에 뒤지지 않았다. 이처럼 한때 우리에겐 세계적 수준의 로케트 기술이 있었던 셈이다. K9이 허허벌판 같은 곳에서 그냥 나왔겠는가! 전후 일본이 패망하면서 모든 게 폐허가 되다시피 했어도 단기간에 고도성장의 단계로 진입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제2차 대전 때 항공모함까지 만들 수 있었던 무형의 기술력 마저 없어진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록과 정신으로서의 민족 문화와 역사와 혼이 중요한 이유다.

쓰러져 있는 병졸에게 피가 잘 보이지 않고 고통스런 표정도 나타나 있지 않다. 마띠에르도 사람들 치고는 너무 딱딱해보인다. 전쟁 기록화로선 전체적으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선의 닥종이, 한지가 질이 뛰어나 사용폭이 넓었고 효용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위 인물 중에 “가토 우마노조”(加藤右馬允)는 쿠마모또(熊本)藩의 가또우 기요마사(加藤淸正)의 가신으로 참전한 자인데 이름이 우마노조가 아니고 마사까따(正方)다. 이름이라고 소개한 "우마노조”(右馬允)는 이름이 아니고 官途였다. 관도란 막부 조정의 말을 관리한 右馬寮라는 관공서 관리의 직함이었다. 따라서 성명을 “가또우 마사까따”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