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문학 미술 영화 평론

조각가 김동욱 목조작품 전시회 참관 小考

雲靜, 仰天 2022. 5. 15. 10:48

조각가 김동욱 목조작품 전시회 참관 小考

 

모든 예술품들은 작가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정신작용이나 사유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나오는 창작품은 하나도 없다. 예술의 발생론적 관점에서 볼 때 작품을 작가의 분신이나 편린이라고 하는 이유다. 60줄에 들어선 조각가 김동욱은 목조 조각을 예술행위임과 동시에 자기를 돌아보는 마음 성찰의 일환으로 작업해온 작가다. 그 이면에는 불교적 세계가 깔려 있다. 이번 작품전의 테마가 冬安居인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저께 금요일 오픈한 이번 김동욱 작가의 작품전은 벌써 여덟 번째를 맞는 개인전이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줄곧 지켜온 자기 예술의 둥지인 춘천에서 열렸다. 전시는 522일에 작품을 내린다.

 

, , 면과 색으로 2차원적 화면에서 평면적으로 3차원의 일루전(illusion)을 재현하는 회화와 달리 조각은 공간 속에서 3차원적인 입체 형상을 창조해내는 시각예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건축에 종속되어 왔던 조각이 여타의 인접 예술인 회화나 건축과 원천적으로 유별되는 상이점이다. 3차원 입방체인 조각 작품은 물질적인 현존성을 보유하기 때문에 조각된 상은 시각적이면서도 직접 만질 수 있는 촉각적인 특장을 지닌다. 그만큼 재료의 재질감이 중시되는 장르다.

 

그런데 촉감은 재질에 따라 제각각이다. 각종 돌을 재료로 사용하는 석조, 스텐, , , , 철 등의 금속을 재료로 하는 철조, 그리고 흙(테라코타)을 이용한 소조, 나무, 호마이카, 종이, 그리고 고무 등 각종 오브제(object)로 사용한 각종 재료들 등등 실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김동욱 작가가 선택한 것은 나무다. 그는 첫 전시를 연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무만 고집해왔다. 목조를 하던 어떤 선배 조각가의 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돼 목조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무가 자신의 생리에 맞는다고 한 걸 보면 그 이전에 이미 그의 몸속엔 목수였던 자신의 조부와 백부의 DNA가 흘렀던 모양이다. “나무를 만지고, 깎고, 나무의 살이 이룬 옹이와 결을 쓰다듬으면 왠지 모르게 안온함이 느껴졌다고 하니까!

 

목조의 관건은 나무의 특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나무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심상에 맺히는 대로 여하히 소화해서 刻化해내느냐에 달렸다. 사실, 목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30년에 가까운 김동욱의 오랜 작업 경험에 의하면, 나무는 우선 2년 동안 그늘에 두어 습기가 증발되도록 적당히 말려야 한다. 그래야 갈라짐이 없고 단단한 목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껍질을 벗겨내고 톱을 사용하여 구상한 크기대로 잘라낸다. 그리고 한동안 두었다가 작품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을 끝까지 다 마쳐선 안 된다. 나무의 특성에 따라 쉬어야 하는 시일이 있기 때문이다. 마름이 잘 마르는 나무가 있고, 마름이 더딘 나무가 있게 마련이다. 자작나무로 만드는 작품과 오동나무로 만드는 작품,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드는 작업이 제각기 다르다. 이 나무를 다루다가 쉬고, 저 나무로 옮겨가 작업하다 다시 쉬고, 다음의 나무작업을 계속 순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동욱은 다양한 품종의 나무들, 예컨대 측백, 상수리, 육송, 낙엽송, 칠레송, 박달나무, 플라타너스, 더글라스, 다름 나무, 심지어 다듬이목 등을 있는 그대로 형태와 결을 조형의 한 요소로 활용한다. 그래서 미니멀 아트(minimal art)의 경향처럼 인위성, 작위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다름나무는 명칭 그대로 껍질 및 내피부분과 나무 속이 색깔이 완연히 다른데 김 작가는 이것을 최대한 살려서 오묘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그는 별개의 나무들을 아교나 못과 철사 등을 사용해서 서로 붙이거나 잇는 작업을 하지 않고 통나무를 통째로 사용해서 파내고, 도려내거나 뚫고, 관통시켜서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고려시대 사찰의 목조건물이 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걸어서 만듦으로써 뒤틀리거나 혹은 서로 어긋나고 탈리되지 않듯이 우선 작품의 견고성을 담보해낸다. 작가 김동욱의 작품들은 크기에서나, 재질에서나 관객들을 전혀 압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단아한 사이즈가 주종을 이룬다.

 

형식 면에선 김동욱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이 서로 경계를 선연히 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작가가 평소 삶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오는 성향이 그대로 작품에까지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은 현대 조각의 흐름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서양의 전통 조각은 르네상스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인간, , 동물들을 재현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점차 기하학적이고 추상적, 개념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갔고, 나중엔 급기야 동력을 이용한 움직이는 키네틱(Kinetic) 조각까지 출현했다. 이것은 고전적인 경향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로댕(Francois Auguste Rene Rodin, 1840~1917)에서 출발해서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를 거쳐 20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한국의 권진규(1922~1973), 가보(Naum Gabo, 1890~1977), 켐프(Starr Gideon Kempf, 1917~1995),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 1898~1976) 등에 이르는 작품 경향의 변천과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대 이전 순전히 조형 언어로만 미를 추구한 것에 비하면 추상의 정도가 대폭 심화되었으며, 아방가르드 이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미답지였던 새로운 조형적 실험이 대세가 된 것이다.

 

김동욱의 작품은 전통적인 구상의 재현에 치중하지 않는다. 또 실험적인 것도 분명 아니고, 강력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소위 민중미술 계통도 아니다. 구상과 추상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면서도 추상의 재현엔 그가 어느 시점부터 일관되게 작업해온 觀照, 無心, 自我라는 불교적 정신성이 내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에게 불교가 작업의 주제는 아니었다. 초기 한 동안은 부모, 가족, 여성, 산 등등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구상적 객체를 다뤘다.

 

그러다가 불교적 인식과 발상이 주된 축을 이루게 된 것인데, 대략 불상’, ‘오래된 탑등의 작품이 전시된 제3회 개인전(2014. 5. 24~5. 30, 춘천) 때부터 불교적 색채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구도여행1”, “구도여행2” 등을 선보인 제5회 개인전(2016. 6. 11~6. 19, 춘천)에서도 지속되다가 관조를 테마로 한 제6회 개인전(2018. 8. 1~8. 7, 서울)부터 불교적 구상물을 테마로 한 조형물들이 다수를 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8회 개인전은 2년 전의 제7회 개인전(2020. 12. 5~12. 13, 춘천)에서 선보인 작품들의 연장인 듯하다.

 

김동욱의 작품은 전부가 환조이지만 그 중에는 내안에...”, “겨울밤”,  “춘천의 겨울밤 등과 같이 부조의 분위기가 가미된 작품도 눈에 띈다. 구상물의 즉물성이 반감되면서 3차적 공간에서 2차적 공간을 감지하게 만드는 것, 형태의 단순화 그리고 재료의 재질감을 살려서 양감을 충분히 구현시키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처럼 30개 성상 가까운 짧지 않은 세월을 나무와 같이 호흡하고 대화하는 동안 어느덧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는 김동욱만의 조형언어와 조형세계가 구축돼 있음을 본다. 물론 정중동처럼 안정된 환경 속에서도 약간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기도 하다.

 

조각예술가 김동욱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앞으로도 쉬지 않고 묵묵히 하안거나 동안거에 든 듯이 창조행위를 계속할 것이다. 어찌 보면 그에겐 삶에서의 초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인 이 행위 외에는 달리 뜻을 두고 신명나게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자신이 말한 대로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하지만 창작행위에 만큼은 얽매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그만큼 한 곳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조각 예술의 특질을 최대한 살려내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에 쉼과 안착은 없을 것이다. 그는 나무를 자르고, 깎아내고, 뚫고, 파내고, 공그리면서 다루기 힘든 재질일수록 더욱 다루어보고 싶어하는 근성을 지닌 집념과 끈기의 작가다. 그 과업의 성취를 위해 체력관리를 잘 하길 바라며, 또 다른 시도와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2022. 5.15. 10:4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나무인 것처럼 완전히 다른 다름나무로 만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