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의 惜志賦 공감
茶山의 惜志賦 공감
만약 어떤 이가 재주가 출중하고 학문이 깊은 데도 자신의 이상과 뜻하는 바가 사회에 환원되어질 기회가 박탈당했다면? 더군다나 그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누명까지 덮어쓰고 오랫동안 유배생활을 했다면 귀양살이 하는 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여기 그런 삶을 산 이가 풀어놓은 자기 회한이 있다.
惜志賦
愍余生之不際兮
數迍邅以離尤
抱環瑋而徊徨兮
衆芥視而詒災
聿反躬而篤修兮
遝僝僽其靡休
閽旣閡而弗達兮
何銚鎒以治疇
始譻而微吹兮
迺詾擾而群啾
余內視其的皪兮
雖糾譑亦何傷
冶聆禽而速縲兮
尼訟枉而名揚
載信釋而中遯兮
晦師崇而息攻
悲嬥嬈之倖兮
紛㩢揳而胥折
口欲言而䛠譳兮
氣螴蜳而內結
義雖緇而不涅兮
謂吾涴其誰雪
彼怐愗其奚訕兮
蘉省淚以追來
龍蚴嫪以上騰兮
蝘委頓而低回
驥馺以騁康兮
蟾蜍蠢而自哀
執兩美而並遣兮
冀峻茂而栽培
旨五齊其莫況兮
日䭕澉而可厭
海漫漫其無潮兮
鯨鯢嗿而欲餂
愈餞窮而益附兮
瞻詡才亦遭貶
旣戴命而莫違兮
又何爲乎內慊
포부를 애석해 하며
서글퍼라 내 인생 때를 만나지 못해
가는 앞길 험난하고 쉴새 없이 우환에 걸리네
알량한 재주를 가지고 어정거리면서
사람들을 하찮게 보더니 재앙을 받는구나
스스로를 반성하며 몸가짐을 신실하게 닦았지만
억울함과 번뇌가 사라지진 않구나
궁궐문이 이미 막혀 들어가지 못하니
어떤 호미와 괭이로 논밭을 다스려야 할까
처음엔 숨어서 소곤소곤 비방하더니
나중에는 웅성웅성 떼거지로 시끄럽게 하네
내가 내안을 들여다보면 희고 맑으니
비록 죄를 들춰낸들 어찌 마음이 상하겠는가?
'공야장'은 새소리를 듣고 포승줄에 묶였으나
공자가 억울함을 밝혀 그 이름을 날렸고
장재는 불교를 믿고 중년에 쫓겨났지만
주희가 스승으로 높여서 모든 공격이 멈추었네
바르고 고운 사람 넘어진 게 애닯구나
치고 짓밟아서 여지없이 부서져 버렸네
입으로는 말하고 싶어도 얼버무리는구나
기가 겁나고 아찔하여 속으로 맺혔네
의로움이 검게 돼도 그기에 물들지 않을 것이네
남들이 날더러 추잡함을 씻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들의 어리석음을 탓할 게 뭐가 있겠는가?
내 허물 살피는데 힘 써서 잘하면 그뿐이지
용이 힘차게 꼬리 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도마뱀은 비실비실 거리며 낮게 돌아가고
준마가 힘차게 내달리는구나
두꺼비는 엉금엉금 기면서 스스로 슬퍼하네
두 아름다움 지니고서 이를 모두 놓쳤지만
그 가지 무성하고 뿌리 깊길 바란다네
더없이 훌륭한 다섯 가지 음식을 앞에 두고서
싱거운 걸 씹어야 하니 수 있겠는가?
바다는 천천히 있으니 파도가 없구나
고래 놈이 욕심을 내어 한 입에 삼키려 하네
한유가 곤궁한 귀신 보내니 더욱 따라붙고
재주 뽐낸 소자첨 역시 폄하당했지
이미 천명을 받들어서 어기지 않고 있는데
한 스러워할 게 뭐가 있겠는가?
품은 포부가 애석하구나!
다산 정약용의 글이다. 위글에서 그의 유배생활이 손에 잡힐 듯하다. 유배에 처한 그의 내면이 어떤 마음상태에 놓여 있었는 지도 눈에 들어오게 해준다. 그가 살다간 삶을 보면 다산이 스스로 탄식했다시피 한 때 그가 품은 꿈과 포부가 애석하기 짝이 없다. 세상이 어지럽고 밝고 맑지 못하면 그런 인재는 늘 발 붙이기가 어려운 법이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조금 지성이 갖춰지기만 하면 정쟁은 하지 않아도 될 요즘 같은 이 시대도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스스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데서 빚어지는 통탄할 일이다. 초야에 묻혀 사는 이 시대의 다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호 통재라! 세월이 한 참이나 지났지만 오직 다산의 명복을 빌 뿐이다.
2022. 4. 25. 07:5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