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을 믿지 못하는 이유 : 형제복지원 대법원 판결

법관을 믿지 못하는 이유 : 형제복지원 대법원 판결

 

근래 몇 년 전부터 나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흐뭇하거나 희망적인 소식은 거의 없고 맨날 분노만 자아내는 뉴스들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엔 모처럼 안 보던 조간신문을 보다가 또 다시 나를 분노하게 만든 기사를 보게 됐다. 1면에 실려 있는 아래 사진 속 여성이 흐느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왜 이다지도 마음이 짠할까? 그러다가도 금방 분노로 바뀐다.
 

패소판결을 듣고 대법원의 법정 입구에 앉아 울고 있는, 형제복지원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이 여성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세상을 둘러봐도, 심지어 정의로워야 할 국가마저도 전부 가진 자들 편이니 얼마나 서글프고 화가 날까? 더욱이 세상 천지에 전부 도둑놈들과 한 통속이어서 도움을 요청할 데가 없으니 얼마나 외로울까? (사진 출처 : 경향신문)

내가 읽은 기사는 부산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을 울주작업장에 감금하고선 강제 노동시킨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 운영자 고 박인근씨에 대해 제2심에서 판결한 무죄에 대해 검찰총장이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며 낸 비상상고를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제2심의 고법에선 그가 수용자들의 노역일당을 착복한 혐의(횡령)만 인정됐고,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 것”, 즉 형제복지원생들의 존엄을 짓밟았다고 인정했다. 그래놓고도 무죄라니 이게 말이 되는 판결인가? 이날 판결문의 주문에는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한다. 법원이 국가 최상위 법률인 헌법까지 무시한 살아 있는 예다. 고작 이 따위 판결을 내리기 위해 비상상고 제기 후부터 2년4개월이라는 시간을 질질 끌었나? 보나마나 법원 내부에서 대응논리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이 걸렸겠지!
 
대법원은 그러고선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판시했다. 책임을 다른 기관에 넘긴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판결이다.
 
이러니 법관들은 이번에도 법을 옳고 바르게 적용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늘 해오던 못된 관행대로 가진 자들의 편에 선 게 아닌가 하는 기존의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법관들은 왜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가? 그것은 형제복지원 수사 검사로 외압 사실을 폭로했던 김용원 변호사가 말한 대로 “과거 판결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대법관들의 집단무결주의 때문”일 것이다.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다.
 
지난 세기 1960년대 모택동은 홍위병들에게 중국정부의 국가주석 및 그 관료들을 파괴하라는 의미에서 “사령부를 포격하라!”고 외쳤다.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인민을 도와줘야 할 정부 공무원들이 권력으로 인민을 착취하고 범죄소굴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택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자기도 제어할 수 없는 심각한 관료주의가 나라를 망칠 것이라고 봤다.
 
한국도 관료주의가 심각한 상태에까지 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범죄임에도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그대로 인정해 문제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결내린 대법원의 권력행사도 관료주의가 작동된 산 증거이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왜 “대법원을 포격하라!”는 지시 한 마디 내리지 못할까?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서?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주기 위해서? 사법권 독립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보호는 무슨 놈의 보호!
 
힘이 없지만 나 혼자라도 외친다! “대법원을 포격하라!”, “검찰을 포격하라!” 다시 한 번 외친다. 검찰과 법원과 법관을 대한민국 최상의 권력에서 끄집어 내려라!
 

대한민국에서 법원은 검찰과 함께 광복 후 70여 년 간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하는 살아 있는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그 정점에 있는 대법원.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103112052005

“형제복지원, 존엄성 침해”지만…‘그때의 판결은 옳다’는 대법

 
2021. 4. 2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